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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직에서 이상한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팀장 되면 좋겠다”는 말보다 “팀장은 정말 힘들겠다”는 말이 더 자주 들립니다.
누군가는 승진을 축하받기보다 위로를 받습니다.
조용히 말합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
리더가 되는 일이 기대가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지는 시대,
이 낯선 감정을 사람들은 ‘리더포비아’라고 부릅니다.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 관리자는 위의 지시를 아래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성과의 책임은 지지만 정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잘한다고 해서 확실히 더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위로부터는 압박을 받고, 아래로부터는 기대를 받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점점 ‘앞에서 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사이에서 버티는 사람’이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 전환은 리더의 역할을 더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을 직접 해야 하고, 무엇을 기술에게 맡겨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더는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들 앞에서 리더는 늘 답을 내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구성원들은 말합니다.
“요즘 우리 조직 괜찮아요.”
하지만 리더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버팁니다.
어떤 데이터에서는 구성원보다 리더의 몰입도가 더 낮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구성원을 챙기는 리더는 있는데, 정작 그 리더를 챙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어느 순간 강한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소진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럴수록 조직은 포스터를 더 많이 붙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존중합니다.”
“건강한 조직을 지향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벽에 붙은 말보다 리더의 뒷모습이 더 진짜라는 것을.
경영진이 밤늦게 일하고,
리더가 휴가를 미루고,
늘 피곤한 얼굴로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구성원은 직감합니다.
이 조직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희생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당신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조직도 같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들립니다.
리더의 삶이 곧 조직의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조직은 제도를 먼저 바꾸는 곳이 아니라 리더의 삶부터 바꾸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을까.
리더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종종 생각합니다.
더 착해지면, 더 배려하면,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물론 배려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은 단순히 나를 잘 챙겨주는 조직에서 몰입하지 않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그 성과를 인정받을 때 비로소 에너지를 냅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사람을 챙기는 것을 넘어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이 사람은 무엇을 잘하는가.
그 강점은 지금 일에서 살아 있는가.
그 성과를 나는 제대로 말해주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자기 자신에게도 향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나는 지금 그것을 쓰고 있는가.
나는 버티고 있는 것인가, 성장하고 있는 것인가.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더 정직해지는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
흔들릴 때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오래 가는 리더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리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버틸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리더를 살리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의 구조입니다.
조직은 더 이상 리더를 “알아서 잘해야 하는 자리”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를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바꿔야 합니다.
먼저, 역할과 권한이 맞아야 합니다.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는 구조에서 리더십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또한, 리더도 성장과 인정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는 주는 사람일 뿐 아니라 받는 사람이기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당신의 전문성이 여전히 가치 있다”는 확인이 더 절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더는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갑자기 역할을 주고, 잘하라고 기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리더 경험을 통해 천천히 자라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리더도 준비된 사람이 아니라 준비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리더십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리더십은 사람 앞에 서는 힘이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힘이라고.
그리고 좋은 조직은 리더에게 이렇게 말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가 책임져”가 아니라, “네가 책임질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서 있겠다.”
리더포비아의 시대입니다.
리더가 되기 싫다는 마음은 어쩌면 회피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가장 정확한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 질문해야 합니다.
누가 리더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혼자가 아니게 할 수 있는가.
그래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야 합니다.
조직이라면 그 자리에 선 그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벽에 붙은 문장이 아니라 리더의 뒷모습이 조직의 진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