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리의 말과 네 마리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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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의 말과 네 마리의 개

人事萬史 : 칭기즈칸, 씨족에서 제국으로 ⑨
리더십임원CEO
영준
유영준Oct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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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초원 앞에서

칭기즈 칸의 조직이 커지자 ‘좋은 사람’의 의미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초창기에는 함께 싸우고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중요했다. 그러나 제국의 규모가 커지면 조직의 중심을 지킬 사람과 멀리 나가 새로운 영역을 열 사람이 동시에 필요하다.

『몽골비사』에는 칭기즈 칸의 핵심인재를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유명한 표현이 등장한다. 흔히 ‘사준’, 네 준마와 ‘사구’, 네 맹견으로 번역된다. 번역과 명단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오르추, 무칼리, 보로클, 칠라운과 제베, 젤메, 수부타이, 쿠빌라이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당시의 인재를 오늘의 조직표에 넣어 ‘운영형’과 ‘영업형’으로 나누는 것은 역사에 지금의 언어를 억지로 씌우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생각해볼 수 있다. 칭기즈 칸 주변의 핵심인재들은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칸 가까이에서 조직을 받쳤고 누군가는 멀리 나가 경계를 넓혔다. 누군가는 오랜 신뢰로 중심을 지켰고 누군가는 새로운 전장에서 결과를 만들었다.

조직이 커질수록 핵심인재를 한 줄로 세우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1. 우리 회사는

연말 인사평가를 앞둔 회사가 있다. 대표가 임원들에게 “올해 핵심인재 열 명을 뽑아보자”고 말한다. 회의가 시작되자 비슷한 이름이 올라온다.

매출 1위 영업사원, 가장 큰 프로젝트를 끝낸 개발자, 야근을 많이 하고 대표의 지시를 가장 빨리 처리하는 팀장. 모두 좋은 직원이다.

그런데 운영팀에서 사고를 막아온 사람, 신입을 잘 키우는 사람, 고객불만을 조용히 해결하는 사람은 명단에 잘 올라오지 않는다. 대표가 묻는다.

“그 사람들은 핵심인재가 아닌가?”

임원들은 잠시 조용해진다. 평가점수로 줄을 세우면 답은 쉽다. 숫자가 높은 사람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회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내년에는 해외사업을 시작해야 하고 공장은 품질문제를 줄여야 하며 중간관리자는 새로 들어온 직원 서른 명을 정착시켜야 한다.

매출 1위 한 사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문제는 핵심인재를 한 종류의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데 있다.

조직에는 앞으로 돌진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뒤를 받치는 사람도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을 여는 사람과 내부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사람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칭기즈 칸의 ‘네 준마와 네 맹견’, 흔히 사준사구로 일컫는 기억은 이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2. 네 준마, 조직의 중심을 받치는 사람들

보오르추는 테무진의 가장 오래된 동료 가운데 하나였다. 말을 도둑맞은 테무진을 도운 이야기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 그의 곁을 지킨 인물로 전해진다.

단순히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신뢰를 쌓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칼리는 다른 유형의 인물이었다.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지만 군사적 능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큰 전선을 맡았고 중국 북부에서 장기간 역할을 수행했다. 칸 가까이에만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한 축을 독립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보로클과 칠라운 역시 각기 다른 경로로 테무진의 핵심집단에 들어왔다. 보로클은 테무진 가족과 가까운 관계 안에서 성장했고 칠라운은 어린 테무진의 탈출을 도운 소르칸 시라 집안과 연결된다. 이들을 ‘네 준마’라고 부르는 표현은 칸을 태우고 먼 길을 달리는 말처럼 조직을 지탱하는 이미지를 가진다.

현대 회사에서 보면 이런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큰 계약을 따오는 사람보다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사람,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갈등을 정리하는 사람, 조직의 기억을 지키는 사람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런 사람들의 성과는 사고가 ‘없었다’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품질사고를 미리 막고 이직하려던 핵심직원을 붙잡고 중요한 고객이 떠나지 않게 만든 사람의 성과는 매출표만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조직의 중심을 받치는 인재가 평가에서 자주 놓치는 이유다.

3. 네 맹견, 경계를 밖으로 밀어내는 사람들

‘네 맹견’으로 자주 거론되는 제베, 젤메, 수부타이, 쿠빌라이는 조금 다른 이미지다. 『몽골비사』는 이들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강한 전사로 묘사한다.

