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이 되면 기업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한 해 동안 달려온 성과가 숫자로 정리되고, KPI 실적이 제출되며, 임원과 팀장들은 2027년의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시즌이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마음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올해의 성과는 어느 정도 결정되었다고 생각하고, 남은 시간은 마무리해야 할 업무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일로 채워진다. 또 조직 개편의 시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정말 올해는 끝난 것일까?
남은 두 달이 이미 제출한 성과를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내년의 성과를 만들어 낼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까지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는 반전은 성과의 숫자가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헝첸 다이(Hengchen Dai), 캐서린 밀크먼(Katherine Milkman), 제이슨 리스(Jason Riis)는 2014년 발표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새해, 생일, 새로운 학기처럼 의미 있는 시간적 경계를 만날 때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려는 동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시간적 랜드마크 효과(Temporal Landmark Effect) 또는 새로운 출발 효과(Fresh Start Effect)라고 부른다.
시간적 랜드마크는 과거의 자신과 앞으로의 자신을 심리적으로 구분하게 만든다. 어제까지의 실패나 미완성된 과제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새로운 출발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시작을 1월 1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새해가 되어야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1월 1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적 경계가 될 수 있다.
리더가 남은 두 달을 단순히 올해를 정리하는 기간으로 설명한다면 구성원들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반대로 이 시간을 내년의 성장을 준비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제시한다면 팀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올해는 이미 끝났다."
라는 말과
"지금부터 2027년의 첫 번째 두 달을 시작해 보자."
라는 말은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른 의미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만으로 행동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두 번째로 살펴볼 이론이 목표경사 효과(Goal Gradient Effect)이다.
이 개념은 클라크 헐(Clark Hull)의 초기 연구에서 출발했으며, 키베츠(Kivetz), 우르민스키(Urminsky), 정(Zheng)은 2006년 소비자 행동 연구를 통해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인식할수록 목표를 향한 노력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목표가 멀리 있을 때보다 가까이 있다고 느낄 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이 보이는 순간 마지막 힘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조직에서는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2027년의 목표는 아직 멀리 있다. 반면 2026년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거나, 이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구성원은 어느 쪽에도 충분한 에너지를 쏟지 못할 수 있다.
바로 이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남은 두 달 동안 달성 가능한 작지만 의미 있는 결승선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고객 만족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팀이라면, 남은 기간에 모든 수치를 만회하겠다는 무리한 목표보다 고객 불만의 핵심 원인을 찾아 개선안을 실행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새로운 AI 시스템을 도입한 조직이라면 도입률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실제 업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구성원이 남은 기간에 의미 있는 진전을 경험하면, 그 경험은 다음 해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장애가 등장한다. 바쁜 일정, 부서 간 갈등, 익숙한 업무 관행, 구성원의 피로,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그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겐(Gabriele Oettingen)의 WOOP이다.
WOOP은 Wish(바람), Outcome(기대하는 결과), Obstacle(내적 장애요인), Plan(실행계획)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 자기조절 방법이다. 바람직한 미래를 상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가로막는 자신의 습관이나 생각을 찾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연결한다. 또한 회고의 프로세스 이기도 하다.
이를 2027년을 준비하는 팀에 적용해 볼 수 있다.
한 팀이 내년에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한 업무시간 단축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더 깊이 사고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팀이 실제로 마주하는 장애는 무엇일까?
AI 활용 능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AI가 제시한 답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익숙한 습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행계획은 달라진다.
"AI를 더 많이 사용하자."라는 선언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할 때마다 우리 팀만의 판단과 반대 관점을 한 가지 이상 추가하자."라는 구체적인 행동 약속이 필요하다.
이처럼 WOOP은 목표를 향한 낙관을 현실적인 실행으로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장애요인을 미리 예상하고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렇게 행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이론은 10월 말의 조직에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시간적 랜드마크 효과는 "우리는 언제 다시 시작할 것인가?"를 묻는다.
목표경사 효과는 "남은 시간에 어떤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 것인가?"를 묻는다.
