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만날 대표들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대표님은 월급 얼마 가져가세요?"
아직 나는 그 질문을 실제로 던져보지 못했다. 이제 막 이 길로 건너온 참이다. 다만 액셀러레이터 과정에서 초기 기업의 사례들을 들으며, 그리고 지난 19년간 내가 들여다본 수많은 비용 데이터를 겹쳐보며, 나는 이 질문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에 가까워졌다.
숫자를 다루는 자리에 오래 있으면, 숫자보다 빈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의 원가를 계산한다고 해보자. 재료비, 임차료, 배송비를 꼼꼼히 적어 내려가다가 인건비 칸에서 멈춘다. 직원은 아직 없다. 만드는 사람은 대표 자신이다. 그리고 대표는 월급을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 칸을 비운다. 0.
이건 흔한 일이고, 심지어 미덕처럼 여겨진다. 내 몫까지 아껴가며 회사를 키운다는 자부심. 창업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믿음.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
다만 그 빈칸 위에서 단가가 정해진다는 게 문제다.
빈칸이 있는 원가는 마진이 남는 것처럼 보인다. 그 가격으로 거래처를 뚫고, 계약을 맺고, 1년을 달린다. 주문이 늘어 혼자로는 감당이 안 되면 사람을 뽑는다. 그 순간 비어 있던 칸에 처음으로 숫자가 들어온다. 이제는 뺄 수 없는 숫자다.
그리고 마진이 사라진다.
팔수록 손해가 나기 시작하는데, 단가를 올리려니 이미 가격이 묶여 있다. 매출은 늘었는데 통장은 마른다.
처음부터 남는 장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을 공짜로 계산했기 때문에, 남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회계 실수가 아니라 사람 문제다
여기서 멈추면 이건 그저 원가 계산 실수담이 된다. 하지만 나는 이걸 회계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원가에서 지워진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하루 열두 시간을 일한 자기 자신을, 회사의 비용으로도 자산으로도 세지 않은 것이다. 한 사람의 몸값을 0으로 두면, 그 위에 쌓아 올린 모든 계산이 거짓말이 된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이 습관이 번진다는 점이다.
자기 시간을 정확히 세지 않는 대표는, 대개 직원의 시간도 정확히 세지 않게 된다. 처음엔 지킨다. 업무 시간과 강도에 맞춰 급여를 정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런데 바빠지고 돈이 마르면 그 원칙이 슬며시 흐려진다. 야근이 당연해지고, 정산이 미뤄지고, 처음의 약속이 흐지부지된다.
내가 있던 조직에서는, 규모가 커지면서 이 흐지부지를 막아주는 장치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규정이 만들어지고, 프로세스가 모니터링 되고, 누락된 부분을 체크한다. 시스템으로 누가 의식하지 않아도 굴러간다.
작은 회사에는 그게 없다. 규정도, 모니터링도, 누락을 잡아줄 장치도 없다. 사람의 시간을 세어주는 유일한 장치는 대표의 원칙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 원칙의 첫 줄에서 대표 자신이 빠져 있다면, 그건 원칙이 아니라 그냥 형편에 따라 흔들리는 마음이 된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 시간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기억한다.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묻고 싶다
교과서적으로 회사의 이익은 이렇게 계산된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판매관리비를 빼면 영업이익이 남는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한 작은 회사에서는 이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뒤엉켜 하나로 굴러간다. 그래서 초기 기업의 셈법은 이렇게 단순해진다.
매출 − 원가 = 이익.
식이 단순할수록 원가라는 한 덩어리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이익이 나느냐 마느냐가 사실상 원가 관리 하나에 달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딱 두 가지다. 재료비와 인건비.
재료비는 그래도 챙긴다. 눈에 보이고, 세금계산서가 날아오고, 매출과 직결되니까. 문제는 그다음이다. 원가의 두 번째 기둥인 인건비에서, 대표는 자기 몫을 슬며시 빼놓는다.
원가의 큰 축 하나에 구멍을 뚫어놓고, 그 위에서 이익을 계산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그런 원가를 마주하면 이렇게 묻고 싶다.
"대표님, 솔직히 돈 벌려고 창업하신 거 아닌가요?"
돈 벌려고 시작한 사업이라면, 이 사업이 정말 돈이 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기 인건비가 빠진 원가표는 그걸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알 수 없게 만든다. 지금 남는 이익이 사업의 실력인지, 아니면 대표의 무급 노동을 태워 만든 착시인지 구분할 방법이 사라진다.
당장 월급을 가져가라는 말이 아니다. 초기에는 실제로 못 가져갈 수 있다. 다만 가져가지 않더라도 원가에는 반드시 세워두어야 한다. 지급은 미루더라도, 숫자로는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단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건 대표가 회사에 보내는 가장 조용한 신호이기도 하다. 이 회사에서는 사람의 시간을 공짜로 세지 않는다는 신호. 그 신호는 첫 직원이 들어왔을 때, 그리고 열 번째 직원이 들어왔을 때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앞으로 나는 사람과 돈과 시스템과 리스크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의 첫 줄은 이것이다.
당신의 이름부터 명단에 올리십시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은, 자기 자신을 빼놓고는 시작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