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진단 개선 #1 – 점수(Score)에서 유형(Configuration)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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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진단 개선 #1 – 점수(Score)에서 유형(Configuration)으로

보다 효과적인 컬쳐 서베이를 위한 대한 첫번째로, '조직에너지 프로파일링' 기법과 주요 관점을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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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균(sense maker)Aug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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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 아카데미 권석균 Research Fellow입니다. 지난 달에 ‘컬쳐 서베이는 왜 신뢰를 잃었을까’라는 글을 올렸었는데요, 감사하게도 많은 회원분들께서 봐주셨습니다. 역시 AI 시대에도 기업문화는 중요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HR 컨설팅을 시작했을 무렵 한 선배는 제게 늘 ‘실익’을 강조했습니다. 대안이 없다면 문제 또한 함부로 제기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는데요. 요즘처럼 정답이 없는 시대에는 자칫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꼰대 발언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그만큼 생각의 지평을 끝까지 넓혀보라는 뜻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번에 겁도 없이 컬쳐 서베이의 한계를 제기했으니, 앞으로는 대안으로 삼으실 아이디어를 세 차례에 걸쳐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제가 접해온 이론과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컬쳐 서베이의 항목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진단 영역을 바꾸는 것, 그리고 진단의 목적을 바꾸는 것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합니다. 뒤로 갈수록 들여야 하는 공이 커지는데요, 오늘은 실행이 가장 용이한 진단 항목 변경에 대해 말씀드려봅니다.

우선 진단 항목 재편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관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관점의 결합체인 조직에너지 프로파일링(Organizational Energy Profiling)을 소개해드립니다.

 

주목해야 할 관점 – 변수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조직행동 이론에서 다루는 개념들 중, 기업문화 진단과 성격이 유사한 것으로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이 있습니다.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이유에 대한 것이죠.

조직몰입 측정 모델들 중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은 Allen & Meyer 교수의 3차원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은 조직몰입을 세 가지로 차원으로 구분하는데요. 먼저 정서적 몰입(Affective Commitment)입니다. 구성원이 조직의 목표와 가치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좋아해서 스스로 남고 싶어 하는 것을 뜻하죠. 두번째 차원은 지속적 몰입(Continuance Commitment)입니다. 조직을 떠날 때 생기는 비용(손실)이 우려되거나 지금 직장보다 더 나는 대안이 없어서 머무르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규범적 몰입(Normative Commitment)이 있습니다. 조직에 남아 있는 것이 도리이자 의무라는 일종의 내면화된 규범 때문에 머무르는 성향입니다.

대부분의 논문에서는 어떻게 측정해왔을까요? 지금까지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세가지 차원을 모두 측정한 다음 이에 대한 평균값을 구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구성원 A의 조직몰입 점수는 100점 만점에 80점이고, B는 60점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죠. 학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을 변수 중심(Variable oriented) 측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접근이 과연 경영진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는 것인데요. 일례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Visier의 조사에 따르면 저성과자들의 조직몰입 점수가 고성과자나 중간 성과자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책임 추궁이 엄격하지 않은 조직일수록 저성과자들은 현재의 상태에 매우 만족하는 반면에 고성과자들은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와 동료들의 낮은 전문성에 좌절하며 오히려 몰입도가 낮아진다고 해석하죠.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측정 방식은 구성원 개개인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제는 구성원별 점수가 아니라 유형을 강조합니다. 가령 A는 감정적 몰입만 높은 사람이고, B는 지속적 몰입과 규범적 몰입의 성향이 반반씩 조합되어있다는 등의 유형을 봐야 한다는 것이죠. 학자들은 이러한 접근을 사람 중심의(Person oriented) 측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은 우리가 하고 있는 기업문화 진단에도 적용됩니다. 가령 작년보다 진단 점수가 몇 점 높아지거나 낮아진 것이 경영진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을까요?

 

주목해야 할 관점 – HR의 언어에서 Biz.의 언어로

점수보다 유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유형은 어떤 용어들을 써야할까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HR의 언어가 아니라 경영진이 원하는 사업, 즉 Biz.의 언어를 쓰자는 것입니다.