제베는 과거 적대세력 출신에서 중요한 지휘관으로 성장했다. 젤메는 초기부터 테무진 곁에 있었고 전투에서 위험을 감수한 인물로 전해진다. 수부타이는 이후 몽골 제국의 가장 유명한 장군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광범위한 원정에 참여했다. 쿠빌라이는 훗날 대칸이 되는 쿠빌라이 칸과는 다른 사람으로 군사적 역할을 맡았다. 우리가 아는 유라시아의 재앙이었던 몽골은 이 네 마리의 개가 주축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을 ‘전투를 잘했다’는 말 하나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움직이고 먼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조직의 경계를 바깥으로 넓히는 역할이 강했다.

회사에서도 이런 인재가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시장에 먼저 들어가고, 처음 만나는 고객과 관계를 만들고, 문제가 생긴 프로젝트에 들어가 구조를 바꾸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기존 프로세스와 자주 충돌하기도 한다. 규칙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직 규칙이 없는 영역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대표가 이런 사람에게 “왜 기존 방식대로 안 했느냐”고만 묻는다면 개척형 인재의 강점은 빠르게 줄어든다.

반대로 개척형 인재에게 모든 예외를 허용하면 내부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인재에게는 자유만큼 경계가 중요하다. 어디까지 시도할 수 있는지, 어떤 선은 넘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을 반드시 공유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네 맹견의 이미지도 단순한 공격성이 아니라 방향이 주어졌을 때 멀리까지 움직이는 실행력을 떠올리게 한다.

4. 같은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키우지 않다

회사의 승진체계는 사람을 한 방향으로 몰아갈 때가 많다. 실무를 잘하면 팀장이 되고 팀장이 되면 임원이 되는 하나의 사다리를 만든다. 그 결과 뛰어난 영업사원이 관리자가 되고 뛰어난 개발자가 사람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본인은 원하지 않아도 승진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좋은 실무자와 좋은 관리자가 반드시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람을 잘 설득하고 고객을 얻는 능력과 내부 인력을 평가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은 다르다. 깊은 기술을 파고드는 사람에게 사람관리까지 잘하라고 요구하면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칭기즈 칸 주변의 인재를 보면 역할의 차이가 보인다.

보오르추처럼 중심부에서 신뢰를 지켜야 강한 사람이 있었고 무칼리처럼 대칸을 대신해 중국 북부를 위임받아 금나라라는 숙적을 걱정없이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제베와 수부타이처럼 멀리 보내야 오히려 능력이 더 선명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을 모두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같은 직무로 올렸다면 각자의 장점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현대 HR에서는 직무전문가와 관리자 경로를 나누거나 핵심직무마다 다른 성장경로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같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에 맞는 기회와 책임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마다 다른 성공의 기준을 인정하는 것이다.

영업사원에게는 신규매출이 중요할 수 있지만 운영책임자에게는 사고율과 납기 안정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한 개의 평가표로 모두를 비교하면 조직은 측정하기 쉬운 사람만 높게 평가하게 된다

5. 핵심인재는 순위가 아니라 조합이다

핵심인재라는 말을 들으면 상위 10%를 떠올리기 쉽다. 평가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줄을 세워 일정 비율을 뽑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업전략을 생각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지금 우리 회사에 어떤 종류의 사람이 필요할까?

신규시장 진출이 중요하다면 개척형 인재가 필요하다. 반면 운영사고가 잦다면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사람이 중요하고 후계자를 키워야 한다면 사람을 가르치고 책임을 넘길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모든 시기에 같은 핵심인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 HR에서는 이를 Talent Portfolio라는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조직에 필요한 역량의 조합을 보는 것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한 종류의 자산만 많이 가진다고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자산은 적재적소에 적정한 만큼의 필요가 요구된다.

회사에 영업형 인재만 많으면 매출은 빨리 늘 수 있지만 운영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관리형 인재만 많으면 안정적이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지 못할 수 있다. 대표와 비슷한 사람만 핵심인재가 되는 것은 자기복제로 인한 파멸을 예고할 수 밖에 없다.

대표가 빠른 결정을 좋아하면 빠르게 말하는 사람이 능력 있어 보이고 대표가 숫자에 강하면 관계를 잘 만드는 사람의 가치가 작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대표는 실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핵심인재를 고를 때는 사람부터 떠올리기보다 필요한 역할부터 적는 것이 좋다. 우리 회사의 앞으로 3년에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그다음에 그 역할을 맡을 사람의 이름을 붙인다. 장을 볼 때 미리 리스트를 적어가는 습관과 다를 바가 없다.

칭기즈 칸의 핵심인재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강하지 않았다. 중심을 받치는 사람과 경계를 확장하는 사람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조직의 활동범위가 넓어질 수 있었다.

6. 뛰어난 사람을 작게 만들지 않는 조직

유능한 사람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쓸 자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늘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대표가 모든 중요한 판단을 하고 팀장은 전달만 한다면 판단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답답함을 느낀다.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사람에게 기존 고객 관리만 맡기면 성과가 나더라도 잠재력을 쓰지 못한다.

