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다 더 버거운 게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팀장님, 시도 때도 없이 반박하는 동료, 이유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 그 사람만 없으면 출근이 훨씬 덜 괴로울 것 같다고 생각해본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불편한 관계는, 대부분 갈등의 형태로 드러나곤 합니다.
회의 자리에서의 냉랭한 분위기, 메신저로만 대화하는 사무실, 말은 안 하지만 서로 피하고 있는 낌새. 그런데 이런 갈등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원인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데이비드 번즈는 『관계 수업』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이 상대방과의 친밀함인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갈등 속에서 얻는 어떤 ‘이득’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랑 대신 증오를 선택하게 되는 12가지 심리적 동기를 소개합니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존심과 수치심
정의감과 공평함
분노와 복수심
피해자 역할에서 얻는 은근한 만족감
이 동기들은 우리가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보다 갈등을 지속시키는 쪽으로 더 많이 기울게 만듭니다.
나도 모르게요.
김 팀장이 매번 회의에서 단호하고 직설적인 말투로 피드백을 합니다. 팀원은 반복해서 상처를 받았고, 그 팀장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점 입을 닫고, 그 사람을 피하려 듭니다.
하지만 팀원도 알고 있습니다. 팀장이 일부러 자신만을 겨냥해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의 마음에는 이미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그리고 갈등은 계속됩니다.
이때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정말 그 사람만이 문제일까요? 나는 이 갈등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데이비드 번즈는 『관계 수업』에서 CIT(Cognitive Interpersonal Therapy, 인지적 인간관계 치료)라는 접근을 소개합니다. 그는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생각을 말합니다.
갈등에는 늘 나의 몫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든 갈등을 유지시키는 데에는 양쪽 모두의 몫이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 몫을 인정하는 일은 고통스럽습니다.
자기 성찰은 불편하고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종종 갈등이라는 상황 자체로부터도 작지만 익숙한 보상을 받고 있기에, 쉽게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가능합니다.
‘남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할 때 관계는 정말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랜 불신도 실제로는 순식간에 역전시킬 수 있다.”
단, 그 기적은 내가 기꺼이 고통을 감수할 의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사람 때문에 매일이 괴롭다고 느껴질 때, 진짜로 필요한 건 정답보다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용기 말입니다.
불편한 관계가 있다면, 그 안에 나의 몫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무겁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동시에, 우리가 관계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품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갈등을 회복의 기회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실전 대화법과 인지적 기술들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스스로를 향한 따뜻함을 놓지 않은 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CIT의 구체적인 실천법을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방어하지 않고 듣는 방법’, ‘화가 날 때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연습’, 그리고 ‘대화를 회복시키는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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