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데이터 기반 HR’이 강조되며, 많은 조직들이 BI 툴로 대시보드를 만들고, 수치화된 HR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입사자 수, 이직률, 교육 이수율, 성과 등 수많은 숫자들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된 그 화면은 확실히 ‘관리하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HR 데이터는 변경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대시보드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HR 데이터 분석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 숫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는 문장은 흔히 피터 드러커의 말로 인용되곤 합니다. 그러나 정작 드러커 본인은 이 말을 하지 않았고, 그의 저서 『매니지먼트(Management)』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관리 수단은 측정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정량화할 수 없는 사안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측정’을 강조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측정 가능한 것에만 몰입하는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드러커는 정량화된 숫자만으로 조직의 성패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요소들,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능력’이나 ‘조직 문화의 건강성’은 수치화가 어렵지만 기업 생존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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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는 ‘현재’의 상태를 시각화해줄 뿐, ‘이유’를 말해주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직률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 수치만 관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진짜 중요한 것은 “왜 사람들이 떠나는가?”, “어떤 경험이 누적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통찰은 구성원과의 대화와 조직 맥락 안에서 발견됩니다. 데이터는 '신호'를 줄 뿐, '답'은 아닙니다.
HR 데이터 그리고 숫자는 객관적인 척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따라서 HR 데이터 분석은 단순한 통계 기법이 아니라,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언어’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숫를 통해 조직의 흐름을 읽고, 정성적 관찰과 결합할 때 비로소 데이터는 생명력을 가집니다.
지표는 진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 진실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리자면, 잘 측정되는 것일수록, 잘 관리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HR을 더 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현상을 멋진 시각화로 표현하는 일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질문하고, 어떤 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