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친한 미용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곁에 있던 경력 1년 남짓의 스물세살 직원을 가리키며, 대표가 먼저 말했다. "이 친구, 잘해요." 그러자 그 직원이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받았다. "저 히피펌만큼은 대표님보다 제일 잘해요."
나는 이 짧은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강점을 찾아준 대표와, 자기 강점을 아는 직원이 나란히 서 있었다.
미용에도 전문이 나뉜다고 한다. 남성컷을 잘하는 사람, 레이어드컷을 잘하는 사람, 염색을 잘하는 사람. 스물셋 직원은 히피펌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오래전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있던 회사는 영업과 마케팅이 중심이었다. 그런 조직에서 경영지원 인원을 정규직으로 늘리는 건 늘 뒷순위였다. 그래서 나는 어드민을 2년 계약직으로 채워야 했다. 대개 20대 초반,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들이었고, 2년마다 사람이 바뀌었다.
처음 1년은 기본 어드민 업무를 익히게 했다. 서류, 정산, 크고 작은 지원 업무. 그런데 그렇게 1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사람마다 유독 눈이 반짝이는 지점이 보였다. 그래서 2년차에는 그 사람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메인으로 맡겼다. 기본 어드민 일은 여전히 하되, 자기 강점 위에서 일하게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계약이 끝나고, 아쉽게도 그들은 다른 회사로 옮겨갔다. 그런데 옮겨간 자리를 보면 신기하게 갈렸다. 누구는 인사부서로, 누구는 총무부서로, 누구는 회계부서로. 우리 조직에서 2년차에 찾은 강점을, 각자 잘 맞는 직무로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그들의 강점이 무엇이었는지는, 그들이 다음에 고른 자리가 증명해 주었다.
경영지원에도 인사, 총무, 회계의 전문성이 있다. 미용실 직원이 히피펌에서 자기 자리를 찾았듯, 내 어드민들도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나갔다. 돌아보면 나는,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준 것이었다.
만약 내가 2년 내내 기본 어드민 업무만 시켰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도, 그 직원도, 아무런 성장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2년 때우고 가는 계약직"으로 남았을 테고, 나는 매번 비슷한 사람을 새로 뽑아 같은 일을 반복시켰을 것이다.
첫 직원을 뽑기 전, 대표들이 자주 놓치는 게 여기다. 사람을 뽑으면서 '내 일을 덜어줄 일손'만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가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 잡일부터 넘긴다. 물론 처음엔 기본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그 사람은 성장하지 못하고 소모된다. 그리고 소모된 사람은 반드시 떠난다. 대개 가장 아까운 사람부터.
사람은 자기가 무언가를 잘하게 되고 있다고 느낄 때 남는다. 그 감각을 만들어 주는 일이, 강점을 찾아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내 경우엔 사정이 하나 더 있었는데, 계약직이라 아무리 잘 키워도 2년 뒤엔 떠나보내야 했다는 것.
그 반복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게 있다. 사람이 나갈 때, 그가 하던 일이 그 사람 머릿속에만 남아 있으면 회사는 2년마다 처음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그 일이 누구나 이어받을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으면, 사람은 떠나도 일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인수인계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건 사람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잘 키운 사람일수록, 그가 만들어 놓은 것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잘 키우는 것과 떠날 것을 대비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람을 자주 떠나보낸 사람은 안다. 그 둘은 함께 가야 한다는 걸.
첫 직원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는다. 1년은 기본, 2년은 강점, 이 방식이 반복되며 그건 우리 팀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됐다. 지금 이 사람의 강점을 찾아주면 다음 사람도 그렇게 대하게 되고, 첫 사람을 잡일 통으로 쓰면 그 방식이 회사의 기본값이 된다.
1편에서 나는, 사람이 불어나는 속도만큼 조직문화가 옅어지는 걸 지켜봤다고 썼다. 그 문화의 원본이 만들어지는 자리가 바로 첫 직원이다.
그래서 첫 직원을 뽑기 전에, 대표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봐야 한다.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무엇을 잘하게 될까?"
이 질문에 답이 없다면, 아직 뽑을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좋은 인재를 못 알아봐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어디로 데려갈지 대표에게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이제 막 시작한 대표들 곁에서 그들이 놓치기 쉬운 경영지원을 함께 봐주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런 대표를 만나면, 첫 직원을 뽑기 전에 이 질문부터 건네고 싶다.
첫 직원은 내 일을 덜어줄 일손이 아니다. 여기서 무언가를 잘하게 될 사람이고, 그가 찾은 강점이 회사의 첫 기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