
"최근 정부 지원 HR컨설팅을 받았는데, '조직의 문제점'들을 나열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것 처럼 강조하고 있었어요. 구성원들도 '힘들다, 동기부여 떨어진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정작 뭐가 정확히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 거에요."
한 조직의 경영지원팀 리더의 고민스러운 이야기였는데요. 조직의 규모가 작고 인사팀도 소수이다 보니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HR체계를 잡는다 하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그것이 맞나 싶기도 한 것이 현실입니다.
수많은 아티클이 HR 문제를 지적하고 솔루션을 제안하지만, 우리 조직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그리고 그 솔루션이 우리 조직에 맞는 방식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는 문제 >
HR은 조직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조직장들로부터 조직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시그널을 감지하기도 하고, 또 구성원분들로부터도 이야기를 듣기도 하죠. 특히 퇴직을 앞둔 분들과의 면담은 조직 이슈를 가장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
"구성원이 평가제도에 불만이 있는 것이 문제"
"신규입사자들이 온보딩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
그런데, 이런 모습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조직에서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조직들은 이 현상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합니다.
가령, 퇴직자 인터뷰에서 나온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을 근거로 근무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한다든지, 구성원 평가제도 불만의 원인을 찾아 평가제도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또한, 신규입사자 온보딩에서 부족한 영역이 무엇인지 인터뷰하여 온보딩 콘텐츠를 추가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들이 ‘진짜 문제’가 아니라면요?
< 진짜 문제는 어떻게 정의하는가 >
우선 퇴직률 상승을 살펴봅시다. 조직에 따라서는 조직의 건강한 다이내믹스를 유지하기 위해 적정 퇴직률을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조직의 인재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핵심인재 외에는 적극적인 리텐션을 자제할 수도 있죠. 최근 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면 초기 이탈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고, 사업 성장 둔화로 자연 퇴직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조직이 기대하는 퇴직의 질적 수준(핵심인재, 또는 직무별 근속기간 등)에 대한 기대치와 현재 수준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아야 하겠죠.
평가제도도 살펴볼까요? 조직이 높은 기준을 세우고 이를 평가항목으로 설정했다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차등보상을 적용한다면 평가에 대해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조직에 따라 의도적으로 조직의 긴장 수준을 높이기 위해 평가를 운영하기도 하고, 또 개인의 평가보다는 목표나 업무의 진척도 관리를 위해 평가와 같은 방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평가와 관련된 문제를 보려면, 평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신규입사자 온보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규입사자는 구조적으로 정보 비대칭과 적응 스트레스를 겪는 위치에 있습니다. 온보딩이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아쉽다'는 반응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쉽다는 반응 그 자체보다는 온보딩을 어떤 목적으로 운영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업 적응을 빠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온보딩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현업에 투입되는지를 볼 수 있겠죠. 반면에 온보딩 기간 동안 조직 fit에 맞는 인재인지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검증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관찰한 데이터를 누적하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퇴직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구성원 불만을 들어봐야지. 재택근무가 없어서 퇴직한다고 하니 이를 검토해봐야겠어.”라고 접근하는 것은 표면적인 반응에 그친 것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평가제도가 불만이라고 하니 수시로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것, 그리고 “온보딩 초기에 불만이 없도록 더 많은 시간을 써서 신규입사자를 케어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HR은 늘 바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조직이 기대하는 변화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앞서 이야기한 3가지 사례를 보면, 현상 자체를 문제로 정의하는 것은 좋은 접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조직이 기대하는 모습과 목표하는 수준이 있고, 이것과 현재의 상태에 차이가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부터가 시작인데요.
여기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문제를 '조직이 기대하는 수준'과 '조직의 현재 상태' 사이의 'Gap'으로 정의했을 때, '조직'은 과연 누구일까요?
< '조직'은 누구인가 >
'조직'이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사람을 포함합니다. 그러다 보니 HR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조직은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모두의 합이기 때문에 HR 담당자들은 이런 다양한 기대치들을 균형 있게 수렴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심지어는 HR 담당자 본인의 기대치도 포함해서 말이지요.
이상적으로는 조직이 공동으로 기대하는 모습이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로 잘 정의되어 있고 구성원 모두가 이에 동의하고 따른다면, 조직의 기대치는 사람들의 생각의 합이 아니라 바로 조직의 MVC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들이 변화의 과정에서 MVC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다 보니, 미완성인 상태로 ‘진화하고 있는 중’인 경우가 많은데요. MVC를 단단하게 만들고 진화시키는 것에 역할과 책임이 있는 것은 경영진이고, 결국 경영진의 기대가, 조직이 기대하는 모습에 가장 가까울 것입니다.
그런데 경영진 안에서도 대표이사와 C레벨이 기대하는 모습이 다를 수 있고, HR 리더가 그리는 모습 역시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세부적인 지표로 내려가면 경영진이 기대하는 수준을 경영진 스스로 정의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인재밀도를 높여야 한다"며 HR에게 핵심가치에 맞지 않는 인원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세일즈 총괄 임원은 "지금은 머릿수가 곧 매출이니 웬만하면 붙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경영진의 생각이 다르면 조직의 기대하는 모습도 정렬되기가 어려운 현실이죠.
여기에 핵심적인 HR의 역할이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기대하는 조직의 모습을 다양한 관점으로 수집하고, 그것들이 의미하는 궁극적인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파악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HR 관점에서 어떠한 지표들이 관련되어 있고 기대하는 수준은 무엇인지, 더불어 해당 지표에 대한 우리 조직의 현재 수준과 우선순위로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을지를 경영진과 정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조직의 가장 중요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과 리소스, 한계점과 경영진의 지원 등 다양한 관점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HR에게 필요한 역할과 실행입니다.
<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
다시, 처음 거론한 경영지원팀 리더의 조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해당 리더가 대표님과의 대화를 회고해 보니, 사실 대표님이 조직에 기대하는 수준과 지금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문제라고 인식되었던' 여러 현상들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표님의 경영목표와 이를 정해진 기간 안에 달성하기 위해 '조직에 기대하는 모습' 사이에도 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HR이 파트너로서 대표님과 논의해야 하겠지요.
HR이 앞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조직의 '진짜 문제'에 집중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여전히 수많은 운영 업무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고, 그것들을 쳐내느라 바빠서 다른 것들을 고민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 운영 업무들을 쳐내는 일 자체가 앞으로도 계속 HR의 몫일 거라는 가정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운영 업무는 전문적으로 외주화되거나 AI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변화의 시점에서 HR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 조직에서 지금 시도해볼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관련해서, 내 조직의 맥락을 읽고 조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HRBP 부트캠프 2기를 진행합니다.
단순히 “좋은 HR 이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정의하며, 그 위에서 성과관리·평가·보상·조직정렬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HRBP 관점을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더불어, 학습이 순간으로 끝나지 않도록, 부트캠프 후 1년간 1:1 멘토링과 HRBP 스터디를 통해 함께 이어갑니다.
Business Partner로서 의미 있게 성장하고 싶은 HRer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HRBP 부트캠프 2기 바로가기 : https://upshift.kr/hr-bootcamp.html
▶︎ 부트캠프 1기 참가자 후기 : https://upshift.kr/hr-bootcamp.html#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