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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고, 글 못 쓰는 직원들 (기업이 직면한 언어 역량 위기)

말 못하고, 글 못 쓰는 직원들 (기업이 직면한 언어 역량 위기)

"보고서를 쓰라고 했더니 세 줄 짜리 메시지가 왔습니다.", "면접에서는 유창하게 말하던 신입이 업무 메일 하나를 못 씁니다."
교육코칭인사기획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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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wan HyunMar 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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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고객과의 통화는 무섭다고 합니다.

기업 교육 현장과 채용 실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개인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빈도가 높아지고, 특히 신입과 저연차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놓친 구조적 문제일까요.


1. 성인 5명 중 1명, 말하기·쓰기 ‘낙제점’

2026년 2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제 3차 국민의 국어 능력 실태 조사' 결과는 현장의 체감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조사는 전국 만 20~69세 성인을 대상으로 듣기 / 말하기 / 읽기 / 쓰기 / 문법 영역별로 3,000~5,000명이 참여했으며, 결과는 4수준(우수)부터 1수준(기초 미달)까지 4개 등급으로 구분 되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 듣기 4수준 비율: 40.6%

  • 읽기 4수준 비율: 33.0%

  • 말하기 4수준 비율: 18.1% / 1수준 비율: 19.9%

  • 쓰기 4수준 비율: 11.2% / 1수준 비율: 21.9%

받아들이는 능력(듣기와 읽기)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생산하는 능력(말하기와 쓰기)은 성인 5명 중 1명이 기초 미달입니다. 단순히 맞춤법이나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실이나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언어 표현 능력을 평가했습니다. 즉, 직장에서 매일 요구되는 바로 그 역량입니다.

연령별 격차도 주목할 만합니다. 듣기 영역에서 20대 4수준 비율은 53.8%이지만 60대는 19.2%로 크게 벌어집니다. 그런데 말하기와 쓰기에서는 20대라고 해서 특별히 높지 않습니다. 젊은 뇌가 더 잘해낸다고 볼 수 없습니다.

📌 출처: 국립국어원, 제3차 국민의 국어 능력 실태 조사 (2026.2) 

📌 관련 기사: 국어 능력 살펴보니…성인 5명 중 1명, 말하기·글쓰기 '낙제점' — 연합뉴스 (2026.2.6)


2. 왜 지금의 신입·주니어에서 특히 두드러지는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전 세대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습니다. 저연차, 특히 20대 초중반 신입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사회적 배경이 있습니다.

① 소비는 되는데 생산이 안 되는 미디어 환경

지금의 20대는 유튜브, 숏폼, 이미지 중심으로 정보를 습득해왔습니다. 읽기 점수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서 텍스트 소비 자체는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전자책의 유행과 더불어 힙독이라는 ‘힙한 독서’가 유행처럼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출판 시장의 몰락처럼 실제 독서 환경은 나날이 나빠지고만 있습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하루 5시간 이상 사용하는 집단이 읽기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소비와 생산은 다른 근육입니다. 긴 호흡으로 자기 생각을 언어로 조직하고, 논리적 순서를 갖춰 전달하는 훈련이 빠져 있습니다.

② 메신저 언어와 업무 언어의 간극

이들이 일상에서 주로 써온 글은 맥락을 공유한 친한 사람들 사이의 단문입니다. 문장을 완성하지 않아도 통하고, 이모지와 밈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직장은 맥락을 모르는 상대에게, 완결된 문장으로, 논리적 순서를 갖춰 전달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이 간극이 입사 첫날부터 바로 드러납니다.

③ 논술·토론이 사라진 교육 환경

2000년대 중후반부터 수능 중심 교육이 심화되면서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가 줄고, 객관식 정답 찾기 훈련이 강화됐습니다. 대학에서도 대규모 강의와 객관식 시험이 늘었습니다. 글로 자기 생각을 전개하고, 반박을 받고, 다시 방어하는 경험이 체계적으로 빠진 세대가 지금 입사하고 있습니다.

④ AI 의존의 조기화

이미 대학 시절부터 과제, 자기소개서, 면접 준비까지 AI에 상당 부분 의존한 채 졸업한 첫 세대가 입사하고 있습니다. AI가 문장을 대신 만들어줄 수 있으니, 스스로 언어를 조직하는 근육 자체가 덜 발달한 채로 사회에 나옵니다.

⑤ 코로나 세대의 발화 공백

지난 글에서도 원인으로 꼽았던 코로나 이번에도 동일하게 문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25~28세 전후는 대학 입학과 사회화의 결정적 시기를 비대면으로 보냈습니다. 수업도 온라인, 조별 활동도 채팅, 발표도 화면 앞 혼자. 낯선 사람 앞에서 말을 구성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받는 경험이 구조적으로 차단된 세대입니다. 이것이 면접과 업무 보고 상황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유 중 하나 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화보다는 텍스트 위주의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3. 이것은 '기본기 부족'이 아니라 '역량 격차'다

언어 역량을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 세대는 게으른 게 아니라, 해당 역량을 키울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아 보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역량이 단순한 소프트스킬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말하기와 쓰기 능력은 기업 내에서 다음과 같이 직결됩니다.

