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경영레터가 던진 질문이 오래 남았다. "성과급 이후에도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성과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 조직 안에 있는가?" 이 글은 성과급 같은 외적 보상이 동기의 시동은 걸 수 있어도, 그 불꽃을 계속 타오르게 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몰입은 흥미와 재미와 의미에서 나오고, 그것은 자주성 / 자발성 /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JAINWON 사람경영레터 41호)
이 진단에 나는 깊이 동의하면서도, 현장에서 매일 부딪히는 더 근본적인 어려움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 일터에는 동기 없이 일하는 사람, 일을 '그저 회사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앞서 다뤘던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하기'의 문제의식과 이것은 사실상 같은 뿌리다. 성장하려는 갈구가 사라진 자리에는, 대개 일에 대한 동기와 직업윤리의 공백이 함께 놓여 있다.
성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동기와 직업윤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예전처럼 '주입'하는 일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방향을 틀었다. 가르쳐서 만드는 대신, 이미 그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아서 뽑는 쪽으로. 이 글은 그 현상이 정말 일반적인지 데이터로 확인하고, 교육 기획자로서 우리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지를 연구한다.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동기 없이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체감이 나만의 인상인지, 아니면 실제 현상인지.
데이터는 후자를 가리킨다.
글로벌 몰입도 20%, 5년 만의 최저치. 갤럽의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6」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직원 몰입도는 20%로 떨어졌다. 몰입하지 않는 직원이 64%, 적극적으로 이탈한 직원이 16%다. 낮은 몰입이 세계 경제에 입힌 손실은 약 10조 달러, GDP의 9%로 추산된다.
관리자의 몰입이 먼저 무너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하락이 주로 관리자 몰입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관리자 몰입도는 2022년 이후 9%포인트, 2025년 한 해에만 5%포인트(27%→22%) 떨어졌다. 동기를 불어넣어야 할 사람들부터 지쳐 있다는 뜻이다.
'조용한 사직'은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다. 여러 조사에서 최근 12개월간 조용한 사직을 경험한 비율이 절반을 넘고, Z세대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일본에서도 20~59세 노동자의 약 45%가 "최소한만 한다"고 답했고, 20대가 가장 두드러졌다.
여기서 교육 기획자로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최근 학술 리뷰들은 조용한 사직을 '게으름'이 아니라 '대응 기제'로 본다. 과도한 업무량, 높은 조직 기대, 약한 사회적 지지, 번아웃, 그리고 '일의 의미 상실'에 대한 방어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즉 동기의 공백은 개인의 인성 결함이라기보다, 상당 부분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관점은 뒤에서 다룰 교육 설계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나는 채용 인터뷰에서 스킬보다는 동기와 직업윤리를 튼튼한 메타인지 위에서 인지하고 실천하고 노력해 왔는가를 확인하려고 애쓴다. 나만의 판단인가 싶지만 동기와 직업윤리를 '가르치기 어렵다'는 판단은 그리고 그것이 스킬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채용 시장에서 이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가 느낀 '조건을 갖춘 사람을 모으는 게 채용의 관점이 되고 있다'는 흐름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인성이 스킬을 이긴다. Express Employment–Harris Poll 조사에서 미국 채용관리자의 91%가 인성이 스킬만큼 중요하다고 답했고, 86%는 인성이 스킬 격차를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실패의 원인은 스킬이 아니다. 호주의 한 조사에서는 신규 입사자가 실패하는 경우의 약 89%가 스킬 부족이 아니라 문화 부적합이나 태도 문제였다. 여기서 '태도'에는 동기, 기질, 코칭 수용성(coachability), 낮은 정서 지능이 포함된다.
'적성보다 태도(attitude over aptitude)'로의 전환. 아일랜드 Hays 등의 조사는 스킬 부족 시대에 오히려 조직이 태도와 마인드셋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시장은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 스킬은 가르칠 수 있지만, 동기와 태도는 가르치기 어렵다. 그러니 애초에 갖춘 사람을 뽑자. 합리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교육 기획자에게 이 결론은 절반만 맞다. 왜냐하면 (1) 모든 자리를 '완성된 사람'으로 채울 수는 없고, (2) 앞서 봤듯 동기의 공백은 상당 부분 환경의 산물이라서, 좋은 사람을 뽑아도 환경이 나쁘면 그 동기는 시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육의 역할이 다시 살아난다. 우리는 '동기를 주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동기가 자라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은 아직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동기를 가르치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동기의 작동 원리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Deci & Ryan)은 이를 명확히 설명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가 있다.
자율성(autonomy): 내 행동을 내가 선택한다는 감각
유능감(competence):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는 감각
관계성(relatedness):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이 세 욕구가 충족될 때 '자율적 동기(autonomous motivation)'가 생기고, 이는 고품질 성과와 웰빙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외부 압력이나 보상으로 통제하려 하면 '통제된 동기(controlled motivation)'가 생기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작동해도 지속되지 않고 부작용을 낳는다.
사람경영레터가 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택 랭킹' 사례가 정확히 이 지점이다. 순위를 매겨 보너스를 차등 지급하자 협력이 사라지고 창의성이 고갈됐다. 외적 통제가 자율적 동기를 밀어낸 것이다. '동기를 주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자율성 욕구와 충돌한다. 강의로 "일에 열정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통제의 언어가 된다.
그래서 교육의 목표는 바뀌어야 한다. 동기를 가르치는 교육에서, 세 가지 심리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설계하는 교육으로.
