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브리세뇨의 <무엇이 성과를 만드는가>는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노력의 배신'을 다룬 책이다. 캐럴 드웩의 제자답게 그는 성장 마인드셋을 구체적인 시스템과 방법론으로 확장시켰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라는 밈이 유행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할 일 목록(To-do list)을 지워나가고, 숨 가쁘게 업무를 처리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지만 실력은 정체되어 있고 결과물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에두아르도 브리세뇨는 이 책을 통해 이 고통스러운 정체의 원인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바로 우리가 '성과의 역설(Performance Paradox)'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성과의 역설'이란, 오로지 성과를 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을 때 오히려 장기적인 성과가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실행'이 곧 '학습'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매일 8시간씩 운전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카레이서가 되지 않으며, 매일 주방에서 하루종일 요리를 한다고 해서 미슐랭 3스타 쉐프가 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습관이 고착화되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되며, 결국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는 슬럼프의 실체다.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성장을 멈추게 된다.
브리세뇨는 이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인생을 두 가지 영역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통찰이자, 열심히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우리 모두가 삶에 적용해 볼 만한 프레임이다.
① 성과 영역 (Performance Zone)
목표: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
태도: 실수를 최소화하고,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을 완벽하게 실행함.
상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과에 책임을 짐.
예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발표, 수술대 위의 의사, 실제 경기 중인 운동선수.
② 학습 영역 (Learning Zone)
목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태도: 아직 잘하지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의도적으로 실수를 허용함.
상태: 피드백을 수집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함.
예시: 발표 리허설, 시뮬레이션 훈련,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을 익히는 시간.
많은 직장인과 리더들이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성과 영역'에서만 보낸다는 점이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속에 살다 보니, 안전한 길만 택하게 되고 결국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학습과 성과라는 두 영역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은 경기에 임할 때는 오직 '성과 영역'에 머물지만, 연습 시간에는 철저히 '학습 영역'으로 이동한다. 그들은 연습 때 일부러 자신이 잘 못하는 전술을 시도하며 처참하게 깨지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다시 경기장(성과 영역)으로 돌아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직장인에게 적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연습이 유효할 수 있겠다.
오늘 회의에서 평소와 다른 질문 방식을 시도해 보기.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할 수 있는 새로운 툴을 실험해 보기.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가감 없이 복기하기.
에두아르도 브리세뇨는 캐럴 드웩의 성장 마인드셋을 조직 차원으로 확장한다. 개인이 학습 영역에 들어가고 싶어도, 조직이 "실수는 곧 무능"이라고 낙인찍는 분위기라면 누구도 도전하지 않는다.
저자는 리더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구성원들이 성과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되, 학습 영역에서는 마음껏 실험하고 실패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의 지속적 성장과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 책의 원제인 <The Performance Paradox: The Unexpected Way to Grind Less, Grow More>는 중요한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다. 'Grind Less(덜 갈아넣고)', 'Grow More(더 성장하라)'.
무작정 자신을 갈아 넣는 '허슬 문화(Hustle Culture)'는 이제 유효기간이 끝났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언제 힘을 주어 성과를 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힘을 빼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학습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지금 쳇바퀴를 도는 듯한 정체기에 빠져 있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