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팀원이 '완료'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둡니다.
'지라에 등록했으니까 끝.' '메일 보냈으니까 끝.' '보고서 올렸으니까 끝.'
하지만 실행의 관점에서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내 결과물을 받은 동료가 아무 질문 없이 다음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일이 끝납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 사례입니다. 고객사의 시스템 오류를 접수하는 운영 담당자와, 그 오류를 수정하는 개발자가 한 팀에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고객사 팀장에게서 항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별것 아닌 오류 하나 고쳐 달라고 요청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왜 아직도 해결이 안 됩니까? 우리 업무를 마비시킬 작정입니까?"
당황한 팀장이 원인을 파악해 보니 상황은 이랬습니다. 운영 담당자는 고객의 VOC를 접수해 협업 도구인 지라에 정확히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젝트 마감에 쫓기던 개발자는 알림을 놓쳤고, 그 요청은 2주 동안 시스템 한구석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팀장이 운영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2주 동안 처리가 안 되면 한 번쯤 확인해볼 수 있었잖아. 궁금하지도 않았어?"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저는 시스템에 제대로 등록했는데요. 처리는 개발자 담당이잖아요."
더 놀라운 사실은 두 사람의 자리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의자를 돌려 3초면 "박 과장님, 이거 확인하셨어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1미터도 되지 않았지만, 심리적 거리는 지구 반대편보다 멀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운영 담당자를 탓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아는 기준으로는 일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접수했고, 등록했고, 누락 없이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그 팀에는 '이 업무는 언제 끝난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없었습니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에게 가장 편한 지점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리고 그 마침표는 대개 일이 내 손을 떠나는 순간입니다. 앞사람이 바통을 제대로 쥐여 주지 않으면 뒷사람은 뛸 수 없습니다. 내 일 다음 단계에서 일하는 동료가 곧 나의 고객입니다. 오류 내용을 시스템에만 던져 두는 것은, 식당 홀 직원이 주문서를 주방 바닥에 던져 놓고 "저는 전달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조율의 방치'라고 부릅니다. 조직은 일을 나누는 데는 익숙하지만, 나눈 일을 다시 합치는 과정에는 놀라울 만큼 서툴다는 것입니다. 협업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상당수는 각자가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일과 일 사이의 이음새를 아무도 자기 몫으로 여기지 않아서 생깁니다.
이 사건 이후 해당 팀장은 팀에 규칙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업무는 반드시 더블 체크한다. 시스템에 등록한 뒤, 구두나 메신저로 한 번 더 알린다."
이것이 애자일에서 말하는 DoD(Definition of Done), 즉 '완료의 정의'입니다. 원래 스크럼에서는 산출물이 갖춰야 할 품질 기준을 뜻하는 개념인데, 이를 팀 협업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이 일을 언제 '끝났다'고 부를 것인지, 일을 시작하기 전에 팀이 미리 합의해 두는 것입니다. 우리 팀에도 이 기준이 필요합니다. "VOC 처리했어요?"라는 질문에 모든 팀원이 같은 의미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협업의 바통이 끊기지 않습니다.
[예시: 운영팀의 '오류 접수 완료' DoD]
(X) 막연한 기준 - 지라 등록 완료 시
(O) 명확한 기준
1. 지라에 오류 내용과 캡처 이미지 등록
2. 우선순위(긴급/보통) 설정 완료
3. 담당 개발자에게 메신저나 구두로 "시스템 오류 사항 등록했습니다"라고 알림(Double Check)
4. 개발자가 "확인했습니다"라고 답변
4번까지 완료되어야 이 팀에서는 운영 담당자의 VOC 처리 업무가 끝난 것으로 인정합니다. 개발자가 답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당자는 다시 가서 어깨를 두드려야 합니다. 기준이 명확해지면 팀의 언어가 바뀝니다. 팀원들은 "제 담당 아닌데요"라는 말로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아직 확인 답변을 받지 못해서 제 일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대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주 팀 회의에서 딱 한 가지만 해 보시길 권합니다. 팀에서 가장 자주 손을 옮겨 다니는 업무 하나를 고르고, "이건 어디까지 해야 끝난 걸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한 번의 대화가 사고를 막습니다.
내 일의 끝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사람이 시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끝입니다.
여러분의 팀에서 '완료'는 어디까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