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커리어 성장의 세 가지 관계 - 멘토,스폰서, 피어그룹

내가 경험한 커리어 성장의 세 가지 관계 - 멘토,스폰서, 피어그룹

이 셋 중 얼마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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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장소영Aug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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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스폰서, 피어그룹 — 내가 경험한 커리어 성장의 세 가지 관계

지난 편에서는 멘토링에 대해 썼다. (다시보기 - Pay it forward)

이번 편은 그 연장선이다. 커리어 조언을 들을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는 멘토지만, 실제로 커리어를 밀어 올리고 확장하는 관계는 세가지 관계의 조합이다.

나는 신규 입사자 교육이나 리더십 교육에서 오프닝을 하게 되면 항상 참석자들에게 다음 질문을 한다.  

“어떤 조직에서 잘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세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석자들은 대답한다.  “뛰어난 성과요, 역량이요, 리더십이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요!”

“다 맞는 말인데, 관계와 환경측면으로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답이 나오기 시작한다.

멘토, 스폰서, 피어그룹 (Mentor, Sponsor, Peer group).

셋은 역할이 다르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 않는다.

멘토: 조언하는 사람

멘토는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커리어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판단이 흐려질 때 피드백을 준다.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답을 찾을 수 있다.

스폰서: 내 이름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사람

스폰서는 조직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원이라하면, 버짓, 업무 시간, 업무 우선순위 등이다. 대개는 직속 상사나 차상위 매니저가 스폰서의 역할이다. 멘토는 나와 대화하고, 스폰서는 내가 없는 자리에서 힘 있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말한다. 멘토링과 스폰서십의 차이는 여러 연구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멘토링은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실제 승진과 중요한 기회는 스폰서십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팀원들에게  멘토보다 스폰서 역할에 더 무게를 둔다. 멘토는 상대적으로 쉽게 찾을수 있다. 눈을 반짝이며 “제 멘토가 되어 주시겠어요?” 라는 요청에 거절할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스폰서는 본인이 선택해서 찾을 수 없다. 상사에게/차상위 매니저에게 “제 스폰서가 되어 주시겠어요?”  라고 해서 얻을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스폰서는 “내가 당신의 스폰서가 되겠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여러명일때도있다. 누군가는 프로젝트 리드 기회에, 누군가를 승진 논의에서 내 이름을 언급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역할의 기회를 연결해준다. 스폰서를 얻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조직장 입장에서 스폰서 역할에 충실하려면, 그 구성원의 역량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확신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함께 일한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증거로 축적되고, 여러 상황에서 보여준 판단과 실행의 결과가 믿음으로 치환된다.

그래서 리더로서 내 철학은 단순하다. 내 팀원의 성과가 드러나도록, 그래서 그가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돕는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승진 기회가 제한적이다. 그리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단일 국가가 아니라, 리전,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하게 된다. 예를들어, Talent review  에서  전세계 HR 인재들을 각국 HR 리더들이 함께 리뷰한다. 그 과정에서 더이상 경쟁은 한국 HR 끼리가 아니라,아시아 전체, 글로벌 HR 인재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역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생긴다. 탤런트 리뷰 테이블에 올라오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때부터는 누가 좀더 유능한가보다, 누가 더 넓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는지, 누가 더 알려져있는지, 직속 조직장 외에 다른 결정권자 중 누가 이사람에 대해 말할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한국에서 아무리 날고 기고 훌륭한 성과가 있어도 드러나지 않으면 승진의 문을 넘지 못한다.  마치 방안의 호랑이와 같다. 아무리 강해도 우리 밖에서는 그 존재를 알수가 없다. 호랑이가 포효할 무대가 있어야, 그 힘도 보인다.

나도 첫 해외출장, 프로젝트 리드 경험, 첫 리더십, 승진 및 독일에 오기까지, 각 전환점마다 조직 내 스폰서들의 지원을 받았다.  기회는 나에게 도달하기 전에, 조직 내 힘이 있는 다른 결정권자들 사이에서 논의된다. “누구에게 맡길까?” 라는 질문에 누군가 내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오게 된다. 내부 승진이나 인사변동의 경우, 공고가 떠서 지원해서 잡는 경우도 있겠지만, 중요한 커리어 기회의 상당수는 내가 없는 자리에서,  해당 논의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사이에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글로벌 프로젝트든, 발표기회든 평소에 내 팀원의 비저빌리티를 확보하는 걸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결정권자들 눈에 띄지 않으면 승진 논의 테이블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다.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리는 게 스폰서의 일이고, 나는 그걸 매니저의 핵심 역할로 본다. 그렇다고 역량 없는 팀원을 무조건 내 사람이라고 감싸는 것이 아니다. 실력과 열정과 근성이 있는 팀원이 본인의 기여에 대해 정당한 인정과 보상,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뛰어난 구성원들일수록 자신의 성과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그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성과인지 체감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다들 알겠지, 굳이 내가 이야기 안해도 알겠지 하는 겸손모드에 들어가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만국공통인것 같다) 조직은 생각보다 바쁘고,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사람의 성과를 그렇게  자세히 관심있게 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과 그 성과가 알려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스폰서는 그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스폰서십을 정치력이나 줄서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말하는 스폰서십은 다른 개념이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억지로 밀어주는게 아니라,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보이지 않아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생기지 않도록, 정당한 기회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스폰서십은 일종의 신뢰의 결과이고, 기회의 공정한 연결에 가깝다.    

