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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브런치] “내가 왕이 될 상인가”…얼굴로 DNA 이상 파악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12/11/SSI_20201211164946.jpg)
요즘 직장인은 이 질문을 이렇게 바꿉니다.
“MBTI로 보면… 내가 리더가 될 상인가?”
실제로 조직에서 임원이 된 사람들을 보면 E, T, J가 유독 많아 보입니다.
심지어 한 조직의 리더 진단 결과에서도 TJ 성향이 다수(58%)로 요약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원래부터 그랬을까요? 아니면 회사생활을 하며 ‘사회화’된 결과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결론은 이것입니다.
리더십은 ‘상(相)’이 아니라 ‘설계’의 영역입니다.
조직은 대개 “일을 잘하는 사람”을 “관리할 사람”으로 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영향력, 빨리 결정하는 언어, 일정과 기준을 잡는 습관이 승진과 연결되기 쉽습니다. 그 결과 E/T/J처럼 보이는 리더가 더 많이 관측됩니다.
게다가 MBTI는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선호 경향을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역할·업무·페르소나(직장 자아)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MBTI를 하면 “TJ로 변조가 일어난다”는 농담이 나오는 건, 사실 농담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바뀝니다.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요. 특히 일은 사람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환경입니다.
직업 역할은 개인이 성향에 맞는 일을 선택하게 만들기도(선발 효과) 하고,
동시에 역할의 규범적 요구가 성향을 그쪽으로 밀어붙이기도(사회화 효과) 합니다.
또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인지·정서적으로 더 투자(몰입)할수록 성격 특성 변화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데, 특히 성실성(Conscientiousness) 변화와의 연관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즉, “리더는 타고난다 vs 만들어진다”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타고난 만큼, 그리고 만들어진 만큼 리더가 된다는 말이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한때 어떤 회사 채용공고에 “선호/사양 MBTI”가 등장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MBTI는 대화에 유용합니다. 하지만 채용·승진 같은 결정에 직접 연결되면 위험합니다.
MBTI는 사람을 16개 유형으로 나누는 방식이라 연속적인 인간 특성을 이분법으로 자르기 쉽고,
재검사에서 유형이 바뀌는 비율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HR이라면 여기서 원칙이 필요합니다.
MBTI는 사람을 뽑는 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지도여야 합니다.

Truity 조사에서는 ENTJ/ESTJ가 높은 소득 구간에서 많이 관측된다고 말합니다.
Visual Capitalist 역시 Truity 데이터를 바탕으로 E/T/J 성향이 소득과 연관된 경향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건 “유형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판결문이 아닙니다.
대부분 자기보고·표본 편향의 한계를 가진 “경향”입니다.
해석은 이렇게 해야 공정합니다.
유형이 원인이라기보다, 그 유형이 자주 선택하는 ‘행동’이 특정 환경에서 보상을 받는다.
여기서부터 진짜 질문입니다.
“나는 ENFP인데… 리더가 될 상이 아닌가?”
“너는 이래서 안돼” 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많이 낙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부 명예교수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를 알고 잘 사용하는 만큼 자기에게 유익한 것은 없다.”
리더십의 출발점은 ‘유형’이 아니라 메타인지, 즉 ‘나를 아는 힘’입니다.
그리고 존 맥스웰의 5단계 리더십은 이렇게 말합니다.
리더십은 지위(1)에서 시작하지만 관계(2)와 성과(3)를 지나,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단계(4)로 가야 깊어집니다.
ENFP의 강점이 빛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의미와 동기를 연결하고, 성장의 에너지를 만들 줄 아는 리더.
그 리더십은 결코 “TJ의 하위호환”이 아닙니다. 다른 종류의 힘입니다.
조직에 TJ가 많아 보인다면, 그건 인재풀이 TJ라서가 아니라
조직이 TJ 행동을 보상하도록 설계돼 있을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MBTI는 선발의 기준이 아니라 협업·피드백·코칭의 공통 언어로만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리더십 개발의 목표도 바뀌어야 합니다.
“리더가 얼마나 유능한가”를 넘어, “리더가 사람을 얼마나 성장시키는가”로.
왕관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매일의 선택과 습관,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왕관을 만듭니다.
그러니 “ENFP인 나는 길이 없는가?” 하고 내려놓으면 안됩니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길은 있습니다. 다만 ENFP의 방식으로, 조직이 이해하는 언어(T/J)를 설계해서 쓸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