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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를 보며 ‘오프보딩’을 떠올리다.

‘만약에 우리’를 보며 ‘오프보딩’을 떠올리다.

HR 시각으로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다
채용노무전체
호석
이호석Feb 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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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초라했던 그때, 가장 눈부시던 우리’ 영화 ‘만약에 우리’

영화 '만약에 우리'는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된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인연을 맺고 연인으로 발전했다가, 현실의 벽 앞에서 각자의 길을 선택한 뒤 10년 만에 다시 재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지만 끝내 함께하지 못한 두 사람이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다시 마주하며,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감정과 기억을 되짚는다. 영화는 이별 이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잔상과,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만약에'라는 질문을 조용히 꺼내 보인다.

<만약에 우리>의 원작 영화 <먼 훗날 우리>에는 작품을 관통하는 한줄의 대사가 있다. 오랜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린젠칭(정백연)에게 샤오샤오(주동우)가 말한다. “I miss you.” 린젠칭이 자신도 보고 싶었다고 답하니 샤오샤오는 울먹이며 내뱉는다. “내 말뜻은, 내가 널 놓쳤다고.” 소진된 인연의 끝에 선 남녀는 가난한 마음으로 놓쳐버린 순간들을 그리워하며 회한에 잠긴다. 때론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말들이 아쉽고 모자란 마음을 더 적절하게 담아낸다.

영화를 만든 김도영 감독은 “누구나 한 번쯤 엉망진창의 이별을 경험한다. 그 이별을 다시 잘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영화다.”라고 말한다.

이별은 연인과의 이별도 있고, 조직과의 이별도 있다. 조직과 구성원이 아름답게 이별하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만약에 우리가 이별한다면… 오프보딩(Off-Boarding)

우리는 흔히 ‘온보딩(On-boarding)’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새로 입사한 직원이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 가치관을 배우며 회사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다. 조직 사회화(Organizational Socialization), 인덕션(Induction),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은 외부인이 내부 사람이 되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용관계의 스펙트럼 끝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오프보딩(Off-boarding)이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배에서 하선한다’는 의미다. 조직이라는 배에 올라탔던 사람이 자신의 항해를 마치고 내려오는 과정, 즉 조직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입사가 시작이라면, 퇴사는 끝이 아니다.
오프보딩은 조직과 구성원이 마지막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보딩, 왜 중요할까?

최근 한 기업에서는 퇴사자들의 작은 이야기들이 온라인에 쌓이면서 회사의 내부 문제가 외부로 알려졌고, 결국 기업의 존속 여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다만, 떠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모든 직원이 만족하며 떠나는 조직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헤어지느냐다. 오프보딩의 핵심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퇴사자의 경험을 통해 조직을 돌아보는 과정에 있다. 퇴사자는 조직 안에서는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비교적 솔직하게 남긴다. 이 피드백은 때로 불편하지만, 조직이 놓치고 있던 문제를 발견하게 해주는 귀중한 단서가 된다.

좋은 오프보딩은 ‘아름다운 이별’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억은 훗날 회사의 평판이 된다.

오프보딩이 상처받을 때 발생되는 문제는 무엇일까?

최근 기업들이 오프보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이별은 예상보다 큰 리스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첫째, 조직 평판이 훼손된다.

재직 중에는 구성원이라는 위치 때문에 스스로 말을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퇴사하는 순간 그 심리적 제약이 사라진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익명 채널을 통해 그대로 표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경험담이 곧 조직 전체의 이미지로 굳어지기도 한다.

둘째, 데이터 유출이 발생한다.

퇴사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는 정보 관리다. 영업 인력이 고객 정보를 들고 경쟁사로 이동하거나, 연구개발 인력이 자신이 참여했던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자료를 반출하는 사례도 실제로 발생한다. 오늘날 기업 경쟁력은 유형 자산보다 정보와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오프보딩 단계의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셋째, 경쟁사 이직으로 갈등이 표출된다.

핵심 인재일수록 경쟁사의 제안을 받기 쉽다. 다만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때문에 기업이 이직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결국 현실적인 해법은 금지가 아니라, 리적인 관리와 사전 설계에 있다.

리스크를 줄이는 오프보딩을 설계하자.

① 평판 훼손 방지 장치

근로계약서나 별도 서약서를 통해 조직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둘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입증이 쉽지는 않지만, 구성원에게 책임 있는 이별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② 비밀유지 의무 강화

데이터 보호의 기본은 비밀유지의무(NDA)다. 일부 기업은 입사 시 한 번만 서약을 받지 않고 매년 갱신한다. 반복적인 확인 과정 자체가 구성원에게 책임 의식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 중요한 보호 장치가 된다.

③ 경업·부당유인 금지

경업금지(Non-compete)와 부당유인금지(Non-solicitation)는 경쟁 리스크를 줄이는 대표적인 장치다. 다만 직업선택의 자유와 충돌하지 않도록 금지 기간 동안 합리적인 보상이 함께 제공되어야 실효성을 가진다.

최후의 대화, 퇴사자 면담

퇴사자 면담의 의미

퇴사자 면담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조직과 구성원이 마지막으로 진심을 나누는 시간이다. 퇴사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이 놓친 문제와 개선 방향을 이야기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제도와 문화를 돌아보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이 대화가 구성원의 마음을 다시 붙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퇴직 면담은 ‘떠나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남아 있는 조직을 성장시키는 시간이다.

퇴사자 면담 시 주의할 점

다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퇴사 면담에서 나온 모든 말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퇴사를 앞둔 구성원은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일 수 있다. 따라서 의견은 존중하되, 반드시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 중립적인 태도로 듣고 여러 관점을 함께 살펴야 오해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면담 내용은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부서와 공유해 조직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연이라는 게 잘 되면 좋지만 다 잘되지는 않는다”

원작 마지막에 아버지가 말하는 대사이다. 입사는 설렘으로 시작되지만, 퇴사는 기억으로 남는다. 사람은 회사를 떠나도 경험은 떠나지 않는다.

좋은 조직은 채용을 잘하는 곳이 아니라, 마지막 인사를 잘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호석
이호석
기업 소속 공인노무사
대중문화를 당의정으로 입혀 인사, 노동법, 리더십, 변화관리, 소통을 주제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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