그렇다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경영레터의 '흥미와 재미와 의미'와 자기결정이론의 '자율성 / 유능감 / 관계성'을 교육 설계 언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① 유능감을 쌓는 설계: '적정 난이도'의 경험을 반복 제공하라
동기는 '할 수 있다'는 감각에서 자란다.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포기한다. 교육은 학습자가 '해볼 만한 도전'을 조금씩 넘어서며 작은 성공을 쌓도록 설계돼야 한다.
지식 전달형 강의보다, 실제 업무 맥락의 과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과제 기반 학습(challenge-based learning)
성공 경험이 '가치 기억'으로 저장되도록, 완료 시점의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게 하는 '적정한 불확실성'의 설계 (결말이 뻔한 드라마에는 몰입하지 못한다)
② 의미를 연결하는 설계: '왜'를 먼저 다뤄라
의미는 목적과 기여감에서 나온다. 내 일이 나의 가치, 조직의 목적, 그리고 누군가에게 주는 도움과 연결될 때, 사람은 그것을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일'로 받아들인다.
스킬 교육에 앞서 그 일이 존재하는 이유와 영향(impact)을 먼저 다루는 온보딩
고객과 동료의 실제 목소리를 접하게 하는 기여 가시화 (내가 만든 결과가 누구에게 어떻게 닿는지)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가치를 잇는 의미 정렬 워크숍: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연결점을 발견하도록
③ 자율성을 훈련하는 설계: 선택권과 위임을 학습 안에 넣어라
자율성은 권한이 함께 위임될 때 완성된다. 역할과 책임만 주고 권한을 안 주면 '이름만 주인'에 머문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습 경로 & 주제 & 속도를 학습자가 고르는 선택 기반 커리큘럼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실습이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프로젝트형 학습
관리자를 위한 위임과 코칭 훈련: 앞서 봤듯 관리자의 몰입 붕괴가 심각하다. 동기 환경을 만드는 최전선은 결국 리더다. 리더 교육 없는 구성원 교육은 밑 빠진 독이다.
④ 관계성을 만드는 설계: 혼자 배우게 하지 마라
관계성은 자기결정이론의 세 번째 축이자, 조용한 사직의 핵심 원인인 '약한 사회적 지지'에 대한 직접적 처방이다.
동료와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피어 러닝과 러닝 커뮤니티
심리적 안전감을 전제로 한 멘토링과 리버스 멘토링
실패를 공유해도 안전한 회고(retrospective) 문화의 학습화
마지막으로 직업윤리를 짚자. 직업윤리를 규범 교육(compliance)으로 접근하면 대개 실패한다. "성실하라, 책임감을 가져라"는 훈화는 통제의 언어라서, 자율적 동기를 오히려 밀어낸다.
직업윤리는 정의상 '일을 대하는 태도의 총합'이다. 그리고 태도는 강의로 바뀌지 않는다. 태도는 경험의 반복으로 형성된다. 그래서 직업윤리 교육의 핵심은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게 하는 것이다.
책임감은 '권한을 위임받아 스스로 결과를 책임져 본 경험'에서 자란다
성실함은 '내 노력이 인정과 성장으로 돌아온 경험'에서 자란다
협력은 '함께 만들어 더 나은 결과를 낸 경험'에서 자란다
즉 직업윤리 교육은 별도의 과목이 아니라, 앞의 ①~④ 설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그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환경이 윤리를 만든다.
정리하면 이렇다.
동기 없이 일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체감은 데이터로 확인되는 실제 현상이다. (갤럽 몰입도 20%, 조용한 사직의 보편화)
그 결과 채용은 '동기와 태도를 갖춘 사람 선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인성 우선 채용의 확산)
그러나 동기는 주입되지 않는다. 자율성 / 유능감 / 관계성이 충족되는 환경에서 자란다. (자기결정이론)
따라서 교육 기획자의 역할은 '동기를 가르치는 것'에서 '동기가 자라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동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동기를 주입하는 교육'을 만들려다 실패해 왔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다. "어떻게 하면 일할 마음을 심어줄까"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반복하게 하면 일할 마음이 스스로 자랄까." 성장하는 환경은 좋은 사람을 뽑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뽑은 사람의 동기가 시들지 않도록, 흥미 / 재미 / 의미가 살아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지금 교육 기획자에게 주어진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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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JAINWON, 사람경영레터 41호 "성과급이 만능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착각" (2026.06.16) — 외적 보상의 한계, 흥미·재미·의미, 자주성·자발성·자율성. https://jainlab.im/leaders-newsletter-performance-bonus-key
- Gallup,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6 Report — 2025년 글로벌 몰입도 20%(2020년 이후 최저), 미몰입 64%·적극적 이탈 16%, 관리자 몰입 하락, 약 10조 달러 손실. https://www.gallup.com/workplace/697904/state-of-the-global-workplace-global-data.aspx
- Deci, E. L. & Ryan, R. M., Self-Determination Theory —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의 기본 심리 욕구와 자율적 동기. Nature (2022), "Understanding and shaping the future of work with self-determination theory." https://www.nature.com/articles/s44159-022-00056-w
- Express Employment Professionals–Harris Poll (2026) — 채용관리자 91%가 인성이 스킬만큼 중요, 86%가 스킬 격차 상쇄 가능.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86-of-hiring-managers-say-personality-can-overcome-skills-gaps-99-say-it-can-accelerate-careers-302858588.html
- Australian Financial Review (2025) — 신규 입사자 실패의 약 89%가 스킬이 아닌 문화·태도 문제. https://www.afr.com/work-and-careers/management/cultural-fit-attitude-more-important-than-skills-in-retaining-new-hires-20251111-p5nene
- 조용한 사직 학술 리뷰 — Frontiers in Psychology (2026), Springer(2026), 및 관련 SLR: 조용한 사직은 게으름이 아니라 번아웃·의미 상실에 대한 대응 기제.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26.1839119/f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