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의 많은 스트레스와 퇴사 이유는 업무가 아닌 사람입니다. 특히 같이 일하는 리더와 동료로부터 겪는 부정적인 경험과 감정 소진은 개인을 위축되게 만들고 고립되는 상황으로 내몰게 됩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통해서 이러한 상황들이 일부 개선되고, 서로 조심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상하게 나를 불편하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상황을 경험한다면 이는 상대방의 무례함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습니다.
[무례함이란 무엇인가?]
회의 시간, 팀장이 당신의 발표를 듣다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봅니다. 슬랙에 보낸 메시지가 ‘읽음’ 표시는 떴는데 답은 오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냈더니 “그게 되겠어요?”라는 반응만 돌아옵니다. 이런 순간들, 여러분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무례함(Incivility)은 괴롭힘이나, 폭력처럼 강도가 높지 않습니다. Anderson과 Pearson(1999)은 이를 “가해자의 의도가 모호하고 강도가 낮은 무례한 행동”으로 정의합니다. 무서운 점은 바로 이 ‘모호함’에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건가?”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신경 쓰고,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이런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무례함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어느 날 한 팀원이 찾아왔습니다. “팀장님, 저 이번 프로젝트에서 빠지면 안 될까요?” 이유를 물어보니 특정 동료와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회의 때마다 자기 의견을 무시당하고, 공개 채팅방에서 “이것도 모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무례함을 경험하면 우리는 크게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분노는 가해자에 대한 보복이나 대응적 무례함과 같은 외향적 공격성을 유발하는 반면, 수치심은 위축, 회피, 또는 자기 비난과 같은 내향적 행동을 유발하여 업무 수행 능력을 저하시킵니다. 무례함은 대개 강도가 낮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일상적인 업무 방해’로 작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조직 내 개인은 새로운 자원을 얻기는 힘들지만, 잃기는 너무 쉽습니다. 관계로 따지면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너무 쉬운 것과 같습니다. 자원보존이론(Conservation of Resources Theory)에서는 이를 ‘자원 손실의 나선형 효과(Loss Spiral)’로 설명합니다. 무례함을 겪는 순간 우리는 사회적 지지, 존중감, 심리적 안정감 같은 자원을 상실하고, 이는 업무에 투입할 자원을 고갈시켜 추가적인 실수나 성과 저하를 초래합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더 큰 자원 손실을 부르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일단 그 사람 기분부터 살핍니다. 오늘은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면 정작 내 일은 손도 못 대요. “
[조직이 지불하는 무례함의 가격표]
어느 중견기업 HR 담당자의 이야기입니다. 마케팅팀에서 올해만 벌써 3명이 나갔어요. 다들 실력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퇴사 면담을 해보니 한결같이 ‘팀장과 일하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 조직이 입게 되는 손실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까요? 연봉 6,000만 원인 직원(시급 약 5만 원)이 하루 1시간씩 무례함에 대해 괴로워하고 대응하는 데 시간을 쓴다면 연간 1,2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팀 내 이런 직원이 5명이라면 연간 6,000만 원이 증발합니다. 더 큰 문제는 ‘조용한 퇴사’입니다. 한 시니어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엔 주말에도 코드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 찾으려고 공부했어요. 근데 이제는 9시 출근, 6시 퇴근만 지킵니다. 그 이상은 안 해요.” 연봉 8,000만 원을 받는 시니어 인재가 본래 1억 5,000만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자인데 무례함으로 인해 50%의 역량만 발휘한다면 연간 7,000만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런 인재가 10명이면 연간 7억 원의 손실입니다.
연봉 5,000만 원인 숙련된 직원 한 명이 무례함으로 인해 퇴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채용 비용으로 약 500만 원, 신규 직원 온보딩 및 교육에 약 1,000만 원, 신규 직원이 기존 수준의 생산성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간의 공백으로 약 2,500만 원, 선배 직원의 멘토링 시간으로 약 500만 원, 퇴사 처리 및 인수인계로 약 300만 원을 더하면 총 약 4,800만 원의 직접 비용이 발생합니다. 무례한 리더 한 명이 팀원 3명을 1년 내에 내보냈다면 약 1억 4,400만 원의 회사 자산을 파괴한 것입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토로합니다. “우리 회사 잡플래닛 평점이 2.8”이에요. 댓글 보면 ‘리더가 직원을 사람 취급 안 한다’와 같은 부정적인 얘기만 가득합니다. 요즘 좋은 개발자 한 명 뽑으려면 시장가보다 20~30%는 더 줘야 겨우 오겠다고 해요.” 과거에는 사내의 일이 내부에서 끝났지만, 지금은 ‘잡플래닛’, ‘블라인드’의 시대입니다. 평판이 나쁜 기업은 동일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시장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고, 연간 10명을 채용한다면 수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조직은 괜찮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혹시 이런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회의실에서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말하는 모습. 단체 카톡방에 올린 질문이 ‘읽음 10’ 상태로 하루 종일 방치되는 상황.
