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당첨되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 회사
logo
Original

로또에 당첨되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 회사

직원의 침묵과 발언 사이, HR이 살펴야 할 것
조직문화교육조직설계HRBP리더십주니어미드레벨시니어리더임원CEO
진규
한진규Oct 7, 2026
3017

여러분은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시겠습니까?

최근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소연(SOYEON)의 노래 ‘퇴사할게여’처럼, 누군가는 내일 당장 사표를 내겠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출근은 하되 지금처럼 회사 일에 마음을 졸이지는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제는 할 말 좀 하면서 다니려고요.” HR담당자라면 이 대답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계속 일은 하되, 그동안 참아왔거나 부당하다고 느꼈던 일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보여준다. 로또에 당첨된 주인공은 퇴사 대신 출근을 이어가지만, 이전처럼 불합리한 상황을 무조건 참고만 있지는 않는다. 왜 그는 회사를 떠날 수 있게 된 다음에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걸까. HR의 시선에서는 당첨금의 크기만큼이나 이러한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현실의 직장인들에게는 매달 돌아오는 카드대금과 대출 상환일이 있고, 함께 생활을 꾸려가야 할 가족이 있다. 앞으로의 평가와 상사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무리한 요청을 거절하고 싶어도, 회의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고 싶어도 일단 삼키게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직원도 자기 생각을 말하며 일할 수 있도록, HR담당자와 부서는 무엇을 살펴야 할까.

직원은 말하기 전에 그다음을 생각한다

조직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하면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리더들은 문제가 있으면 알리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던지면 회의실이 조용해진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개선 아이디어를 냈다가 기존 업무에 새 과제까지 더해지거나, 업무 조정을 요청했다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듣는다면 다음번에는 말을 꺼낸 뒤의 부담부터 생각할 수 있다.

학술 연구도 이런 고민을 보여준다. Milliken과 동료들(2003)이 직원 40명을 인터뷰한 탐색적 연구에서, 침묵의 이유로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은 부정적으로 낙인찍히고 중요한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직원은 문제의 내용뿐 아니라, 그 문제를 꺼낸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생각했던 것이다. “편하게 말해보라”는 한마디만으로 이런 부담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에서도 침묵은 나타난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2026년 직장갑질119 조사에서는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의 55.1%가 이를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괴롭힘 신고와 일상적인 업무 제안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문제가 있어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직원의 침묵을 곧바로 만족이나 동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의견을 들었다면, 그다음 소식도 알려줘야 한다

설문과 간담회, 사내 제안 게시판은 직원의 생각을 듣는 중요한 통로다. 그러나 직원이 궁금한 것은 행사가 잘 끝났는지, 설문 참여율이 얼마나 높았는지가 아니다. 자신이 낸 의견을 누가 검토하고 있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궁금하다. 해마다 비슷한 설문에 답하면서 이전 의견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 수 없다면, 다음 설문에도 정성껏 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의견을 모은 뒤의 과정까지 HR의 업무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한 직원이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보고서가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했다고 해보자. “업무상 필요한 보고입니다”라는 답변은 틀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같은 내용을 여러 양식으로 작성하는 번거로움일 수도 있고, 촉박한 제출 주기나 불분명한 활용 목적일 수도 있다. 무엇이 부담인지 다시 묻고 확인해야 해결 방법도 보인다. 보고서를 없애기 어렵더라도 항목이나 주기, 전달 방식은 조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고객 대응이나 품질 관리 때문에 유지해야 하는 절차도 있고, 한 부서의 업무를 줄이는 일이 다른 부서의 부담을 늘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검토했고, 왜 바꾸기 어려우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면 언제 다시 답할지 설명해야 한다.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은 모든 요구를 수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검토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로 다루고, 그 판단에 책임 있게 답한다는 뜻이다.

리더의 반응과 업무 배분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직원이 개선 의견을 내도록 돕는 조건은 무엇일까. 업무나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제안과 우려를 표현하는 ‘발언행동’ 연구가 단서를 제공한다. Detert와 Burris(2007)가 외식 체인의 직원과 관리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는 관리자의 개방적 태도와 직원의 개선 지향적 발언행동 사이에서 심리적 안전감의 매개역할이 확인되었다. 리더의 태도와 직원이 느끼는 발언의 안전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일상의 대화로 옮겨보면 어떨까. 직원이 일정이 빠듯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다들 팀원들도 바쁘니 방법을 찾아보라”고 답할 수도 있고, “지금 맡은 일의 우선순위를 같이 보자”고 답할 수도 있다. 새로운 제안이 나왔을 때도 실행을 맡기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필요한 시간과 지원 인력, 조정할 기존 업무를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제안자가 실행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의견을 낸 대가로 업무 부담만 늘어난다는 경험이 쌓이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리더십 교육에서도 이런 장면을 다루면 좋겠다. 반대 의견을 들었을 때 어떤 질문을 할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에는 어떻게 이유를 설명할지 연습하는 것이다. 동시에 리더에게 해결 권한이 없는 문제도 살펴야 한다. 부서 간 역할이나 인력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HR이 적절한 논의로 연결하고, 검토에 필요한 지원을 확인해야 한다. 리더에게 잘 들으라고 요구했다면, 들은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여건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도 할 말을 할 수 있도록

구성원은 교육장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동시에, 일터에서 자신의 말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배운다. 문제를 공유하고 업무를 개선하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 제안을 시도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말한 뒤 부담만 늘거나 아무런 답이 없다면 다시 침묵을 선택할 수도 있다. 교육과 HRD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일상의 경험 역시 중요한 학습의 장면이다. HR은 구성원이 알고 있는 문제와 아이디어가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로또에 당첨되면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그러나 조직의 솔직한 대화가 직원 개인의 경제적 여유에 달려 있어서는 곤란하다. 다음 달에도 월급이 필요한 직원, 이 조직에서 계속 경력을 쌓고 싶은 직원도 무리한 요청에 조정을 요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존중한다는 말은 이때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불편한 의견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쓰고, 필요한 변화에 자원을 배분하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직원에게 용기를 내라고 권하는 만큼, 그 용기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도 돌아보자.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관계나 평가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어렵게 낸 제안이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다음 설문이나 간담회를 준비하기 전, 지난번 직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부터 확인해보면 어떨까. 직원들의 의사 표현은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해주세요”라는 요청보다, 지난번 발언 이후의 경험에서 시작될 수 있다.


참고문헌

Detert, J. R., & Burris, E. R. (2007). Leadership behavior and employee voice: Is the door really ope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0(4), 869–884. https://doi.org/10.5465/AMJ.2007.26279183

Milliken, F. J., Morrison, E. W., & Hewlin, P. F. (2003). An exploratory study of employee silence: Issues that employees don’t communicate upward and why.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40(6), 1453–1476. https://doi.org/10.1111/1467-6486.00387


진규
한진규
실무와 학문을 연결하는 Practioneer
기아 HRD, 교육학 박사, 실무자이자 연구자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