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나는 교육을 듣고 있는 학생 신분이다. 교육생 스무 명 남짓 중 절반 이상이 대학생과 대학원생이다.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커리큘럼 첫 주에 하루짜리 미니 프로젝트가 있었다. 네 개의 자유 주제로 팀을 나누는데, 내가 제약 도메인에 있었던 터라 우리 팀에 사람이 몰렸다. 아홉 명이 됐다. 발표까지 무사히 마쳤고, 강의 종료 직전에 담당 강사가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주관하는 '더하기창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신청해 볼 것을 권했다. 찾아보니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있었다. 그런데 마감까지 열흘 남짓이었다.
다음 날 나는 전날 함께 했던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솔직히 말하면 분위기는 미지근했다. 다들 교육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내가 창업을 할 수 있나 하는 관심 밖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그걸 관심이 없는 거라고 읽지 않았다. 관심 안으로 이끌어주는 게 없을 뿐이라고 봤다.
나는 그들에게 교육 기간 동안 가능한 한 시도해 보고 실패해 보기를 반복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 실패가 성공보다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열흘이라는 시간 앞에서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계산은 "이걸 해서 될까"다. 될지 안 될지를 먼저 따지면, 대부분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를 먼저 말했다. 참여는 자유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열흘밖에 없으니 수상이 아니라 참여에 의미를 두자는 것.
목표를 낮춘 건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작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였다. 내 생각을 밖에서 테스트받을 기회는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 그리고 작은 아이디어도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
일곱 명이 참여했다.
다음 날 각자 아이디어를 가져와 발표하게 했다. 짧은 토론을 거쳐 두 개로 좁혔고, 어느 쪽에 참여할지도 각자 고르게 했다.
두 번 모두 선택권을 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짧은 기간에 사람을 움직이는 건 지시가 아니다. 자기가 고른 일이어야 밤에도 들여다본다.
열흘짜리 일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완성도를 높이다가 제출을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순으로 짚었다. 제출일에서 거꾸로 세어 언제까지 무엇이 나와 있어야 하는지, 누가 어느 부분을 맡을지를 정했다.
역할은 각자가 잘할 수 있는 항목을 채우게 했고, 빈 곳을 내가 채웠다. 짧은 기간일수록 잘하는 것을 시켜야 한다.
1차 서류 결과, 두 아이디어 중 하나가 선정됐다. 아쉽게도 2차 발표심사에서 탈락했다.
떨어졌지만, 그들은 열흘 만에 아이디어 하나가 사업계획서가 되고 심사대에 오르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남는다.
참여했던 멤버 중 3명이 고민만 했던 Kaggle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그 팀에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아니었다.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그들은 나에게 팀장님이라고 불렀지만, 사업계획서에는 팀원으로 들어갔다.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시작의 문턱을 낮춰 준 사람, 선택지를 좁혀 준 사람, 방향을 옮겨 준 사람, 그리고 마감에서 거꾸로 일정을 세어 준 사람이었다. 이게 선배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들이 없었다면, 그 아이디어는 열흘 뒤에도 그냥 아이디어로 남았을 것이다.
이게 내가 그동안 회사의 뒷단에서 해 온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스무 살 어린 사람들 옆에 앉아서 다시 되돌아 보았다. 그때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매번 하는 일이었으니까.
지난 글에서 나는 명함이 사라진 뒤에 나를 설명할 한 문장을 만들고 싶다고 썼다. 그 문장을 아직 다 쓰지는 못했다. 다만 교육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그 문장이 어디쯤에서 나올지는 조금 보이는 것 같다.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 홀씨는 날아가기 위해 아주 작은 바람이라도 필요하다. 그 바람이 없다면 씨앗은 그 자리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대표님, 주니어들이 시작을 못 하고 있나요? 아니면 끝을 못 내고 있나요?
둘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바람의 양도 세기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