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컨퍼런스
커뮤니티
당신이 매일 밤 잠 못 드는 진짜 이유

당신이 매일 밤 잠 못 드는 진짜 이유

피곤해도 자기 전에 넷플리스와 쇼츠를 보고 있다면?
조직문화HR 커리어코칭리더십전체
진규
한진규Mar 3, 2026
7167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저녁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이상했다. 딱히 아픈 것도 아닌데 뭔가 계속 몸이 무거운 느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운동을 좀 덜 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러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조용히 앉아 생각을 정리를 해봤다. 내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고, 저녁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전부 나인데 정작 '나'는 없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야 한다는 걸 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잠이 들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잠들고 싶지 않다. 이 시간만큼은 아무도 나한테 뭔가를 요구하지 않으니까. 넷플릭스를 켜고, 쇼츠를 넘기고,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눈을 감는다.

게으른 걸까? 의지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복수 수면(Revenge Bedtime Procrastination)'이라고 부른다. 낮 동안 자신의 시간을 빼앗긴 사람이 밤을 희생해서라도 그 시간을 되찾으려는 심리적 반응이다. 하루 종일 타인의 일정에 맞춰 살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내가 주인이 되는 시간. 그게 보복이라면 보복 맞다.

문제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패턴이 5일쯤 반복되면 주말에는 몸이 먼저 반응하고 쓰러진다. 하루 종일 잠만 자게 되는 것, 잠이 많아진 게 아니라 그동안 너무 못 잔 것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의 끝에는 더 깊은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


번아웃이다. 지치긴 한데 딱히 아픈 것도 아니고, 쉬긴 했는데 쉰 것 같지 않고, 열심히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는 느낌. 많은 직장인들이 이 상태를 그냥 버티고 있다. 주변에서는 말한다. 며칠 푹 쉬고 와라, 산에 가서 자연이나 보고 와라. 나보다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왜 그러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번아웃 상태에서 그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며칠 쉰다고 해결될 문제였다면 이미 해결됐을 것이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쌓인 것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그러니 며칠의 휴식이나 한마디 조언으로 쉽게 해소될 리 없다.


번아웃을 의지력 문제로 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다. 좀 더 독하게 마음먹으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UC버클리의 마슬락(Maslach) 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번아웃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람과 직장 환경 사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쉬지 않고 달리도록 요구받은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고 보내는 신호이며,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직장인에게 번아웃이 유독 깊은 이유가 있다. 하루 종일 나는 역할로만 존재한다. 감정도 눌러야 하고, 표정도 관리해야 하고, 말 한마디도 골라서 해야 한다. 몸은 퇴근했어도 마음은 아직 회사에 있는 날이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번아웃이 왔을 때 "운동하세요, 명상하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안다. 그래서 크게 바꾸려 하지 말고, 작게 시작해보길 권한다.


점심시간에 10분만 밖에 나가 걷는 것. 회의와 회의 사이 잠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 퇴근길에 이어폰을 빼고 나의 발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땅이 발에 닿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사소해 보이지만 낮 동안 내가 선택한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밤에 수면을 빼앗아 보상 받으려는 충동이 줄어든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밥을 먹고 나서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려고 한다. 처음엔 빨리 처리해야 할 업무에 마음이 쫓기고 불편했는데, 이제는 그 10분이 없으면 왠지 어색하고 몸이 무겁다. 거창한 루틴이 아니어도 된다. 나를 위해 내가 선택한 시간이라는 감각이 중요하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다면 병원이나 상담을 찾길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지만, 법륜스님도 즉문즉답에서 말씀하셨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나한테 오는 게 아니라고. 마음이 힘들면 전문가를 찾는 것, 그것도 당연한 일이다.

오늘 딱 10분, 나라는 존재를 찾아볼 수 있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아무것도 안 해도 좋고, 오래 가고 싶었던 카페에 혼자 가도 좋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좋다. 정답은 없다. 다만 그 10분이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면 된다.

참고문헌
Maslach, C., & Leiter, M. P. (2016). Understanding the burnout experience: recent research and its implications for psychiatry. World Psychiatry, 15(2), 103–111.


진규
한진규
실무와 학문을 연결하는 Practioneer
기아 HRD, 교육학 박사, 실무자이자 연구자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