컬처 서베이가 진단해 온 영역과 경영자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 간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은 여러 연구에서 제기되어왔습니다. 글로벌 HR 플랫폼인 Glint는 한 연구에서 최고경영자가 컬처 서베이에서 원하는 것은 소수점 단위로 소통되는 몰입도 점수가 아니라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무는 실질적인 협업, 구성원들의 가슴 속에 도사린 냉소주의의 타파,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발휘되는 조직적 결속력 등의 화학적 결합이라고 말하죠.

McKinsey의 조직건강도 진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 건강을 단순히 직원들의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 세 가지 능력이 결합된 상태로 정의하는데요. 임직원들이 공동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실행 로드맵을 공유하는가, 전략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프로세스가 유연하고 자원 배분이 효율적인가, 외부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있는가 등을 강조하죠. 사업 추진에 중요한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나 고객 목소리의 반영 수준 등을 진단하라는 것입니다.

 

대안적 진단 기법 - 조직에너지 프로파일링(Organizational Energy Profiling)

이 두 가지 관점을 결합한 기법으로 조직에너지 프로파일링을 소개드립니다.

이는 글로벌 전략 분야의 구루인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Sumantra Ghoshal 교수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기업들을 컨설팅 하던 중 기업문화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경영진이 컬처 서베이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점수가 아니라 사업 실행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부정적 에너지의 파악이라는 것이죠.

가족 드라마를 떠올려보실까요? 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밤늦게 들어오지만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감지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와 임원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것을 원한다는 것이죠. 그는 경영진은 임직원들에게서 느껴지는 갈등이나 피로도 같은, 이른바 케미스트리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컬쳐 서베이를 통해서 케미스트리를 구성하는 긍정적‧부정적 에너지들을 수치로 제시하라고 조언합니다.

다행히도 고샬 교수의 논지는 다른 석학들에 의해서도 계승되는데요, 대표적인 방법이 조직 에너지 프로파일링(Organizational Energy Profiling)입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기업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들은 크게 생산적‧안정적‧관성적‧파괴적 에너지 등의 네 유형들로 나누어집니다.

생산적 에너지는 구성원들이 조직 목표 달성에 열의를 갖고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힘인데요, 주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조직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안정적 에너지란 주어진 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효율화하는 힘입니다. 주력 사업의 등락이 심하지 않았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죠. 관성적 에너지는 구성원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는 등 무기력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말하는데요, 경영진이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늘 뭔가 새로운 것만 찾는 조직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파괴적 에너지는 사내 갈등인데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된 기업에 만연해 있죠.

네 가지 에너지별 수준은 임직원 설문을 통해 0에서 100까지의 점수로 나옵니다. 이때 어떠한 긍정적 에너지도 100은 될 수 없고 부정적 에너지 또한 0이 될 수는 없습니다. 생산적 에너지가 높다고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과도할 경우에는 구성원들의 번 아웃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너무 많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기 때문에 초점도 잃기 쉽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과제를 과감히 버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정적 에너지가 지나치면 무사안일로 빠져 환경 변화들을 경시하게 되죠. 그래서 이때는 의도적으로 기존의 관행을 바꾸는 조치가 도출되는데요, 예를 들어 현장 접점에 있는 중간관리자들에게 전략 수립을 맡기는 방법이 자주 쓰입니다. 관성적 에너지가 과도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 식으로 경영진의 변화 노력에 하는 척만 하게 됩니다. 파괴적 에너지가 크면 조직 정치가 난무하죠. 이를 줄이려면 임직원들이 솔직하게 생산적인 갈등을 배출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조직에너지 프로파일링은 유럽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널리 활용되어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는 석학들이 책으로도 정리했고 컨설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원분께서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적용이 가능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장 쉽게 접목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말씀드렸는데요. 다음 달에는 진단 영역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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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균(sense maker)
경영인프라 관련 소음과 신호의 구분, 그리고 의미 제시
HR/조직/기업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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