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도 괜찮은 회사가, 오히려 사람을 남긴다
logo
Original

떠나도 괜찮은 회사가, 오히려 사람을 남긴다

사람을 뽑는 것만큼 어려운 일, 사람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채용조직문화조직설계인사기획전체
현지환 Sep 13, 2026
2025
PA | AI Connect 2026 — 데이터로 여는 HR의 다음 단계, 2026.11.6 코엑스 오디토리움 3F

뽑기 어려운 시대, 지키는 일은 어떤가


지난 글에서 나는 '진짜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사람을 뽑는 일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용의 반대편에는 늘 붙어 다니는 질문이 있다. 뽑는 것만큼 어려운, 사람을 지키는 일.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근로자 입장에서 이직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능력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옮겨 다닌다. 시장이 좋든 나쁘든, 진짜 실력자에게는 늘 자리가 있다. 그래서 조직은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리텐션의 실무 처방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예컨대 최근 한 조직문화 뉴스레터는 '사내 커피챗'을 이탈 방지 도구로 제안한다. 근거도 탄탄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1:1 미팅을 하는 직원의 몰입도는 3배 높고, 강력한 피드백 문화는 이탈률을 약 14.9% 낮춘다. 갤럽은 몰입도 높은 팀이 낮은 팀보다 이탈률이 25~65% 낮다고 본다. IBM의 내부 연구에서는 커피챗 피드백을 실제 개선으로 연결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만족도가 23% 높았다. 요지는 분명하다. 사람이 아직 조직에 있을 때, 이탈 신호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조치로 연결하라는 것이다.

다 옳은 이야기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사람을 만나고 보내면서, 나는 이 처방보다 한 겹 아래에 있는 질문을 계속 품게 됐다. 정말로 우리는 '사람을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아니면 '사람이 떠나도 괜찮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까.

고백: 사람 한 명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오랜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다소 냉정한 사실이다. 회사라는 관점에서 사람 한 명이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정말 유능하고 핵심이라 여겨지던 사람이 떠나도, 웬만해서는 회사는 그대로 굴러갔다. 그리고 늘 누군가가 그 빈자리의 '일부'라도 채워 나갔다. 물론 빈자리가 아프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조직은 생각보다 회복력이 있었고,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걸려 있던 적은 의외로 드물었다.

이 감각에는 이름이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쓰는 '버스 팩터(bus factor)' 혹은 '키맨 리스크(key person risk)'다. 어떤 프로젝트가 멈추기까지 몇 명이 갑자기 사라져야 하는가를 세는 지표다. 버스 팩터가 1이면, 단 한 사람이 사라져도 조직이 마비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3 이상이면 몇 명이 빠져도 계속 굴러간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나온다. 버스 팩터가 1인 것은 '그 사람이 대단하다'는 신호가 아니라, '조직 설계가 위험하다'는 신호다. 한 사람에게 지식과 권한과 맥락이 몰려 있으면, 그가 있을 때는 모든 게 매끄럽게 돌아가지만 바로 그것이 함정이다. 위험은 그가 떠나는 순간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핵심 인재가 떠나도 회사가 굴러갔다'는 내 경험은, 사실 조직이 (의도했든 아니든) 버스 팩터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식이 분산됐고, 대체 가능성이 확보됐던 것이다. 이건 냉정함이 아니라 건강함이다.

그렇다면 '지키기'는 무의미한가

여기서 성급한 결론으로 가면 안 된다. "어차피 떠나도 굴러가니 리텐션은 필요 없다"는 것은 틀렸다. 넷플릭스가 유명하게 만든 '인재 밀도(talent density)' 개념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인재 밀도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뛰어난 사람들은 서로를 더 낫게 만든다. 강한 사람 다섯을 모으면 서로가 서로의 바닥을 끌어올린다. 반대로 한 명의 저성과자가 들어오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관리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고성과자에게 '여기선 기준이 협상 가능하구나'라는 신호를 준다. 넷플릭스의 '키퍼 테스트(keeper test)'(이 사람이 떠난다고 하면 나는 붙잡기 위해 싸울 것인가?)는 바로 이 밀도를 지키려는 장치다.

그래서 두 관점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 버스 팩터의 관점: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마라. 떠나도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 인재 밀도의 관점: 뛰어난 사람을 붙잡아라. 그들이 서로를 끌어올린다.

하나는 "사람이 떠나도 괜찮게 만들자"고 하고, 다른 하나는 "떠나면 안 되는 사람을 붙잡자"고 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두 관점은 사실 하나다

오래 고민한 끝에 내가 도달한 답은, 이 둘이 대립이 아니라 순서라는 것이다.

먼저 시스템을 만들고, 그 위에서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

버스 팩터를 낮추는 것(지식을 문서화하고, 권한을 분산하고, 교차 훈련으로 대체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지우지 않을 때, 그 사람은 번아웃 없이 오래 일할 수 있다. 자기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조직에서 사람은 인질이 되고, 떠날 수 없어서 남는 것은 리텐션이 아니라 속박이다.