피어그룹: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동료(선의의 경쟁자)

세 번째는 잘 언급되지 않지만 어찌보면 Learning on the job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이다. 나와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도전을 하고 있는 동료들.  Peer group 은 나에게 직접 무언가를 해주지는 않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 지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방식,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 커뮤니케이션 스킬, 새로운 트렌드를 어떻게 파악해서 자기계발하고 있는지 등 벤치마킹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가 작동하려면 전제가 하나 있다. 상대를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참고할 대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냥 경쟁자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임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어그룹은 불안의 원천, 시기와 질투 유발하는 비교대상이 된다. 전환이 되면 가장 꾸준한 동기부여 장치가 된다.  컴페티터/피어그룹은 남이 정해주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는게 좋다. 리더가 정해주면 경쟁심만 자극될 수 있다. 내가 배우고 싶은 사람, 나를 자극하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면 선의의 경쟁자는 건강한 성장동력이 된다.

실제로 동료들과 업무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가장 좋은 복지는 탁월한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같은 프로젝트, 같은 회의, 같은 협상 테이블에 있으면서 저 사람의 방식을 보고 내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업무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복잡한 통계도 뚝딱뚝딱 금방 볼수있게 자동화 템플릿을 만들어준 엑셀/코딩 천재 동료, 발표에서 스토리텔링을 특히 잘했던 동료, 조직내 사람들간의 갈등을 잘 중재하는 동료, 타 부서에서 HR 로 전배와서 회사 밸류체인에 대해 특히 이해가 깊던 동료, 이메일을 특히 간결하게 잘쓰는 동료 등. 이런 동료들에게서 배우는 노하우와 자극은 어떤 교육 프로그램보다 강력하다. 자연스럽게 성과에 대한, 역량에 대한 기준이 올라가게 된다. 탁월한 동료는 나의 성장속도를 배가시킨다.  

조직장이 되고 나면 이 피어그룹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 같은 팀, 같은 부서 안에서만 비교 대상을 찾으면 시야가 금방 좁아진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조직 밖이나 다른 산업까지 넓혀서 벤치마킹 대상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계해야하는 것은 본인의 네트워크 안에서 스스로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되거나 (혹은 그렇게 느끼는 환경)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 곁에 있어야 내가 무엇을 잘 모르고 있는지 계속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무지의 영역을 채워나갈수 있는데,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면, 채울수가 없다. 탁월한 피어그룹은 내 맹점을 찾아주고, 정체되지 않게 해준다.

세 관계는 겹치지 않는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그 프로그램 하나로 멘티의 커리어 전체를 감당할 수는 없다. 멘토가 방향을 잡아줘도 결정권자 앞에서 이름을 대신 말해줄 스폰서가 없으면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 스폰서가 문을 열어줘도 매일 매일의 실행력을 끌어올릴 벤치마킹 대상이 없으면 그 기회를 채울 역량이 쌓이지 않는다.

셋 중 하나만 있어도 도움은 된다. 하지만 조직에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셋을 동시에 갖춘 사람과 하나만 가진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이직할때마다 나는 이 세가지 역할을 해줄 사람이 있는지 조직에서 찾았고,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할때도, 이 세가지 역할 중 하나라도 채워져 있는지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으면 그 조직에서의 성장은 제한적이다. 성장이 중요한 가치인 사람에게 성장성이 없는 조직에서의 생활은 의미와 동기를 잃어과는 과정이다.

지금 본인의 네트워크를 점검한다면, 이 세 역할이 각각 채워져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리더라면,  내 팀원들에게 나는 이 셋 중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물어볼 만하다.  커리어는 혼자 만들수가 없다. 어떤 회사에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조직에서 나를 성장시킬 관계와 사람들이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소영
장소영
조직과 개인의 변화-성장-성과를 지원하는 HR파트너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인사팀장을 거쳐, 글로벌 기업 독일 본사에서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인사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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