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전 직장 동료와 나눈 대화에요.
“예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다른 회의에서 HR담당자 분이 그 동료 이야기를 하시면서
‘요즘 그 친구 표정 좋아보이던데? 잘 지내나봐’ 하는 거에요.
그리고 얼마 안있다 그 친구 퇴사했어요.”
간극히 심한 정보 불일치가 주는 장면이 코믹했는지,
웃으면서 나눈 대화였는데 사실 저는 뜨끔했습니다.
HRer로 살아온 저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면.
평소 타인의 상태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저조차도,
구성원의 진짜 상태를 완전히 잘못 읽거나,
아예 놓치거나, 예측에 실패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뭐? 그 친구 퇴사한다고?’ 하며 깜짝 놀라던 그런 날들이요.
(퇴사 소식을 나만 몰랐다구? Generated by AI)
소중한 구성원이 갑작스러운 퇴사를 알리면,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바꿀 수 있었을까?’ 하는 자책감과 마상이 생기던 날들.
(물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면담하자’고 먼저 말해주는 구성원이
무서워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면담 = hoxy 퇴사?)
특히, 꼭 지키고 싶은 핵심 구성원이라고 하면 심장이 더 쫄려옵니다.
한 발 늦은 구성원과의 대화,
HR이, 리더가, 경영자가 놓치고 있는 건 뭘까요?
사람을 안다는 건, 그 사람이 움직이는 정서적·심리적 리듬을 이해한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듬’을 놓치면, 맥락을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맥락이 없으면 상황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만의 고유한 ‘리듬’을 이해하고 싶은거죠.
(당신의 리듬이 궁금하다구요, generated by AI)
조직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습니다.
구성원이 머무는 조직은 일정한 심리적·생리적 리듬 위에서 움직입니다.
퇴사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트리거'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건 대부분 감정입니다.
(서운하다 말하기 어려워요. Generated by AI)
최근 글로벌 서베이를 살펴볼까요?
iHIRE의 2024 Talent Retention Report에 따르면,
퇴사 이유 1위는 독성적 조직문화(32.4%),
그 다음이 부실한 리더십(30.3%), 직속 관리자에 대한 불만(27.7%) 순이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낮은 보상은 6위(20.5%)로 밀려 있죠.
특히 핵심 인재일수록,
보상보다도 인정, 성취감, 의미, 소속감 같은 내재적 동기들이 더 중요한 이탈 요인일 겁니다.
행복연구자인 심리학자 최인철 교수도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 ‘섭섭함’과 ‘서운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개인의 동기와 조직 미래에 대한 예측 모델을 흔드는 강력한 트리거입니다.
그럼 이러한 내재적 동기, 특히, ‘감정’ 요인,
더 포괄적으로는 ‘정서’와 관련한 행동과 의사결정은
어디서부터 출발하고, 어떻게 리듬을 만들 수 있을까요?
뇌신경과학자인 리사 펠드먼 바렛 (Lisa Feldman Barrett)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예측’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즉,
우리가 아침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팀장과 대화할 때 말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새로운 프로젝트에 어떻게 몰입하는지
이 모든 건 ‘정동’이라는 ‘리듬’ 위에서 작동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뇌의 예측은 정서적 리듬, 즉 정동(affect)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그 정동은 곧 우리의 감정, 행동, 몰입의 리듬을 형성하게 됩니다.
심리적 리듬
: 안전감, 관계의 예측 가능성, 정서적 일관성
생리적 리듬 (Body Budget)
: 수면, 스트레스, 감정 소모와 회복 간의 균형
팀의 리듬
: 회의 주기, 피드백 템포, 정서 공유의 타이밍
특히 이 중 생리적 리듬인 Body Budget(신체예산)이 무너졌을 때,
우리 뇌는 실시간 예측을 보수적이고 방어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감정 반응도 더 부정적이고 민감하게 흐르죠.
그러니 누적되어 온 ‘섭섭함’과 ‘서운함’은 더 깊어지고, 확신은 커져만 갑니다.
(퇴사 결심이 굳으면 말릴 수 없어요. Generated by AI)
리더는 성과만 바라보고, 구성원은 정서적, 신체적 피로에 지쳐 있음
목적 없는 반복적인 일정 변경과 피드백 지연으로 예측 실패가 누적
팀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심리적 동기화가 무너짐
당연히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몰입은 줄고, 이직 의도는 커집니다.
그리고 ‘왜 퇴사하는지’ 묻는 HR의 물음에는 ‘진실’을 듣기 어려울 겁니다.
어차피 떠나게 되는 마당에 세세한 맥락과 이슈를 이야기하기 보다,
그럴 듯한 명분을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편이 훨씬 좋으니까요.
바빠 죽겠는데 리듬까지 챙기라구요?
사람이 중요한 조직이라면, 인재를 지키고 싶은 조직이라면,
네. 기꺼이요.
거창한 시스템을 만들거나 체계를 기획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연결하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볍고 정기적인 심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미팅 때도 괜찮고, 출근해서도 괜찮고, 점심 때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나는 진심으로 당신의 상태를 잘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겠죠.
리더와 구성원 간의 정서적 피드백 주기가 일정해질 때,
팀 전체의 리듬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피드백은 ‘성과 피드백’은 아니구요.
이 정서적 피드백은 평가, 판단, 비평이 아닌 ‘연결’이 목적입니다.
심리적 안전감 혹은 신뢰가 없이는
의미있고 지속가능한 성과가 생기기 어렵다는 건
이미 익숙한 사실입니다.
형식적으로 하는 1:1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체적인 상태와 정서적 맥락을 일정하게 챙기기 시작하면
이 리듬 데이터로 어떤 장면에, 어떤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
개입하거나, 구하거나, 도와줘야 한다는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묻는 “요즘 어때요?” 라는 질문에,
내밀한 상태를 공유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우리가 먼저 살펴야 하는 건,
‘잘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잘 지내고 있는지’입니다.
숫자로 드러나는 성과만큼, 리듬의 온도는 정말 중요합니다.
사람은 온도로 움직이는 존재니까요.
(긍정도, 상태도, 마음도 동기화됩니다. Gener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