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이아웃풋매니지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레버리지'다.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리더는 팀의 성과를 책임지고, 레버리지가 가장 큰 활동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리더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 출시 하루 전, QA 과정에서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팀 리더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팀원이 밤을 새우며 코드 수정·테스트를 반복한다. 결국, 가까스로 출시에 성공시킨다.
헌신적인 노력을 보였기 때문에 좋은 리더라고 볼 수 있을까? 앤디 그로브는 '레버리지가 낮은 대응'이라고 평가 절하했을 것이다. 그는 책의 도입부, '브랙퍼스트 팩토리'에서 이렇게 썼다.
"모든 생산 흐름은 기본적인 특징 하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재료들이 공정을 거치면서 더 많은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삶은 달걀은 날달걀보다 더 가치 있고, 완벽하게 구성된 아침식사는 각 구성 부분보다 더 가치 있으며, 최종적으로 고객 앞에 마련된 아침식사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다.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가능한 한 '최저 가치(the lowest-value)' 단계에서 생산 과정의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한 달걀을 고객에게 제공되었을 때가 아니라 납품받을 때 알아내어 반품해야 한다. 입사 희망자가 본사를 방문하기 전인 캠퍼스 면접 때 부적격자를 미리 탈락시켜야 한다." (P.52)
'최저 가치 단계'라는 키워드에 주목하자. 만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오류를 잡는다면, QA 단계에서 밤을 새울 일도 없고, 출시 일정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게 바로 레버리지가 높은 리더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앤디 그로브가 회의, 교육 그리고 1:1 미팅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1:1 미팅을 통해 팀원이 겪는 작은 불만이나 갈등을 조기에 포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문제를 미리 발견하면 해결 비용이 적고, 팀 전체의 성과에 큰 타격을 주지 않지만, 그 문제가 '실체적 위협'이 되었을 때, 리더는 밤낮을 고민해서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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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 성과의 역설이 있다. 위기를 사전에 막는 리더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큰 사건이 터졌을 때 해결사를 자처하며 온몸을 던지는 리더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 역설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까?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레버리지 성과'를 기억해야 한다. 안전벨트, 색깔유도선, 화재 방지 스프링클러, 예방 접종 모두 문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만든 '레버리지'의 결과다. 그러한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어떤 정치인은 "12.3 비상계엄 당시 누가 다친 사람이 있느냐. 누가 죽은 사람이 있느냐"라고 말하는데, 듣는 순간 화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어야 그제야 문제였다고 말할 것인가.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위기를 막는 리더는 박수를 받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평범한 사람들로 인해 돌아간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그런 사람들을 알아보는 눈을 갖자.
"네가 일을 잘하면 사람들은 네가 일을 한 줄도 모른다. 네가 일이 커지기 전에 막을 테니까. 뭐가 일어난 줄 알기도 전에 해결할 테니까. 사람들은 세상이 본디 그리 돌아가는 것이라 할 것이다. 대충 신이 저를 사랑하는 줄로 알 것이다.
그보다 못하면 비난을 받을 거다. 왜 제 소중한 소지품이며 귀한 것들을 챙겨주지 않았느냐든가, 공연시간에 늦었는데 어떻게 배상해 줄 거냐든가, 애가 놀라서 우는데 어쩔 거냐든가. 네가 말도 못 하게 일을 못하면 이름을 날릴 거다. 목숨이라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사람들을 볼 것이다. 환호하며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을 볼 것이다."
- 책 <이웃집 슈퍼히어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