  • 보고의 품질 : 불명확한 보고는 결재를 지연하고 의사결정을 왜곡합니다

  • 협업의 속도 : 맥락 없는 소통은 불필요한 되묻기와 오해를 반복합니다

  • 고객 신뢰 : 설명이 두루뭉술하면 전문성이 낮게 인식됩니다

  • 문서화 역량 : 지식이 조직에 남지 않고 개인에게 묶입니다

언어 역량이 약한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고, 실행 속도가 느립니다. 이것은 경쟁력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4. 채용에서 이 역량을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이 역량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소서는 AI가 작성하고, 면접은 예상 질문을 외워서 옵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이 실질적으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① 서류 단계 > 자소서 대신 '과제형 글쓰기'

자기소개서의 신뢰도는 이미 낮아졌습니다. 대신 짧은 글쓰기 과제를 별도로 요청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 3문단으로 설명하세요"처럼, 맥락을 모르는 상대에게 설명하는 글을 요구하면 논리 구조, 어휘 선택, 문장 완성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주제를 추상적으로 주면 AI 활용이 쉬우므로, 회사나 직무와 연결된 구체적인 상황을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설령 AI를 활용한다해도 면접 과정에서 동일 질문의 맥락을 물어보면 스스로 사고 했는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② 필기·과제 단계 > 시간 제한 현장 작성

AI 활용을 차단하려면 제한 시간 내 현장 작성이 가장 확실합니다. 완성도보다 사고의 흐름과 구조를 평가 기준으로 삼습니다. [결론이 앞에 있는가, 이유와 근거가 따라오는가, 상대 입장을 고려했는가] 이 세 가지만 봐도 충분히 변별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③ 면접 단계 > 준비된 답변을 깨는 질문 설계

즉흥 설명 요청 : "방금 하신 말씀을, 이 분야를 전혀 모르는 분께 설명한다면?" 처럼 대상을 바꿔 재설명을 요청하면, 개념을 진짜 이해하는지와 언어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드러납니다.

반박 후 재응답 : 지원자의 답변에 부드럽게 반박하면, 당황했을 때 논리를 유지하는지, 아니면 바로 의견을 철회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사고의 유연성과 언어적 대응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요청 : 면접 말미에 "오늘 대화를 두 문장으로 요약해보세요"라고 하면, 대화를 구조적으로 따라왔는지, 핵심 추출 능력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장 브리핑 : 짧은 자료를 주고 5분 뒤 보고하듯 설명하게 합니다. 정보를 받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는 실무와 가장 가까운 역량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④ 평가할 때 놓치기 쉬운 함정

유창함과 구조화를 혼동하지 말 것. 말이 매끄럽고 자신감 있는데 논리가 없는 경우, 반대로 말은 어눌하지만 구조가 탄탄한 경우가 있습니다. 평가자가 "이 사람이 말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의 말에 구조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보도록 사전에 정렬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채용 과정에서 확인된 언어 역량 수준을 입사 후 온보딩 교육의 인풋으로 연결하면, 개인별 맞춤 설계가 가능해지고 초기 적응 속도도 달라집니다.


5. 기업 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쓰기 : '형식 교육'이 아닌 '사고 훈련'으로

보고서나 이메일 작성을 형식 교육으로 접근하면 효과가 없습니다. "왜 이 내용을 이 순서로 배치했는가"를 스스로 설명하게 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짧은 업무 메모를 쓰고 동료와 교차 리뷰하는 루틴을 정례화하는 것만으로도 체감 변화가 생깁니다. 핵심은 교정이 아니라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입니다.

말하기 : '발표 기술'이 아닌 '구조화 훈련'으로

프레젠테이션 기술 교육은 많지만, 실제로 필요한 건 두괄식으로 결론 먼저 말하기, 상대가 모르는 배경을 얼마나 설명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같은 사고 습관입니다. 짧은 스탠드업 방식의 발언 훈련(엘리베이터 스피치, 3분 브리핑, 즉흥 설명 등)을 정규 교육에 넣으면 말하기 불안과 구조 부재를 동시에 다룰 수 있습니다.

세대별 / 직무별로 다르게 설계

40~60대는 디지털 문서 작성 자체가 낯선 경우가 있고, 20~30대는 짧은 텍스트에 익숙하지만 긴 호흡의 논리적 글쓰기가 약합니다. 같은 쓰기 교육이라도 대상에 따라 문제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진단 없는 일괄 교육은 효과가 없습니다.

AI를 역으로 활용하라

AI를 잘 쓰려면 자기 생각을 먼저 정리해서 명확하게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하면, AI가 언어 능력 훈련의 도구로 전환됩니다. "AI에게 내 생각을 프롬프트로 설명하고,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수정하기"는 자연스러운 쓰기 훈련이 됩니다. AI가 대신 써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마치며 : 언어 역량은 단순한 소프트스킬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의 실태 조사는 숫자로 현실을 보여줬고, 기업 교육과 채용 현장은 이미 그 현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요즘 애들"의 문제로 귀결하는 순간, 해결의 주도권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기와 쓰기 역량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기회와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그 기회를 학교가 충분히 주지 못했다면, 이제 기업이 그 역할의 일부를 맡아야 합니다. 이것은 사회적 책임이기 이전에, 조직의 경쟁력을 지키는 현실적 선택입니다.

시대의 변화에서 기업은 인재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변화는 채용에서 제대로 보고, 교육에서 제대로 키우는 것. 언어 역량을 핵심 역량으로 재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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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wan Hyun
프로액티브 한 문제해결자
L&D 직무를 졸업하며, 개발자에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교육과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얻은 모든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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