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다 안다는 착각 | K교수님의 다양성 수업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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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다 안다는 착각 | K교수님의 다양성 수업 #5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오해하며 살아가는가
조직문화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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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Oct 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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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교수님의 다양성 수업, 이번주 주제는 Stereotypes and Unconscious Biases, ‘고정관념과 무의식적 편견’이었습니다.

교수님은 많은 편견은 외모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첫인상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면접자의 첫 10초의 인상이 이후 면접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초기 판단이 쉽게 유지되는 인지적 경향과 확증편향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인식은 첫인상처럼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와 느리고 숙고적인 사고가 상호작용한다고 합니다. 이 둘이 다르면 일종의 절충이 필요한데, 첫인상이 ‘박힌 돌’이고 체계적 인식은 ‘굴러온 돌’이기 때문에, 체계적 인식이 입증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많은 편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타인의 행동이나 어떤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해석하는 과정을 귀인(Attribution)이라고 합니다. 귀인에는 행동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에서 찾는 내적 귀인(Internal Attribution)과 상황이나 환경에서 찾는 외적 귀인(External Attribution)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잘못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 탓으로 돌리는 반면, 자신의 잘못은 외부 환경이나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타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아는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은 재미있는 예시로 설명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주 지각하는 학생은 “내가 수업에 지각한 이유는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라…”라며 핑계를 댄다고 합니다.

강의의 끝 부분은 고정관념과 무의식적 편견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먼저 서로 다른 집단을 하나의 상위 집단으로 통합하는 재범주화(Recategorization)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갑자기 외계인이 침공한다면, 두 나라가 공동의 적에 맞서 협력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한 사람에게 여러 집단의 정체성이 공존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교차범주화(Cross-categorization)입니다.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도 다른 기준으로 보면 같은 집단에 속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집단의 꼬리표보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집중하는 탈범주화 (Decategorization)입니다. 결국 고정관념과 편견을 줄이려면 생각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람을 구분하고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제에 대한 저의 Experience Log입니다.


저는 성격유형 진단도구 버크만 진단을 좋아합니다. 버크만 진단을 하기 전까지 저는 제가 굉장히 Normal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진단 결과 어느 한쪽 유형으로 치우친 사람이란 걸 알고 놀랐습니다. ‘세상에는 정상인 나와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라, 다 다른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라는 버크만 진단의 시작이자 결론을 좋아합니다.

저 역시 고정관념과 편향으로 가득한 사람이지만, 적어도 그 고정관념과 편향을 인지하면 깨 보려는 노력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몇 가지 경험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교육 대상자

회사 생활을 하면서 두번의 큰 구조조정을 겪었습니다. 첫번째 구조조정 때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구조조정 전문가가 들어와서 각 팀별로 구조조정 대상자를 2명씩 지정하게 했습니다. 저성과자 위주로 선발했다고는 하지만, 미혼이라는 이유로, 선배들 고과 챙겨주다가 어쩔 수 없이 저성과자가 된 억울한 사연들도 많았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연수원에 몰아넣고 하루 종일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취미활동 같은 굴욕적인 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이런 교육을 계속 받을 건지?’, ‘보상금을 받고 나갈 건지?’ 설득과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은 자존심이 상해서 그만뒀지만, 끝까지 버틴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다시 현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마치 주홍글씨처럼 ‘교육 대상자’, ‘대상자’라고 불리게 되었고, 돌아와서는 안 될 사람들이 돌아온 것처럼 대했습니다. 그들이 회사에서 무슨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면, “교육 대상자가 이번에 뭘 했다더라, 무슨 말을 했다더라.”라는 소문이 금세 돌았습니다. 저성과자로 낙인 찍혀 회사 밖으로 쫓겨나갈 뻔했던 이들의 돌아온 대가는 인도의 불가촉천민처럼 가혹했습니다.

전환형 인턴과 수시채용

S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합니다. 학교와 전공을 가리고 인적성검사, 자기소개서, 면접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B사는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방식으로 여름방학 기간 인턴 운영 후,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환형 인턴제’를 운영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 그리고 학력을 가진 친구들이 합격합니다. 그런데, 당시 임원은 합격자들의 학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반기 공채와는 별개로 수시채용을 시행했습니다. AI, UI/UX, Data, Tech 직무에 총 15명을 선발했는데, 수시채용은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력이 정말 화려한 친구들이 최종 합격했습니다. 8년의 세월이 흘러 이때 뽑은 신입사원들이 ‘중니어’가 되었습니다. 전환형 인턴으로 들어온 친구들은 대부분 그만두지 않고 각 조직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학력 위주로 뽑은 수시채용 출신들은 상당수가 회사를 그만두었고, 조직 내 평판도 대체로 좋지 않습니다. 수시채용 당시 “어디서 이런 인재들을 뽑았냐?”는 임원의 칭찬과 포상을 받았던 저로서는 현재까지의 채용 결과가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이것이 학력이 높은 사람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거나, 전환형 인턴 출신이 반드시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학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개인의 역량과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어디 출신

  B사는 Melting Pot처럼 다양한 회사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최초 D사와 K사 출신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설립되었고, 이후 TH사, N사 통신사업부문, 미디어 자회사 M사 등이 합류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TB라는 케이블TV 회사를 합병했습니다. 기존 B사 인력이 대다수였고, TB사 인력은 B사의 1/4 정도였기 때문에, TB사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조직 내 소수자입니다. ‘TB사 출신들은 일을 이상하게 한다.’, ‘TB사 출신 중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없다.’ 등등 TB사 출신을 배척하고 비하하는 발언들을 많이 듣습니다. 저희 팀원들도 그런 말을 자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B사도 과거 유사하게 겪었던 상황을 팀원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B사는 왜 일을 그렇게 해요?’ 제가 임원인사와 조직설계 업무를 하면서 갑의 위치에 있던 상대방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나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회사 내 동료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보다는 그들을 동등한 동료로 이해하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부터 2년간 B사의 Operation 자회사 H사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H사는 십여 년 전 개별 회사들을 통합하여 설립한 회사입니다. 구성원이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외형적으로는 크지만, 아직 제도나 기업문화는 갈 길이 다소 먼 회사입니다.

최근 중간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S그룹의 기업문화에 대해 강의하는데, 공격적이고 날 선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회사명에 S도 붙지 않는데, S그룹이 맞나요?”, “S그룹에서 말하는 ‘행복’에 우리도 해당되는 건가요?”. 모회사 출신인 저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Culture Innovation’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팀을 맡았지만, 어쩌면 가장 먼저 깨야 할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고정관념과 편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회사 출신인 저 역시 제가 가진 선입견을 돌아보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이곳에 근무하는 동안 단 1%라도 더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어느새 K교수님의 다양성 수업이 한 가지 주제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마지막 다양성 주제는 Inclusive Leadership입니다.

– To be continued –


as
Thomas
사람과 문화를 배우고 있는 성장 Designer
오랜 시간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과 문화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터에서 겪은 경험과 다시 공부하며 배운 것들, 그 사이에서 생긴 질문과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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