WOOP은 "그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결국 리더십의 문제로 연결된다.
임원은 2027년의 사업 방향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면서, 구성원들이 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맥락을 공유해야 한다. 팀장은 그 방향을 구성원들이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목표와 일상의 행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특히 연말 1on1에서는 올해의 성과를 평가하는 대화만으로 끝내지 않아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구성원이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강점을 새롭게 발견했는지, 내년에 어떤 역할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은 두 달은 올해의 미완성된 성과를 억지로 만회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내년에 반복하고 싶은 행동을 미리 연습하고, 변화에 필요한 자신감을 쌓으며, 새로운 협업의 방식을 실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조직문화 역시 거창한 선언보다 이러한 작은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2027년의 성공은 2027년 1월에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가에 따라 내년의 출발점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반전을 극적인 결과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반전은 결과가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순간 시작된다.
남은 두 달이 올해의 모든 성과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의 가능성을 바꿀 수는 있다.
좋은 리더는 끝나가는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출발점과 작은 결승선을 발견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어쩌면 2027년의 가장 큰 반전은 내년 1월이 아니라, 바로 지금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 번째. 시간적 랜드마크 효과
— 새로운 출발점 만들기
2026년의 경험을 정리하고 2027년을 향한 심리적 출발선을 만드는 질문이다.
2026년의 성과를 돌아볼 때, 우리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경험과 내려놓아야 할 관행은 무엇인가?
2027년에는 우리 팀이 어떤 팀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남은 두 달을 2027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무엇을 다르게 선택해야 하는가?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작을 체감하도록 리더는 어떤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는가?
두 번째. 목표경사 효과
— 작은 결승선 설계하기
먼 미래의 목표를 구성원이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목표로 전환하는 질문이다.
2027년의 목표를 위해 남은 두 달 동안 완성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
구성원들이 자신의 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나 경험은 무엇인가?
올해의 미완료 과제 중 반드시 마무리할 것과 내년으로 전환할 것은 무엇인가?
12월 말에 구성원들이 "우리는 이미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느끼게 할 변화는 무엇인가?
세 번째. WOOP
— 변화의 장애를 실행계획으로 전환하기
기대하는 미래와 현실의 장애를 함께 살펴보고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질문이다.
Wish: 2027년에 우리 팀이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Outcome: 그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구성원과 고객은 무엇을 다르게 경험하게 되는가?
Obstacle: 변화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은 우리의 익숙한 생각이나 행동 습관은 무엇인가?
Plan: 그 장애가 나타나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다르게 행동할 것인가?
아래 항목은 연말 리더십 점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준비하거나 실행한 항목에 체크하면 된다.
리더십 준비도 자가 점검
1. 새로운 시작의 설계
-2026년의 성과와 경험을 구분해 회고하였다.
-2027년 우리 팀이 지향하는 모습을 구성원과 함께 정의하였다.
-11월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선언하고 그 의미를 공유하였다.
-올해의 관행 중 유지할 것과 바꿀 것을 구분하였다.
-구성원과 2027년의 성장 방향에 대해 1on1을 진행하였다.
2. 작은 결승선의 설계
-12월 말까지 달성할 수 있는 핵심 목표를 선정하였다.
-팀의 목표를 구성원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으로 구체화하였다.
-진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합의하였다.
-작은 성공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올해의 미완료 과제를 정리하고 내년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하였다.
3. 실행을 지속하는 구조
-2027년의 핵심 바람과 기대 결과를 구체화하였다.
-변화를 방해하는 팀의 익숙한 사고·행동 패턴을 탐색하였다.
-예상되는 장애에 대한 If–Then 실행계획을 만들었다.
-변화의 장애가 되는 조직의 구조와 자원 문제도 별도로 점검하였다.
-정기적인 1on1과 팀 회고를 통해 실행계획을 조정하기로 하였다.
이 체크리스트는 AI와 함께 생성해본 실천을 위한 자체 점검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