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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팀엔 리더가 없었다

그 팀엔 리더가 없었다

리더의 부재보다 더 치명적인 리더십의 부재
세진
김세진Aug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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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 벤치와 라커룸을 둘러보니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

주장 완장을 찬 선수는 있었지만, 그저 팔에 천 조각을 두른 것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했다.

코치는 경기 지시만 전하고, 선수들끼리 대화는 단편적이었다. 

누구 하나 팀 전체의 에너지를 모으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공기를 바꾸는 힘

리더가 없다는 건 단순히 ‘누가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리더가 없다는 건 팀 안에서 누구도 흐름을 읽지 않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로 그 경기는 초반 15분까지는 대등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골을 내주자, 선수들 사이의 대화가 줄어들고 고개가 아래로 떨궈졌다.
공을 소유해도 다음 플레이로 연결되지 못했고, 패스 미스가 잦아졌다. 
그때 필요한 건 전술 변화보다도 분위기를 다시 세우는 한마디였다.

그 순간, 벤치에 있던 한 선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다음 거 준비해! 뒤에 비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 몇몇 선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장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 순간 팀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리더의 역할은 ‘공기를 바꾸는 힘’에 가깝다.

점수가 뒤지고 있더라도, 리더의 한마디가 팀의 분위기를 살리고, 선수들의 머리를 들게 만든다.

리더십은 화려한 기술이나 기막힌 전략보다, 팀이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에서 시작된다.

경기장 밖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런 장면은 회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한 IT 기업 프로젝트 팀에는, 팀장은 있었지만 리더는 없었다.
팀장은 보고 자료를 취합하는 데만 시간을 쓰고,
회의에서도 결정을 미루거나 '그건 각자 알아서 판단하세요'라는 말로 넘겼다.

처음엔 자유와 자율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각자의 방향이 엇갈렸다.
담당자별 진행 속도가 달라지고, 중복 작업이 생겼다. 

문제가 발생해도 '그건 제 영역이 아닌데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결국 프로젝트는 기한을 넘겼고, 구성원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프로젝트가 늦어지고, 사소한 오류가 반복될 때, 모두가 서로만 바라보다 말이 줄어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괜찮아요, 방향은 맞아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팀의 분위기를 바꾼다.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꼭 팀장일 필요는 없다.

✅ 주니어라도 상황을 정리해 주는 사람

✅ 사소한 성공을 크게 칭찬해 분위기를 살리는 사람

✅ 갈등이 생겼을 때 조용히 양쪽을 이어주는 사람

이들이 모여 있을 때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경기장에서나 조직에서나, 리더십은 타이틀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보여주는 말과 행동'으로 증명된다.

중요한 건 ‘누가 리더의 완장을 찼는가’보다, '누가 지금 이 순간 리더십을 발휘하는가'이다.

그 문화가 자리 잡은 팀은, 공식 리더가 없어도 언제든 팀의 공기를 바꿀 수 있다.

타이틀이 전부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리더’ 하면 팀장, 주장, 감독 같은 공식적인 타이틀만을 떠올리지만, 직함과 리더십은 별개다. 완장을 차지 않아도 팀을 묶어주는 선수가 있고 팀장이 아니어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 경기 전, 동료의 눈을 맞추고 에너지를 올리는 사람

✅ 실수한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게 하는 사람

✅ 흐트러진 팀 포메이션을 정리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모인 팀은 마치 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한 제조업체의 신제품 개발팀도 그랬다.
팀장이 출장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웠지만, 업무의 흐름엔 문제가 없었다. 
각자가 맡은 영역을 넘어 팀 전체를 생각하며 움직였기 때문이다. 

- 마케팅 담당자가 개발 진행 상황을 체크해 생산팀과 미리 공유
- 엔지니어가 소비자 의견을 정리해 디자인팀에 전달
- 주니어 직원이 매주 진행 상황을 정리해 팀에게 공유

누구도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팀장은 돌아왔을 때 프로젝트가 오히려 계획보다 한 주 앞당겨져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팀은 '리더십의 합'으로 움직인다

한 명의 리더가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팀 전체에서 리더십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경기력은 급격히 흔들린다.

이상적인 팀은 ‘리더 한 명’이 모든 것을 이끄는 팀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리더의 역할을 나누는 팀이다. 

이를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라 한다. 공유 리더십은 공식적인 직함과 무관하게,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구성원이 앞장서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전략을 설계하고, 누군가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또 누군가는 세부적인 디테일을 챙긴다.

이렇게 역할이 분산되면, 특정 인물이 빠져도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시각과 에너지가 모여 위기 상황에 더 빠르게 적응한다.

책임이 특정인에게 몰리지 않고, 구성원 각자가 상황을 읽고 필요한 행동을 한다. 누군가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누군가는 대안을 제시하며, 누군가는 갈등을 조율한다. 이렇게 역할이 자연스럽게 분산되면, 위기 상황에서도 팀은 무너지지 않는다.

경기든 조직이든, 결국 팀은 '리더십의 합'으로 움직인다.

리더 한 명의 힘보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리더가 될 수 있는 '공유 리더십'의 문화가 팀을 더 강하게 만든다.

그날 경기의 문제는, 리더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을 꺼내 쓰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팀은 리더만 있는 팀인지, 아니면 모두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팀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이 없는 팀도 있고, 아예 리더도 리더십도 없는 팀도 있다.

리더가 없다는 건 자리를 비웠다는 뜻이 아니라, 그 자리에 책임과 방향이 부재하다는 뜻이다. 또한 리더십이 없다는 건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팀을 위해 움직이려는 선택과 행동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강한 팀은 '누가 지금 이 순간 리더십을 꺼내 쓰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모일 때, 비로소 팀은 이름뿐인 리더를 넘어 진짜 리더십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팀은 리더가 있어도 리더십이 없고, 어떤 팀은 모두가 리더가 된다.


The Other Game은 팀과 선수의 성장을 위한 경기장 밖의 또 다른 게임을 이야기합니다.

스포츠에는 본게임 외에도 반드시 임해야 할 리더십, 팀워크, 팀 문화, 피드백, 마인드셋의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경기력은 물론, 개인과 팀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세진
김세진
The Other Game
스포츠씬에서의 또 다른 게임, 리더십과 마인드셋에 대하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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