칭기즈 칸의 몽골은 군사적 정복과 폭력이 중심이었고 최고권력은 혈통에 집중됐다. 그럼에도 그의 핵심지휘관 가운데 여러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큰 역할을 남겼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무칼리는 중국 북부 전선의 지휘관으로 기억되고 제베와 수부타이는 러시아까지 닿은 장거리 원정의 이름으로 남았다. 보오르추는 칭기즈 칸의 가장 오래된 동료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

사실 리더의 이름이 너무 커지면 부하는 모두 익명으로 남기 쉽다. 역사 속 성공한 사람들의 이름 옆에는 그를 따라 공을 세운 부하들의 이름도 같이 따라오는 것은 사실 그만큼 부하들의 이름으로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변방에서 나오는 송건이란 인물은 서쪽 변경에서 30년이나 평한왕을 자칭했던 인물이다. 나름대로 승상을 임명하고 대소 관료를 임명했지만 그의 부하들은 이름이 전하질 않는다. 그리고 송건은 하후연의 정벌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인 칭기즈 칸 주변에는 이름이 남은 인재가 많다. 뛰어난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과 그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성과를 만들게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조직이 후자를 허용할 때 리더 한 사람의 능력이 여러 사람의 능력으로 확장된다.

현대 회사에서도 대표가 모든 발표를 하고 모든 고객을 만나고 모든 성과의 얼굴이 되면 직원은 커지기 어렵다. 중요한 고객 미팅을 팀장에게 넘기고 프로젝트의 발표를 실무자가 하게 하며 성과를 그 사람의 이름으로 인정해야 다음 인재가 자란다.

핵심인재를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 꼭 연봉만은 아니다. 자신이 더 큰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경험도 강한 이유가 된다.

또 핵심인재를 여러 유형으로 본다면 보상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신규매출을 만든 사람에게는 성과급이 강한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조직의 지식을 축적하고 후배를 키우는 사람은 같은 방식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눈에 잘 보이는 숫자만 보상하면 구성원은 결국 숫자로 잡히는 일에만 시간을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고를 미리 막은 운영책임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평범해질 수 있다. 후배 세 명을 독립적인 실무자로 키운 팀장은 자신의 실적이 분산되어 오히려 숫자가 낮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혼자 모든 일을 쥐고 있는 사람은 단기성과가 높아 핵심인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핵심인재를 정할 때는 개인의 현재 성과뿐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에 어떤 능력을 남기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혼자 잘하는 사람인지, 주변 사람까지 더 잘하게 만드는 사람인지에 따라 조직에 남기는 효과가 다르다.

7. 다시 우리 회사로

연말 핵심인재 열 명을 뽑던 그 회사로 돌아가보자. 평가점수 순서대로 열 명을 고르는 대신 먼저 회사가 앞으로 3년 동안 해야 할 일을 적어본다면 명단이 달라질 수 있다.

새 시장을 열 사람과 기존 고객을 지킬 사람.

공정을 안정시킬 사람과 신입을 키울 사람.

대표 없이도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을 지탱할 사람과 새로운 기술을 조직 안에 가져올 사람.

서로 다른 역할을 적고 나면 그제야 사람의 이름이 붙는다. 그 과정에서 기존 평가점수 1위가 모든 목록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핵심인재는 가장 뛰어난 사람 몇 명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서로 다른 능력을 빠뜨리지 않는 문제다. ‘네 준마와 네 맹견’이라는 표현을 오늘의 회사에 그대로 적용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직원에게 말과 개로 비유하면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지도 모른다.

다만 한 조직이 커지기 위해 서로 다른 유형의 인재가 필요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회사의 핵심인재 명단에는 비슷한 사람만 모여 있을까.

아니면 안정, 확장, 실행, 전문성, 육성처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이 함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성장경로가 열려 있을까. 좋은 조직은 모두를 같은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각자 가장 강한 자리에서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곳이다. 인재를 줄 세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그 조합을 설계하는 일이다.


씨족에서 제국으로, 칭기즈칸이 된 테무진의 이야기

1편. 고아로 버려진 테무진은 어떻게 자기 사람을 만들었을까
2편. 혈연이 아닌 능력을 택한 리더, 테무진

3편. 테무진과 자무카, 같은 인재를 두고 다른 조직을 만들다

4편. 무너진 조직, 다시 돌아온 사람들

5편. 적이었던 사람을 핵심인재로 쓰는 법

6편. 사람이 많아졌을 때 조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7편. 칭기즈 칸은 왜 뛰어난 부하에게 권한을 맡겼을까

8편. 부족의 우두머리에서 몽골의 칸으로


영준
유영준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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