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휴대폰을 덮어두고 떠올릴 수 있는 번호는 네 개네요. 아내, 어머니, 본가 집 전화. 그리고 첫째 아이.
첫째 아이 번호가 외워진 건 노력해서가 아닙니다. 제 번호와 아내 번호가 섞여 있는 조합이라 기억을 하지요. 그래도 가끔은 앞뒤가 헛갈립니다. 정말 미안한건 둘째 아이 번호는 매번 기억이 안납니다. 매일 얼굴을 보고 매일 이름을 부르는데 전화번호가 기억이 안나네요.
핸드폰이 생기기 전을 생각해보면 한 50개 정도 번호를 외우고 있었던거 같아요. 과방에서 자주 시키면서 스티커를 완성해가던 중국집 전화번호까지도 외웠으니까요.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전화를 피처폰이라고 부른다지요?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그 전화가 핸드폰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제 제가 알고 있는 전화번호는 4개입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이걸 두고 인류의 기억력이 퇴화했다며 걱정하는 사람을 보신 적 있나요?
요즘 AI가 사람을 게을러지게 만든다는 걱정을 자주 봅니다. 저도 그 걱정을 품고 있었어요. AI를 쓰면서 사고하는 힘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한동안의 고민이었고, 특히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런 고민이 많이 듭니다. 잘 모르는 수학문제를 어떻게 풀지 해설지를 봐도 모르겠으면 AI를 열고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면 다 설명해주거든요.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직무기술서를 뜯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