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처음으로 회사에서 글로벌 직원 서베이를 진행했습니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론칭한 첫 글로벌 직원 서베이였는데요.
과거에도 직원 서베이를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실행까지 글로벌 차원에서 통합하여 진행한 첫 사례라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6년 전 본사 차원에서 장기 전략이 수립된 이후,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변화와 프로젝트,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성장을 경험해 왔습니다. 전략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진행된 이번 서베이는, 그동안의 방향성과 실행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와 긴장이 공존했던 프로젝트였는데요.
외부 파트너사와 각 지사의 HR이 함께 참여하여 글로벌 서베이 론칭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준비부터 실행까지 약 6개월에 걸친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프로젝트의 주요 마일스톤별로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서베이 디자인이었습니다. 전략, 조직문화, 직원 몰입도, 업무 효율성, 리더십, 성장과 개발, 안전 등 핵심 대주제를 먼저 정의하고, 각 주제에 맞는 세부 질문을 구성했습니다.
서베이 문항은 단순히 만족도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질문을 통해 어떤 개선 활동을 도출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는데요. 질문은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누구나 동일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전략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이 직원들에게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고 있는지, 또 전략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이 충분히 공유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을 포함했습니다.
리더십 영역의 경우 글로벌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고경영진, 본사 경영진, 각 국가(Local) 경영진으로 문항을 구분하였고, 대규모 조직 특성을 반영해 직속 상사(팀장)에 대한 평가 항목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의 핵심 테마와 구성 요소를 기준으로 문항을 설계하여, 직원들이 조직문화의 방향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각 요소가 실제로 조직 내에서 얼마나 체감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국가별로 문화적 맥락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외부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할 경우 이미 검증된 표준 문항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우리 회사의 전략과 조직문화, 현재 상황에 맞게 질문을 직접 디자인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통(Global) 문항 외에도 각 지사의 상황을 반영한 Local 문항을 추가했고, 정량 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오픈 코멘트 문항도 포함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서베이 번역과 직원 데이터, 리포팅 셋업이었습니다.
공통 문항은 영어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각 국가 언어로 번역할 때 단순 직역이 아닌 문맥과 문화에 맞는 번역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또한 정확한 리포팅을 위해, 부서, 직무, 직급, 조직 구조 등 직원 정보를 시스템에 사전 셋업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이 잘 준비되어야 이후 결과 분석과 액션 플랜 수립까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커뮤니케이션 컨셉 수립이었는데요.
서베이 제목은 콘테스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선정했는데요. 공모를 통해 서베이 테마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였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서베이의 큰 테마를 정했습니다. 이후 Key Visual, 포스터, 소개 메일, 초대 메일, FAQ, PPT 템플릿, 감사 메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이전에 준비된 서베이를 바로 론칭했을 때는 몰랐는데 커뮤니케이션에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수립할 때는 서베이의 목적, 주요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각 Stakeholder의 니즈를 함께 고려하여 핵심 메시지를 도출했는데요. 또한 HR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리더들이 전달해야 할 메시지와 역할, 활용 채널을 함께 정리한 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HR에서 주관하고 준비하지만 경영진 및 리더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설문 준비(Pre-survey), (설문 진행 중(During survey), 설문 이후(Post-survey)단계로 나누어 준비(Preparing)→ 포지셔닝(Positioning) → 참여 유도 (Engaging) → 실행 지원 (Enabling) → 피드백 대응(Responding)의 흐름에 맞춰 진행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서베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론칭 이전부터 타운홀, 인트라넷, 이메일, 포스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WHY, WHAT, HOW를 명확히 공유하며 이번 서베이가 직원들의 목소리와 피드백을 듣기 위한 중요한 과정임을 충분히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우리 회사만의 서베이 명칭과 슬로건을 설정한 것도 직원들의 인식과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매니저 교육과 서베이 론칭, 그리고 결과 리뷰였습니다.
리포팅 플랫폼 활용 방법과 결과 해석 프로세스에 대한 매니저 교육을 진행한 후, 약 6개월간의 준비 끝에 글로벌 직원 서베이를 론칭했습니다. 서베이 론칭 이후에는 HR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리더들이 함께 직원 참여를 독려하며, 조직 전체가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요.
그 결과, 글로벌과 로컬 모두에서 기대 이상으로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고, 아직 Action plan 실행이 남았지만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회사 전략 공유가 강점으로 도출된 점은 인상 깊었고, 그동안의 방향성이 직원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동시에 개선이 필요한 영역 역시 명확히 드러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결과 공유와 Action Plan 수립, 그리고 Follow-up 단계입니다.
서베이 결과를 공유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익명 서베이인 만큼 점수나 코멘트를 근거로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실망감을 표현하기보다는,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우스갯 소리로 서베이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혼날게 뻔하기 때문에 무조건 점수를 좋게 준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고, 실제로 초상집 분위기의 Action Plan미팅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서베이를 진행할 때도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 평가하게 되지만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거나 고의적으로 특정 직원을 지칭하여 넣지 않도록 가이드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서베이를 진행하지만 악의적인 비난이나 불만 토로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약점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강점은 함께 축하하고, 개선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며 우리 모두와 더 나은 일터를 함께 만들기 위해 의미 있는 Action Plan을 함께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로벌 직원 서베이는 조직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개선 영역에서의 Action Plan의 실행과 지속적인 Follow-up 통해 서베이 결과가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
직원 서베이를 통해 조직의 전략, 문화, 리더십 성숙도를 점검하고 다음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직 진단 프로젝트로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