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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과 우리다움으로 조직 유형 분류하기

나다움과 우리다움으로 조직 유형 분류하기

나다움과 우리다움은 왜 강점 진단의 접근 방식과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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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인가HR인가Sep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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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과 우리다움으로 조직 유형을 분류할 수 있을까?

1.

나다움을 개인의 자율성과 고유성, 우리다움을 집단의 연결성과 연대감이라고 한다면 이 두 가지 축을 활용해 조직의 특성을 구별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고유성(나다움)은 조직 내 각 구성원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기 색깔을 살릴 수 있는지를, 집단의 연결성과 연대감(우리다움)은 구성원들이 서로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유대감을 느끼는지를 의미한다.

나는 이 두 가지의 축의 수준과 상태에 따라 업종이나 조직 규모를 불문하고 팀 안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일하는 방식과 리더십의 장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제조업과 IT 플랫폼, 외국계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분야의 회사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

A 영역의 조직(팀)은 구성원이 자기다운 재능과 개성, 전문성을 활발히 펼치면서도 강한 공통체 의식과 상호 협력이 시너지로 작동하는 이상적 형태의 조직이다. 그야말로 '자기답게 일하면서 우리답게 협업하는' 이상적 문화를 갖추고 있는 곳. 구성원들의 서로의 역량을 알아서 조합해 프로젝트를 만들고, 추진 과정에서 민첩하게 조율하며, 서로의 상호작용과 적응력이 매우 높은 팀으로 볼 수 있다.

B 영역의 조직(팀)은 강한 소속감이나 집단 결속이 강조되나 구성원 개개인의 독특함이나 자유로운 발상은 존중받지 못하는 조직이다. 아이돌 그룹으로 비유하자면 맞춰진 안무처럼 칼군무는 뛰어나지만, 개성 있는 독무(솔로)는 보기 힘든 팀. '우리 팀은 하나다'라는 의식이 강해 조직 목표 일치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그 방식이 수직적 통제나 강한 동질화 압력에 의존될 수 있다.

C 영역의 조직(팀)은 구성원 모두가 자기다움을 드러내기 힘들고 연대감도 낮은 조직이다. 즉, 구성원 각자의 독립적 사고나 행동 발휘가 거의 없고, 협력이나 공동 목표 의식도 희미해서 사실상 서로 분절되어 있는 상태. 갈등이나 충돌이 표면화되지 않아서 겉보기로는 평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장기 침체 가능성이 존재한다.

D 영역의 조직(팀)은 구성원 개개인이 자기 일에 대한 책임이 높고 독립적으로 행동하지만, 협력적 문화나 상호 지원 체계가 약한 조직이다. 즉, 유능한 개인은 많을지 몰라도 조직 차원의 추진력이나 시너지가 부족한 상태. 때로는 각각의 '에이스'들 간 충돌이 있을 수 있어 복잡한 문제 해결에 한계를 경험하고, 협력보다는 개인 성과 극대화에 집중이 되는 경향이 있다.


3.

최근 조직개발 장면에서 '강점' 진단이 많이 활용되는 것을 본다. 강점을 기반으로 한 조직개발 접근 방식이 유용할 때도 있으나, 나는 몇 가지 이유로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1) 행동 중심적으로 보이는 역량만을 측정하여 다소 표면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 강점은 어떤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가를 고려하지 않는다. 팀 문화나 리더십과 무관하게 개인 특성이 추출되기에 균형에 대한 통찰이 다소 아쉽다. (물론 이 부분은 FT의 전문성에 따라 워크숍 내에서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3) '강점은 어떻게 잘 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강점 발현의 내적 기반을 이해하지 못한다.

4) 강점 진단은 개인의 인식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조직문화나 집단 동역학을 진단하거나 전환하는데 제한적이다.

5) 조직에서 강점을 성과와 연결하려는 압박이 강해, 서로의 존재 차이를 존중하기보다는 어떤 강점이 더 조직에 유리한가로 귀결되는 도구주의적 활용에 머물기 쉽다.

4.

나다움과 우리다움은 조직 내 '존재 방식'이다. 강점이 '어떻게 잘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나다움과 우리다움은 '내가 왜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사람이 현재 어떻게 존재하느냐는 생각과 믿음,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존재 방식은 이전에는 그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된 환경과 그에 따른 생각, 믿음이 있다.

나다움은 개인의 자기표현, 자율성, 주도성과 연결되고, 우리다움은 신뢰, 협업의 방식과 연결된다. 따라서 조직문화를 함께 바라보고 논의할 수 있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강점이 발휘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동료들과 함께 이해하고 설계할 수도 있다. 강점은 분류하지만, 나다움과 우리다움은 서로 다른 리듬과 존재방식의 공존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다양성 존중 기반의 협업 구조 설계에도 유효하다. 현재 상태를 측정하는 강점과는 달리 나다움과 우리다움은 '지금 어떻게 존재하는가' 에서 시작해 '앞으로 우리는 어떤 존재로 변화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기에 진화와 관계의 흐름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나다움과 우리다움은 관계 전환에 도움을 주어 '말해도 괜찮고, 다르게 접근해도 괜찮은 조직'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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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을 이야기하는 책을 한 권 펴냈다. 나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답게 일하고 즐겁게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이 철학에 공감해 주는 동료분들과 연대를 이루어 커뮤니티를 만들고도 싶다. 그리고 앞으로,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worker)이 어느 조직에 들어가든 자기답게 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직 안에서 자기다움을 존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될 수 있도록, 그 자기다움이 스스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스스로 다짐을 해보자면, 속도보다 존재의 밀도를 세심히 돌보는, 그러면서도 풍성한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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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인가HR인가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ㆍ작가 ㆍ지금은 프리워커
경영학과 심리학의 경계에서 조직의 본질을 탐구하는 조직개발(OD)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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