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도 답을 모르는 세상, 리더의 면책특권인가요?
"AI시대야. 나도 답을 몰라. 너희들이 문제 해결 방안을 잘 찾아와."
커리어 코칭에서 한 분이 리더의 이 모습에 하소연을 합니다. "모르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이게 리더의 태도인가요?" 모른다고 떠넘기듯 일을 지시하는 방식도 이해해야 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합니다. DT, DX시대를 맞아 디지털 플랫폼이 확산되며 변화의 속도를 이야기했는데, AI, AX 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그 속도를 체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디지털과 AI 시대의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미래학자 벅민스터 풀러가 '지식 2배 증가 곡선'을 말하며 인류 지식의 총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 예언했지만, 그조차 지금 보기에는 너무 느린 예언인 것 같습니다. AI 시대의 지식은 12시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고도 합니다. 지식의 반감기도 그만큼 빠르게 당겨지고 있습니다. 10여 년간 쌓아온 지식이 경쟁력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리더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비즈니스의 무기였고 조직을 이끄는 힘이었지만, 작금의 빠른 변화는 이를 순식간에 무색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리더도 답을 모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집단지성과 팀워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습니다.
그런데, 답을 모르는 시대라고 해서 리더의 역할과 책임마저 상쇄되는 것일까요? "나도 모르니 팀원들이 알아서 답을 찾아오라"는 행동이 면책이 될 수 있을까요?
팀원에게 답을 찾으라고 요구하는 리더의 행동은 여러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의도일 수도 있고, 역량을 신뢰하는 지지적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 본인조차 답을 모르기에 팀원이 가져온 답이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고, 결과에 대한 확신도 없다는 점입니다. 리더는 무능함에 자책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팀원의 역량 수준을 방패막이 삼아 뒤로 숨기도 합니다.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은 현명함이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내려놓는 것은 리더십의 회피입니다. 답을 모르는 AX 시대의 리더는 4가지 단계적 역할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1. 맥락을 설계하고 공유한다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우리의 방향과 목적지는 무엇인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할 영역과 넘지말아야할 영역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의해 주어야 합니다. 맥락을 설계하지 못한 상태에서 맥락 조차 설계하지 못하는 팀원에게 불안을 남기고, 프로젝트를 표류상태로 내모는 것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2. 질문하고 검증한다
우리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정답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검증력이 필요하고, 리더는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현상과 원인은 제대로 짚었는가, 데이터는 정확한가, 고객이 얻는 가치는 무엇인가, 실패에 대한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가장 실효성있게 시도해볼 수 있는 단위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깊이 있는 질문력과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팀원이 가져온 문제 접근 방식과 원인, 아이디어에 질문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고, 다각도로 점검하고 짚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3. 판단하고 실행한다.
완벽한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리더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때 리더의 성향에 따라 '최적의 답을 탐색하는 신중함'과 '일단 시도해 보는 실행력' 사이에서 고민이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스타일이 옳으냐가 아닙니다. 지금 이 문제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상황인지, 빠르게 실행해며 학습해야 할 상황인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판단의 이유를 구성원들과 명확히 공유하고 설득할 때, 팀이 한 방향으로 실행력을 갖고 움직입니다.
4. 결과의 무게를 견딘다.
팀원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실행에 옮기는 순간, 리더는 그 결정의 책임을 스스로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과 실패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가를 해석해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결과에 대한 대외적 비난과 책임은 리더가 방패가 되어 막아서고, 공은 팀원에게 돌리는 자세가 면책특권을 내려놓는 리더의 진짜 모습입니다. 성공에 대해서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격려하고, 실패에 대해서 참여와 노력을 격려하는 모습이 결과의 무게를 견뎌내는 리더의 역할이어야 할 것입니다.
말씀드린 4가지 단계적 역할은 비단 AI 시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AI 이전에도 이렇게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리더의 역할이 바뀐 것이 아니라, 다뤄야할 문제와 상황이 달라진 것 뿐입니다. 그리고 AI 시대는 리더에게 복잡해진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마인드와 태도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리더와 구성원 간에는 수준의 차이 만이 존재했습니다.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 방향성은 같았기에 구성원에게 맡겨도 부족한 부분을 리더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채워주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처음 접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리더는 부족분을 채워주는 역할이 아니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수준을 채워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AI/AX 시대에 리더의 가치는 '가장 많이 아는 사람'에서 '가장 잘 판단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답을 모르는 것은 무능이 아닙니다. 그러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결단의 이유를 나누지 않으며, 결과의 무게를 팀원에게 떠넘기는 것은 리더의 자격을 내려놓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