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언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가끔 본다. 채널 주인은 '결정사'(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분. 채널의 주요 컨텐츠는 '결혼 잘 하는 법'인데, 주로 자기객관화가 덜 된 여성이나 남성을 데려다 놓고, 압박 면접이라는 방식으로 '개박살'을 내면서 조회수를 올리는 전략을 쓴다. 설마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데 저런 식의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한다고? 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만큼 자기객관화가 덜 된 출연자들이 나온다.
(출연자는 가림막 뒤에서 음성 변조를 하는데 재연배우라는 의심도 일부 있으나, 실제 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스크립트를 만들었고 실제는 더 황당한 일이 많을 거라고 본다.)

출처: YouTube 한방언니
예를 들자면...
나이 31세, 서울 사립대졸, 중소기업 근무, 연봉 3천, 모아둔 돈 3천, 나름 관리는 되었지만 외모는 평범한 여성이 결혼 상대로 나이는 30대, 강남 3구 아파트 소유, 연봉 2억 이상, SKY 출신 남자 아니면 죽어도 안된다는 식이다. 게다가 결혼하고 나서도 명절엔 부부가 각자 자신의 본가만 챙기면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인터뷰어인 한방언니는 출연자가 제발 자기 주제를 알고 눈높이를 낮추기를 설득하다가 도저히 안되니 포기하고 한마디 한다. "그럼 계속 혼자 사세요."
한방언니의 주장은 한결같다. 짝을 빨리 찾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면 서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만나야 하고, 그 전제는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야 한다는 거다. 자연스런 만남과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스펙 확인, 에누리, 흥정이 일반화된 '결혼 시장'이 되어버린 세태가 씁쓸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현실인데.
조직과 리더십 관점에서도 자기객관화는 매우 중요하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설쳐대는 사람은 항상 주변에 있다. 이런 사람이 실무자일 때는 '꼴값떨고 있네' 라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가 어쩌다 리더로 보임되는 순간 헬게이트가 열린다. 자기객관화가 덜 된 리더가 조직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직장인이라면 모두 경험했을 터.
본인은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본인이 회사의 모든 상황을 다 꿰차고 있으며, 본인 주장이 다 옳다는 사람.
본인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매번 모욕을 견뎌야 하는 리더,
본인은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입을 닫게 만드는 리더.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말을 아끼고, 보고를 늦추고, 틀리지 않는 답만 찾기 시작한다. 가장 무서운 점 하나! 이런 리더는 본인 스스로가 문제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은 항상 옳고 타인은 언제나 틀리다’라는 생각을 디폴트 옵션으로 장착하고 있다.
본인이 방향을 애매하게 줘 놓고 구성원이 여러 대안을 가지고 고민하면, “요즘 애들은 결단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회의 자리에서 지적질을 난사하고 분위기가 얼어붙으면 “조직에 긴장감이 필요했다”고 핑계댄다. 도저히 못참고 구성원이 이직하면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라고 폄하하고, 구성원들이 고분고분하게 자기 말 잘 들으면 “이제야 내 리더십이 먹히는구나” 라며 착각한다. 자기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고, 침묵하게 만들고, 결국 떠나게 만들어 놓고도 늘 원인은 밖에서 찾는다.
사람 보는 눈도 마찬가지다. 이런 리더는 대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정확한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 취향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처럼 말이 빠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은 똑똑하다고 여기고, 신중하고 조용한 사람은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은 ‘일 잘하는 인재’가 되고, 자기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의 성과는 무시한다. 그러다 보면 조직에는 다양한 재능이 남지 않는다. 리더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리더 말에 빨리 반응하는 사람, 리더와 결이 비슷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조직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얇아지고 약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에게 자기객관화, 즉 self-awareness는 고상한 수양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을 덜 망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리더는 자기 의도로 자신을 평가하지만, 조직은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으로 그를 평가한다. 나는 격려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압박으로 느꼈을 수 있다. 나는 기준을 세웠다고 믿었는데 팀은 감시당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 나는 공정했다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이미 편애를 경험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다.

그렇다면 리더의 self-awareness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기 의도와 타인의 경험을 분리해야 한다.
리더는 본인의 의도로 자신을 평가하고, 구성원은 리더가 보여준 행동과 그 결과로 평가한다.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 “나는 어떤 의도로 말했는가?”보다 먼저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렸는가?”를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self-awareness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남긴 흔적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둘째, 정기적으로 불편한 피드백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객관화 능력은 혼자 명상한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타인의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제가 무의식적으로 구성원의 발언을 막는 순간이 있었나요?”
“제가 사람을 평가할 때 습관적으로 빠지는 편향이 있나요?”
“저와 일할 때 가장 답답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구성원들과의 1on1을 통해 주기적으로 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칭찬이 아니라 불편한 정보를 더 고맙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셋째, 감정이 올라올수록 해석을 늦춰야 한다.
자기객관화가 무너지는 순간은 주로 화가 났을 때, 자존심이 상했을 때, 체면이 흔들릴 때다. 그때 리더는 사실보다 해석을 먼저 내린다.
“저 인간이 나를 무시하네.”
“내 말에 토를 달어? 한번 해보자는 건가?”
감정이 만드는 즉석 판결에 흔들리는 것이다. self-awareness를 위해서는 평온할 때의 성찰보다, 감정이 흔들릴 때 판단을 보류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더 낫다.
리더의 자기객관화는 미덕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실무자의 착각은 개인의 시행착오로 끝날 수 있지만, 리더의 착각은 조직의 공기를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닫게 하고 결국 성과까지 흔든다. 그래서 리더는 누구보다 자주 자신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얼마나 정확히 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self-awareness는 리더를 겸손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 여럿 망치지 않기 위해, 조직을 잘못 이끌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