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전술, 분석, 전략이 팀 스포츠에서의 리더십으로 여겨졌다.
수치를 분석하고, 포메이션을 짜고, 움직임을 계산하는 것.
"전술은 시작일 뿐이고, 감정이 팀을 하나로 묶는다."- Julian Nagelsmann,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
현 독일 대표팀을 이끄는 나겔스만은 '리더는 감정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
그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리더십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경기 전 라커룸의 공기,
하프타임에 마주 앉은 선수의 표정,
실수를 한 선수에게 건네는 눈빛 하나, 한마디 말.
그 모든 순간에서 리더의 감정은 에너지이자 방향이 된다.
선수 한 명이 흔들리는 건 일시적인 변수지만, 리더가 흔들리는 건 전체의 변화를 만든다.
감독이 벤치에서 고개를 젓는 그 짧은 순간, 선수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위축된다.
결국 팀 전체가 무겁고 경직된 흐름 속으로 빠져든다.
리더 한 사람의 감정이 팀 전체의 리듬과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리더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 - Tom Landry, 전 NFL 감독
이건 스포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날 팀장 표정 보고, 다들 말 아꼈어요.”“오늘 분위기 보니까 얘기 꺼낼 타이밍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회의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기운이 싸했어요.”
리더의 말투, 표정, 회의 시작 전의 호흡 하나까지, 감정은 팀에 그대로 전염된다.
감정 조절은 결코 이미지 관리가 아니다.
팀원들 역시, 리더의 감정이 완벽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 감정이 공적 역할로 다뤄지길 기대한다.
감정을 팀을 위한 방식으로 바꿔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더의 감정은 사적인 게 아니다.
불안은 질문으로 바꾸고 분노는 기준으로 전환하고실망은 기대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이건 포장이나 연기가 아니다.
리더의 감정은 팀 전체의 분위기와 흐름을 위한 설계 도구여야 한다는 의미다.
팀원 A가 불안한 하루를 보낸다 해도, 팀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팀원 B가 무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회의에 참여해도, 팀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더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하루를 보내면, 그건 '팀이 분위기'로 직결된다.
수평적 문화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조직은 수직 구조이다.
감정의 낙수 효과가 있다. 리더가 무기력하면, 팀은 조용히 멈추기 마련이다.
리더가 과하게 예민하면, 팀은 점점 말 수가 줄고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조직에서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이걸 ‘감정의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라고 부른다.
마치 컵 위에서 넘친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듯,리더의 감정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실제로 감정 낙수 효과는 다양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리더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팀원들의 감정 소진과 생산성 저하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리더 한 명의 기분이 아니라, 리더의 감정 상태가 팀 전체의 감정 구조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감정은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니다.조직에서 리더의 감정은 하향 전파되는 힘을 가진다.
좋은 리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설계한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짜증이 난다면 그게 팀원의 실수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건지, 혹은 다른 미팅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은 아닌지, 리더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팀이 잘 굴러갈 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기부터 다르다.
회의실에 들어서면, 말 한 마디 없이도 느껴지는 힘찬 에너지가 있다.
활발한 질문과 대답, 주고 받는 리액션, 좌르륵 세워지는 협업의 타임라인 등.
그리고 그 중심엔, 감정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아는 리더가 있다.
흔들리더라도 그 감정을 끌고 가지 않고, 팀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정돈하는 사람 말이다.
리더의 감정은 절대 사적인 일이 아니다.
팀의 소통, 몰입, 회복력, 그리고 결국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흐른다. 침묵 속에서도, 말투 사이에서도, 팀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리고 감정이 흐를 수밖에 없다면, '잘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흘러야 할지를 그 감정을 설계하는 것, 그 것이 바로 리더의 감정관리다.
The Other Game은 팀과 선수의 성장을 위한 경기장 밖의 또 다른 게임을 이야기합니다.
스포츠에는 본게임 외에도 반드시 임해야 할 리더십, 팀워크, 팀 문화, 피드백, 마인드셋의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경기력은 물론, 개인과 팀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