무례함을 측정하기 위한 예시 문항들입니다. “상사/동료들은 나를 평가하거나 비판할 때 생각 없이 무례하게 말한다”, “상사/동료들은 회의 중 나의 발언을 중간에 끊거나 무시한다”, “상사/동료들은 나를 중요한 회의나 정보 공유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상사/동료들은 온라인 회의나 메신저에서 나의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는다” 등의 문항에 대해 지난 6개월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항들은 조직 구성원들과의 인터뷰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사해 더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특정 부서나 팀의 높은 이직률, 병가 사용 증가, 협업 회피 현상 등이 나타난다면 무례함이 조직 내에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리더/HR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제조업체 HR 팀장의 경험담입니다. “작년에 무례함 예방 교육을 했어요. 처음엔 ‘이런 걸 왜 교육해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팀장들이 ‘이게 무례한 거였어요?’라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자기는 그냥 바빠서 답 안 한 건데, 그게 상대방한테는 무시로 느껴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첫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예방해야 합니다. 어떻게 몰입을 높일 것인가보다 몰입과 소속감을 낮추는 경험들을 조사하고 이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 중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3초 쉬었다가 말하기”, “메시지에는 24시간 내 응답하기 - 바쁘면 ‘확인했습니다. 내일 답변드릴게요’라도 보내기”, “피드백은 1:1 자리에서 하기” 같은 구체적인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어느 IT 기업에서는 리더들에게 “부하 직원과 대화할 때 휴대폰 내려놓기”, “아이디어를 거절할 때는 이유 3가지 이상 설명하기” 같은 체크리스트를 나눠줬는데, 3개월 후 “팀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둘째, 고갈된 자원을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무례함은 자원의 손실입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우리 팀은 주말에 절대 슬랙 안 합니다. 금요일 6시 이후부터 월요일 9시까지는 슬랙도 이메일도 금지예요”라고 말합니다. 퇴근 후와 주말에는 업무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긴급한 경우에만 예외를 두는 것입니다. 또 다른 회사는 매주 금요일 오전 30분을 ‘칭찬 타임’으로 정했습니다. “이번 주 박 대리님이 고객사 미팅 자료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 주셔서 발표가 수월했습니다”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으로 정서적 자원을 충전합니다.
셋째, 회복탄력성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한 제약회사는 전 직원에게 마음챙김 앱 구독을 지원하고, 월 1회 점심시간에 마음챙김 명상 세션을 운영합니다. 참여한 한 직원은 “예전엔 팀장님이 메시지 무시하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는데, 요즘은 ‘바쁘신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 교육은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훈련입니다. 구성원들이 무례함을 경험했을 때 즉각 반응하기보다 한 박자 쉬어가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무례함은 누구에게나 보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얼마 전 한 워크샵에서 50대 임원은 “요즘 애들은 왜 회의 중에 핸드폰을 만지냐”고 불편해했고, 20대 신입사원은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건데 왜 그걸 모르시냐”며 답답해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무례하다고 느낀 겁니다.
현재 우리 조직에는 5개 이상의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리더(선배)가 부하 직원에게만 무례함을 보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의 상황도 존재합니다. 20대 후배들끼리만 점심 먹으러 가고, 단톡방을 따로 만드는 것도 상대방에게는 무례함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리더로서는 이러한 무례한 경험들이 조직 내에 발생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진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한 스타트업은 매달 랜덤으로 두 명씩 매칭해서 점심값을 지원합니다. 세대도 다르고 부서도 다른 사람들이 만나 밥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갑니다. 서로를 ‘업무상 역할’이 아닌 ‘한 사람’으로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불필요한 오해와 무례한 경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례함이 청구하는 청구서를 받기 전에, 먼저 행동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 팀을 돌아보세요. 혹시 점심을 혼자 먹는 팀원이 있나요? 회의에서 한 번도 발언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그 작은 신호들은 무례한 경험의 결과로 나타난 것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