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은 AI 활용법을 물어본 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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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은 AI 활용법을 물어본 게 아니었습니다

면접장에서 AI 이야기를 1시간 넘게 하고 나서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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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
김가영Jul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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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인턴에서 인턴으로의 이동을 이직이라고 말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ㅎㅎ

인사관리 솔루션을 다루는 스타트업 채용팀에서 지난주부터 근무를 시작했어요.

빠른 업무 처리 속도에 아직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 같아 설레는 요즘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면접을 봤는데요.

1시간 30분짜리 면접이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AI 이야기였어요.

사전 과제 안내를 받을 때부터 "AI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는 말이 있었고, 면접장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사실 검증은 어떻게 했는지, AI를 써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나름 AI를 열심히 공부하고 꽤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면접을 본 다른 지원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저보다 훨씬 깊고 다양하게 쓰고 계셨거든요.

그 면접장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잘 쓰는 게 이제 기본값이 되고 있다면

면접에서 AI 활용 역량을 묻는다는 건, 그게 이제 선택이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한 번쯤 써봤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쓰느냐를 봅니다.

그 기준이 올라가고 있다는 걸 그날 너무나도 분명히 느꼈어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두가 AI를 잘 쓰는 시대가 되면, AI를 잘 쓰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안 됩니다.

도구가 평준화될수록, 도구 없이 드러나는 것들이 오히려 더 눈에 띄게 됩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 순간,
도구가 아닌 것들이 차별점이 됩니다.

"AI를 어떻게 쓰나요"가 아니라 "왜 쓰나요"를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면접관이 진짜 보고 싶었던 게 AI 활용 능력 자체가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I를 어떻게 썼는지, 사실 검증은 어떻게 했는지, 자동화한 경험이 있는지.

이 질문들을 뒤집어 보면 결국 이렇게 됩니다.

이 작업에서 AI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AI가 낸 결과물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했는가. 반복이라고 정의한 업무의 경계는 어디인가.

즉, 도구를 쓰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을 보고 있었던 겁니다.

같은 AI를 쓰더라도 "일단 넣어봤더니 잘 나왔어요"와 "이 과업에서 이 부분은 AI가 하고 이 부분은 제가 판단해야 한다고 봤어요"는 완전히 다른 답이거든요.

AI를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과 AI를 잘 쓰는 사람의 차이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전자는 결과물이 그럴듯하고, 후자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면접에서 평가자가 보고 싶은 건 후자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도 마찬가지겠죠.

AI 토큰이 바닥났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AI를 열심히 쓰다가 토큰을 다 써버린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평소엔 괜찮은데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당황스럽습니다.

AI가 없으면 이 일을 어떻게 하지, 하는 감각이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그 순간이 사실 꽤 솔직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AI가 없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내 판단력은 어떤가요. 내 문장은 어떤가요. 내 논리는 어떤가요.

AI를 잘 활용하는 것과 AI에 의존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런데 그 경계가 어디인지는, AI가 없어졌을 때 비로소 보입니다.

그래서 AI 없이도 보여질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이겁니다.

"AI를 빼고 나면, 나한테 남는 게 뭐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맥락을 읽고, 어떤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인가.

이게 있어야 AI도 잘 쓸 수 있고, AI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AI는 결국 내가 가진 것을 더 빠르게 실현해주는 도구인데, 내가 가진 게 없으면 AI도 빈 그릇일 뿐이니까요.

그게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저도 아직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다만 그 질문을 붙들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꽤 다른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역설적으로 필요한 것

AI를 잘 쓰는 건 이제 기본입니다.

공부해야 하고, 써야 하고,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 없이도 설명 가능한 나만의 강점을 만드는 것.

그게 오히려 AI 시대에 더 희소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면접장에서 처음으로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AI를 빼고 나면,
당신한테 남는 건 무엇인가요?


가영
김가영
산업심리학/경영학을 전공하며 사람과 조직을 탐구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산업심리학과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영학을 전공하며, 그 접점에서 '진짜 일하기 좋은 조직'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 실무의 최전선에 있지는 않지만, HR의 본질을 고민하며 매달 신선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나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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