그리고 시스템이 튼튼할 때, 역설적으로 붙잡는 일이 더 잘 된다. 왜냐하면 "당신이 없어도 우리는 괜찮지만, 그럼에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당신이 없으면 우린 망해요"라는 절박함보다 훨씬 건강한 리텐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자는 존중이고, 후자는 의존이다. 능력 있는 사람은 의존이 아니라 존중을 원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떠나도 괜찮은 회사를 먼저 만들어라. 그 안정감 위에서, 그럼에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라. 떠나도 괜찮은 회사가, 오히려 사람을 남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오래 두어야 하는가

여기서 내가 오래 관찰해온 또 하나의 관점을 꺼내고 싶다. 우리는 흔히 '핵심 인재'를 눈에 띄게 뛰어난 개인, 화려한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조직을 오래 지켜보면, 정작 조직을 지탱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레이존을 메우는 사람이다.

일에는 늘 경계가 모호한 영역이 있다. "이건 네 일, 이건 내 일, 그건 모르겠어"라고 선을 긋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럼 이것도 내가 좀 더 나아가서 할 테니 함께 만들어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수없이 봐 왔다. 이들은 개인 성과 지표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팀 전체의 성과를 끌어올린다.

이것 역시 이름이 있다.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OCB)이다. 계약서에 없고 직접적 보상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하는, 조직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효과가 나타나는 층위다. 포드사코프 등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OCB는 개인 성과보다 팀과 조직 단위 성과를 훨씬 더 안정적으로 예측한다. 생산성, 고객 만족, 그리고 이직률 감소 효과가 모두 팀 단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그레이존을 메우는 사람은 자기 숫자로는 안 드러나도, 팀 전체의 숫자를 바꾸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오래 두어야 할 사람'에 대한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단지 개인기가 화려한 스타가 아니라, 자기 경계 너머로 한 발 더 나아가 팀을 잇는 사람. 인재 밀도를 높이는 것은 슈퍼스타 한 명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연결의 밀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고민을 실무의 언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1. 먼저 버스 팩터를 낮춘다. 지식을 문서화하고, 권한을 분산하고, 교차 훈련으로 대체 가능성을 확보한다. 누구도 인질이 되지 않는 조직을 만든다. 이것이 리텐션의 토대다.

  2. 그 위에서 인재 밀도를 지킨다. 시스템이 사람을 붙잡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붙잡게 한다. 뛰어난 동료가 있는 곳에 뛰어난 사람이 남는다.

  3. 오래 둘 사람의 정의를 넓힌다. 화려한 개인 성과뿐 아니라, 그레이존을 메우고 팀을 잇는 조직시민행동을 알아보고 인정한다. 이런 기여는 성과 지표에 잘 안 잡히므로,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보상해야 사라지지 않는다.

  4. 떠날 결심 전에 듣는다. 커피챗 같은 장치로 이탈 신호(회의적 발언, 몰입 저하, 번아웃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반드시 작은 조치로 연결해 '말하면 바뀐다'는 신뢰를 만든다. 다만 이것은 4번이 아니라 1~3번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효과를 낸다. 토대 없는 커피챗은 형식으로 끝난다.

남는 생각

사람을 지키는 일과 사람이 떠나도 괜찮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 오랫동안 나는 이 둘 사이에서 무엇이 더 나은 방법인지 고민했다. 지금의 잠정적 답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한 조직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낸다. 한 사람이 떠나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면서, 동시에 좋은 사람이 계속 남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전자는 공정한 능력의 분배와 지식의 공유로, 후자는 존중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진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붙잡는 데 가장 서툰 조직은 '이 사람 없으면 안 된다'며 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에서 사람들은 지쳐 떠났다. 반대로 사람을 가장 잘 남긴 조직은, '당신이 없어도 우리는 괜찮다. 그래도 함께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조직이었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힘은 절박함이 아니라 여유에서 나온다. 떠나도 괜찮은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람을 지키는 가장 성숙한 방법이라고 나는 믿는다.


---

참고 자료

  • 원문: 달램, "[조직문화 탐구생활 #11] 뽑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인재 이탈을 막는 커피챗 운영 꿀팁 4가지" — 포브스(1:1 미팅 몰입도 3배·피드백 문화 이탈률 14.9%↓), 갤럽(고몰입 팀 이탈률 25~65%↓), IBM(피드백 반영 팀 만족도 23%↑), Zapier 랜덤 커피챗 사례.

  • Bus factor / Key person risk : 프로젝트가 멈추기까지 필요한 최소 인원. 버스 팩터 1은 구조적 위험 신호. https://en.wikipedia.org/wiki/Bus_factor

  • Netflix Talent Density & Keeper Test : 고성과자 밀도가 서로의 기준을 끌어올린다는 개념, "떠난다면 붙잡기 위해 싸울 것인가" 테스트. Reed Hastings, No Rules Rules.

  •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OCB) : 계약 외 자발적 기여. Podsakoff et al. 메타분석: OCB는 개인보다 팀·조직 단위 성과(생산성·고객만족·이직률 감소)를 더 안정적으로 예측.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75823677_Organizational_Citizenship_Behavior

  • 조직 회복력과 스킬 중복성(cross-training) : 지식 분산이 조직 회복력을 높인다. https://www.cleverence.com/articles/business-blogs/why-skill-redundancy-improves-organizational-resilience-5279/


현지환
프로액티브 한 문제해결자
L&D 직무를 졸업하며, 개발자에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교육과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얻은 모든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 합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