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왜 6개월 만에 떠났을까
logo
Original

그 사람은 왜 6개월 만에 떠났을까

텃세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조직이 설계하지 못한 '우리'의 부재입니다
채용조직문화주니어미드레벨신입/인턴
rk
Grace ParkAug 9, 2026
1807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려면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나에게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기 확신이 또렷해질수록, 그 선명함에 이끌려 좋은 사람들이 곁으로 모여듭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겸손 역시 자신을 사랑할 때 가능합니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의 겸손은 겸손이 아니라 자기비하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완전한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서로에게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됩니다. 그런데 이 가장 단순한 진실이 가장 자주 실현되고 또 가장 자주 무너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직장입니다.

그 사람은 왜 떠났을까

신입 직원이 입사하자마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이곳은 텃세가 너무 심해요."

반면 남겨진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걔는 너무 약해."

"적응력이 없어."

"그 정도도 못 버티면 어디를 가도 힘들 거야."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떠난 사람만 문제였다고 결론 내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결론이 조직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오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조직들이 어렵게 채용한 인재가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는 경험을 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조기 퇴사자들이 가장 힘들어한 것은 업무가 아닙니다.

업무는 배우면 됩니다.

그러나 관계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힘들어한 것은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었으며, 자신이 이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일이 어려워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되지 못해서 떠나는 것입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특정 무리에 들어가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편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공동체의 일원이다"라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 사람은 떠나게 됩니다.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라도 '우리'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조직 안에서 외톨이가 되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 같았습니다.

"나는 왜 함께 어울리지 못할까."

"나는 왜 먼저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성격일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저를 자기비하로 몰아넣은 것은 제 부족함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방치한 환경과 조직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개인을 탓하기 시작하는 순간 조직은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됩니다.

"왜 이 사람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그 질문을 멈추는 순간 조직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끝내 해결되지 않습니다.

왜 조직은 낯선 이를 밀어낼까

그렇다면 왜 조직은 낯선 이를 품기보다 밀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리플러스 인간연구소의 박재연 소장은 우리가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왜 실패하는지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박 소장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화가 나거나,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뚜껑이 열립니다.'

뚜껑이 열리면 뇌의 편도체는 단순한 명령을 내립니다.

“싸워! , 도망가!”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의 공감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나보다 약한 대상에게는 공격적으로 변하고, 나보다 강한 대상에게는 회피적으로 변합니다.

어쩌면 신입사원에게 향하는 텃세와 뒷담화 역시 이런 심리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불만을 쏟아내고, 공공의 적을 만들고, 그 적을 통해 결속을 다지는 방식은 결코 성숙한 관계의 모습이 아닙니다.

어쩌면 텃세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구성원들이 자신의 불안과 불만을 건강하게 다루지 못한 채 방치된 조직이 만들어낸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되는 환경은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박재연 소장은 우리에게 이미 두 가지 능력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공감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훈련을 통해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대화(NVC)를 기반으로 박재연 소장이 소개하는 대화를 잘하는 방법으로서의

네 가지 요소는 '우리가 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첫째는 욕구입니다.

모든 감정 뒤에는 존중받고 싶고, 연결되고 싶고, 안전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욕구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감정입니다.

비난 대신 자신의 마음과 느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너 때문에 짜증 나"가 아니라 "나는 서운했다"라고 내가 느낀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관찰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래"가 아니라 "최근 세 번의 회의에 늦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부탁입니다.

비난 대신 요청하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했어?" 대신 "나는 이것이 중요하니 이렇게 해줄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되는 대화는 상대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되는 환경을 설계한다는 것

진짜 성숙함은 낯선 사람이 조직에 들어왔을 때 "알아서 적응하겠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입니다.

먼저 인사하는 것입니다.

먼저 점심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입니다"라고 알려주는 것입니다.

조직문화는 선언문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구성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저는 HR과 리더의 역할을 개인에게 적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디 제도, 온보딩 프로그램, 환영 문화, 심리적 안전감.

이 모든 장치는 결국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럿이 혼자를 품는 것."

누군가 떠났을 때,

"그 사람이 약했다."

라고 말하는 조직과

"우리가 품을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

라고 되묻는 조직의 미래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그 사람은 왜 6개월 만에 떠났을까요.

저는 그 답을 떠난 사람에게서 찾고 싶지 않습니다.

그 답은 남겨진 우리에게 있고, 우리가 만든 환경 안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불완전한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일.

누군가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먼저 손을 내미는 일.

그것이 오늘 조직이 돌아봐야 할 현재이며, HR이 설계해야 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가장 단순한 한마디에서 출발합니다.

"당신이 와서 참 좋습니다."

그 한마디가 누군가를 떠나게 만드는 조직과, 누군가를 머물게 만드는 조직의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존경하는 박재연 소장님의 저서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특히 관계 속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는 관점과 비폭력대화(NVC)에 대한 설명은 조직 속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참고도서

  • 박재연,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한빛라이프 (개정증보판)


rk
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