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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4월 인하트(In:HEART)를 통해 KAC(Korea Associate Coach,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자격을 취득했고,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KPC(Korea Professional Coach, 한국코치협회 전문코치) 자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코칭을 하나의 대화 기술로 이해했습니다.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하고,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칭을 공부할수록 기술보다 더 중요한 태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goless, 즉 非평가적 태도, 침묵을 견디는 힘, 고객을 향한 호기심, 그리고 Presence가 그렇습니다.
Presence는 우리말로 ‘현존’ 또는 ‘온전히 함께 있음’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고객과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고객에게 판단 없이, 조급함 없이,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Presence가 코칭의 기술이기 전에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은 코치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지 생각보다 예민하게 느낍니다. 코치가 다음 질문을 준비하느라 바쁜지, 조언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이야기에 함께 머물러 있는지를 말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온전히 머물러준다고 느낄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안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저는 조직의 몰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조직에서는 ‘만족도’보다 ‘몰입도’가 더 자주 이야기됩니다. 만족은 “불편하지 않은가”에 가깝지만, 몰입은 “내가 이 일에 마음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만족한 직원이 반드시 몰입한 직원은 아닐 수 있습니다. 불만은 크지 않지만 마음은 이미 떠나 있을 수 있고, 회사에 남아 있지만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몰입은 단순한 기분 상태가 아닙니다. 자신의 일과 조직에 심리적으로 투자하고, 조직의 목표를 자신의 일과 연결하며, 자발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몰입은 HR만의 부드러운 언어가 아닙니다. 몰입은 생산성, 이직, 품질, 고객 경험과 연결되는 조직 운영의 핵심 조건입니다.
갤럽의 Q12 몰입도 진단이 오랫동안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12는 몰입을 단순히 “회사에 만족하는가”로 묻지 않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지, 필요한 자원이 있는지, 내 강점이 쓰이고 있는지, 인정받고 있는지, 나의 성장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는지와 같은 일상의 경험을 묻습니다. 결국 몰입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매일의 업무 장면에서 반복해서 쌓이는 경험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몰입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손 안에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방해물입니다. 알림 하나, 메시지 하나, 짧은 영상 하나가 우리의 생각을 잘게 쪼갭니다. 우리는 잠깐 다른 화면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생각의 흐름이 끊깁니다. 다시 원래의 집중 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만이 아닙니다. 조직 안에도 몰입을 방해하는 구조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회의, 끊이지 않는 메신저 알림, 급하게 들어오는 보고 요청, 수시로 바뀌는 우선순위,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이 먼저 처리되는 문화가 그렇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라도 깊이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직 리더와 HR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만 중요합니다.
“우리 조직은 구성원에게 몰입을 요구하기 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가?”
많은 조직이 몰입을 개인의 태도 문제로 해석합니다. ‘집중력이 부족하다’, ‘주인의식이 없다’, ‘요즘 세대는 끈기가 약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개인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몰입은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몰입은 구조의 영향을 받습니다. 방해받지 않고 중요한 일에 머물 수 있는 시간, 자신의 역할과 기대에 대한 명확성, 필요한 자원, 인정과 피드백, 성장에 대한 대화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Presence를 떠올리게 됩니다.
리더의 Presence는 조직 몰입의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구성원이 리더와 이야기할 때, 리더가 노트북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확인하거나 다음 회의 생각에 이미 가 있다면 구성원은 금방 알아차립니다. 반대로 리더가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듣고, 질문하고, 그 사람의 일과 고민에 머물러주면 구성원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몰입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내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기 전에, 먼저 내가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내 의견이 반영된다고 느끼고, 내 성장이 누군가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내가 하는 일이 조직의 방향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은 자기 일에 마음을 씁니다.
그래서 리더의 Presence는 단순히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구성원의 에너지를 다시 일으키는 조직적 신호입니다. 리더가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면 구성원도 자신의 일에 깊이 머무르기 어렵습니다. 리더가 늘 바쁘고 분산되어 있으면 조직도 함께 분산됩니다. 반대로 리더가 중요한 대화에 집중하고,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지키고, 구성원의 시간을 보호하면 조직은 조금씩 깊어집니다.
HR의 역할도 여기에서 달라져야 합니다. HR은 더 이상 만족도 조사 결과를 정리하는 부서에 머물 수 없습니다. 구성원이 어디에서 몰입을 잃고 있는지, 어느 리더 계층이 소진되고 있는지, 어떤 업무 구조가 집중을 방해하고 있는지 읽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더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구성원은 지금 정말 중요한 일에 몰입하고 있습니까?”
“리더들은 구성원의 시간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회의, 보고, 알림, 평가, 피드백의 방식은 몰입을 돕고 있습니까, 아니면 방해하고 있습니까?”
몰입을 회복하기 위해 HR이 해야 할 일은 거창한 캠페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고 구체적인 리듬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오전에는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의 없는 시간을 확보하고, 메신저 응답의 즉시성을 줄이며, 리더와 구성원이 정기적으로 짧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입니다. 방해받지 않는 집중 시간, 의미 있는 1:1 대화, 명확한 우선순위, 회복할 수 있는 여백이야말로 몰입을 만드는 현실적인 장치입니다.
몰입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입니다. 구성원은 워크숍 하루로 몰입하지 않습니다. 멋진 슬로건 하나로 몰입하지도 않습니다. 매일의 업무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필요한 자원이 있으며, 내 강점이 쓰이고, 누군가 나의 성장을 보고 있으며, 내 의견이 의미 있게 다루어진다고 느낄 때 몰입은 서서히 쌓입니다. 몰입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신뢰의 복리입니다.
코칭에서 Presence가 고객을 변화시키듯, 조직에서 리더의 Presence는 구성원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몰입은 결국 이렇게 시작됩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의 사람에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중요한 일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다시 온전히 머무르겠다는 선택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