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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조직, 과연 맛있는가?

따로국밥 조직, 과연 맛있는가?

따로국밥의 미학과 조직의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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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
한진규Sep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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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의 미학, 그리고 조직의 불협화음

'따로국밥'은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밥과 국을 따로 내어주는 대구 지역만의 독특한 식문화다. 이 문화의 기원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뜨거운 국에 밥을 말아 허겁지겁 먹는 것을 천하게 여겼던 양반들이 체면을 지키려 밥과 국을 따로 먹는 방식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이 '따로따로'의 미학이 현대 기업 조직의 병폐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보여준다. 각자의 그릇에 밥과 국이 담겨 있듯, 회사 내 각 부서들이 고립되어 정보와 목표를 공유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일로(Silo)'과 꼭 닮았다. 칸막이는 단순한 물리적 분리가 아니라 부서 간 형성된 '마음의 벽'에서 비롯되며, 조직의 비효율성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조직 몰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실 속 '따로국밥': 우리 HR의 이야기는 아닐까?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인사부서가 속한 경영지원실만 봐도 이런 '따로국밥'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인사팀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유리한 정보만 공유하고 불리한 정보는 숨긴다. 채용 후 신입사원을 교육해야 하는 교육팀에게 몇 명을 채용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옆 부서도 모르는 정보를 현업 부서가 알 리 만무하다. 그러니 현업 부서는 답답해하고, 원하지 않는 인원이 채용되거나 경영진 입맛에 맞는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회사 성장과 함께 새로 생긴 조직문화팀은 어떨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려고 시도 때도 없이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플랫폼을 만든다. 몇몇은 반기지만, 본업에 집중하는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빼앗는다는 불만도 생긴다. 기존에 조직문화 업무를 담당했던 교육팀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렇게 각 팀은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소중한 업무 시간을 '따로' 써버린다.

HRD 부서 사례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우리 회사에 총 3개의 교육팀(본사, 영업, 공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본사 교육팀은 경영진이 관심 두는 'AI 교육'을 전사 과제로 삼는다. 그런데 정작 교육에서 사용하는 AI는 사내에서 쓰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보고됐으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영업과 공장에 있는 인력도 최대한 요청해서 교육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경영진과 가까운 본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일 파워가 있고, 이 파워를 잃지 않으려면 공장이나 현장으로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 영업 교육팀은 '우리는 영업만의 독특한 문화와 목적이 있어서 전사 교육과는 다르다'며 자부심을 느낀다. 가끔 본사에서 직원 교육을 진행해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영업 관련 교육에만 집중한다. 영업 현장의 어려움과 치열함을 알지 못하는 다른 부서,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생산 현장을 담당하는 공장 교육팀도 비슷하다. 공장은 공장만의 문화가 있으니 여기에 맞는 교육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산현장의 특수성도 있지만 그래야지만 공장 교육팀이 역할과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본사는 자꾸 생산 현장과 관계없는 교육만 진행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근무하는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여긴다. 이렇게 각 부서는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우리와는 크게 관계없는 부서'라고 인식하며 따로국밥이 된다.

왜 우리는 따로 먹게 되는가?

이런 따로국밥 조직이 되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진규
한진규
실무와 학문을 연결하는 Practioneer
기아 HRD, 교육학 박사, 실무자이자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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