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SK 아카데미 권석균 Research Fellow입니다. 벌써 9월도 절반을 지나고 있네요. 저는 어느 일하는 방식 혁신 연구에서 ‘부지런한 비효율’이라는 용어로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는데요, 요즘 제가 딱 그렇습니다. 회사 생활을 20년 넘게 해도 평상심은 쉽사리 길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는 하시는 일들 모두 잘 풀리시기 기원합니다.
지 지난달부터 기업문화 진단에 관련된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마지막 편을 올려봅니다.
Revisit 기업문화 3차원 모델
경영 연구를 하다보면 경영 구루들의 클래식 저서들을 자주 접합니다. 마치 Oldies but Goodies Pop을 듣는 것처럼 감탄을 자아내는데요. 기업문화에 있어서는 MIT 대학 에드가 샤인(Edgar Schein) 석좌교수님이 그런 분입니다. 오늘날 기업문화에 대한 개념 - ‘기업이 외부 환경 적응과 내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임직원간 공유하는 가정/신념/가치와 이에 기반한 행동패턴’-을 정의하셨구요, 심리적 안전감도 이미 1960년대에 제시하셨죠.
기업문화 3차원 모델도 샤인 교수님의 역작입니다. 기업문화 구성 요소로 세 가지 – 어썸션(Basic Assumption), 밸류(Espoused Value), 아티팩트(Artifact)를 제시하시는데요. 어썸션은 임직원들 사이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무형의 관점입니다.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표방하는 가치인 밸류 즉 핵심가치를 명문화하죠. 그리고 밸류를 구현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각종 제도나 관행이 뒤따르는데 이를 아티팩트라고 부릅니다.
이 모델은 기업문화의 개념만이 아니라 진단 영역을 정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세 개 요소를 그대로 쓰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썸션과 눈에 보이는 아티팩트의 두 가지로만 나누기를 추천드립니다. 둘을 다른 용어들로 정리해보죠. 어썸션이란 경영진의 철학과 회사의 성공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생각의 틀을 말하구요. 아티팩트는 어썸션을 지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나 관행/상징물 등입니다. 보고 방식, 투자 기준, 평가/보상 제도 등 회사 생활에서 관찰되는 대부분이 아티팩트에 해당하죠. 그렇다면 둘 중에 어디를 진단해야 할까요?
진단 영역: 아티팩트(Artifact) vs 어썸션(Basic Assumption)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문화 진단은 아티팩트를 대상으로 해왔는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임직원들이 의견을 내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보다는 보이는 대상에 대해 생각을 말하기 편하기 때문이죠. 주관 부서 입장에서도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함께 만들었다고 어필할 수 있습니다. 컬쳐 서베이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도 아티팩트 진단의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티팩트는 어썸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아티팩트가 바뀌면 근간에 있는 어썸션도 바뀔까요? 물론 가능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세련미가 없다고 평가되던 K대 대학원 휴게실에 와인을 갖다 놓았더니 학생들의 행동이 고급스러워졌다는 연구가 대표적 사례인데요. 참고로 저는 K대가 어디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K대 출신입니다. 그러니 K대 폄하는 아님을 밝힙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의 모습을 대입해볼까요? 컬쳐 서베이는 오랜 기간 같은 방식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경영진은 개선안의 효과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죠. 보다 근본적이고 영향력이 큰 솔루션을 원한 지 오래인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어느 CEO는 “이제는 과일 상자에서 맨 윗부분만 싱싱한 과일로 덮을 것이 아니라, 맨 아래에 상한 과일을 솎아내는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 방식의 변화를 주문하기도 하셨죠.
이처럼 혁신적인 방식을 압박받고 계시다면 어썸션 진단을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어썸션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요? 힘 빠지는 이야기이지만 바로 이 점이 어렵습니다. 어썸션은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다양한 조직이론에 정통하고 해당 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오랜 기간 관찰해야 한다는 점, 더욱이 이를 충족하는 전문가들 또한 많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죠.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어쎰션 분석 방법으로 Business Case 분석을 제안하는데요, 저 또한 이렇게 접근한 적이 있습니다. 경험을 간략하게 말씀드려 봅니다.
어쎰선 진단 방법 – Business Case(성공&실패) 분석
회사에는 매년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기대에 미흡한 프로젝트 또한 있기 마련인데요, 이 둘에 대한 과정을 해부해보면 어썸션을 바꿀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S사에서는 왜 신사업이 길러지지 않는가?’를 주제로 이 방법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우선 CEO 인터뷰를 통해 최근 3년간 추진했던 신사업 프로젝트들 중 성공·실패 사례를 두 가지씩 선정했습니다. 이 작업이 전체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는데요. 우선 실패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참여 멤버들이 버젓이 있는데 누군가가 ‘그 프로젝트는 실패였어’라고 말하기가 껄끄럽습니다. 성공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멤버들도 스스로 ‘성공했어’라고 말하기는 겸연쩍고 주위의 시샘도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사안은 전적으로 CEO께서 골라 주셔야 합니다.
이어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멤버들 중 이 회사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과 얼마되지 않은 사람들을 따로 Interview합니다. 주요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프로젝트의 성공·실패를 좌우했던 크리티컬 모멘트는 무엇인가? 그 때 어떻게 행동했나? 서로에게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왜 그런 모습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등이었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눈 이유는 회사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감지하지 못하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는 극히 이상했던 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마지막으로 인터뷰 결과에 대해 연구팀이 브레인스토밍을 했는데, 이 때는 조직이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멤버들이 말한 가지각색의 의견들을 선명한 개념들로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죠. 이상의 과정을 통해 S사의 신사업이 잘 되지 않는 네 가지 문화적 요인들을 뽑을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투자 기준이나 조직 KPI 등 사업에 밀접한 시스템 개편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컬쳐 서베이의 한계와 보완 방향을 말씀드렸는데요. 크게 보면 서베이라는 틀을 유지한 상황에서의 개선과 이를 버리는 방법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제가 드린 말씀들이 회원님께서 시도해 볼만한 아이디어를 얻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