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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버티게 해준 제 나름의 신조가 있습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
“반대의 면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뜻처럼, 누군가의 말과 태도에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를 배웁니다.
직장인들의 퇴사 사유를 보면 ‘일’만큼이나 ‘사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그래도 여기서 배울 건 있겠지’,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또 하나 배웠네’ 라는 생각과 함께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이어오게 해준 단어가 바로 반면교사였습니다.
먼저 밝혀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글은 특정 개인을 겨냥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역시 여유가 없을 때 말투가 딱딱해지고 표정이 굳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누군가를 평가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빠질 수 있는 한 가지 패턴을 점검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반면교사는 바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입니다
말 그대로 그날의 기분과 심기가 태도로 새어 나오는 상태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그 감정이 태도로 흘러나와 팀의 공기가 되는 순간이에요. 특히 리더/상급자의 경우, 태도는 팀에게 ‘신호’가 됩니다. 그 신호가 반복되면 팀원들은 업무 우선순위를 ‘일’이 아니라 눈치로 결정하기 시작하죠.
제가 관찰했던 대표 신호는 세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어제는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다가, 오늘은 갑자기 “대리님”이 됩니다. 말을 놓다가도 어느 순간 저음의 존대가 튀어나옵니다.
호칭과 톤이 바뀌는 순간 팀원들은 이렇게 해석해요.
“지금은 가까이 오지 마.”
사무실에 우당탕 타자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 압니다.
오늘은 질문하면 안 되는 날.
문제는 팀이 ‘일의 타이밍’이 아니라 ‘감정의 타이밍’을 먼저 학습한다는 점입니다.
피드백의 내용보다 감정의 온도가 먼저 전달됩니다. 사실 확인보다 평가가 먼저 오고, 업무 논의가 사람 평가로 번지기도 합니다. 이런 피드백은 성장 기회가 아니라 회피해야 할 이벤트가 됩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이 신호들이 반복되면, 팀과 일에는 어떤 영향이 남을까요?
심리적 안전감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건 ‘불만’이 아니라 질문과 공유입니다. 질문이 줄고, 보고가 늦어지고, 나쁜 소식은 더 늦게 올라옵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론 문제를 늦게 발견하는 팀이 됩니다.
팀원은 일을 하며 늘 계산합니다.
“지금 보고하면 불 붙지 않을까?” “조금 더 다듬어서 가져가야 안전하지 않을까?”
이 과정이 반복되면 속도가 느려지고 협업이 위축됩니다. 이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만드는 합리적 방어에 가깝습니다.
같은 말도 “어떻게 말해야 덜 맞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해석(‘내가 뭘 잘못했나?’)이 늘고 감정 소진이 누적됩니다. 결국 팀의 기본 정서는 방어와 거리두기로 기울기 쉽습니다.
리더의 태도는 팀의 표준이 됩니다. 누군가는 그대로 따라 배웁니다(감정 표출이 기본값이 됨). 누군가는 관계를 닫습니다(최소한만 하게 됨). 둘 다 건강한 학습은 아니죠. 그래서 이 패턴은 개인의 기분에서 끝나지 않고 팀의 문화로 남습니다.
여기서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감정은 자연스럽고, 태도는 선택이다.
특히 리더에게는 “감정을 느낄 자유”와 함께, 그 감정이 팀에 미치는 파급을 관리해야 하는 역할의 책임이 있습니다. 비난이 아니라, 팀을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상대의 기분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내 태도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을 돕는 건 ‘참기’보다 ‘기술’에 가깝습니다.

1. 대화의 레일을 ‘사실’로 깔기
감정 대화로 흐르기 전에 프레임을 먼저 제시합니다.
“현재 상황은 A이고, 선택지는 B/C입니다.” “리스크는 Y입니다.”
일의 언어를 먼저 올리면 대화가 덜 흔들립니다.
2. 채널을 분리하기
대면이 위험한 날엔 문서/메시지로 먼저 정리합니다. “결정 요청”보다 “정보 공유 + 다음 액션 제안”으로 진입하면 충돌이 줄어듭니다.
3. 감정 전염 끊기
상대의 기분이 내 하루가 되는 순간, 나는 휘둘립니다. 한 번만 이렇게 분리해보세요.
“저건 저 사람의 감정이다. 내 태도는 내가 고른다.”
회사 밖에서 배운 문장 하나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친한 친구와 작은 오해로 감정이 상했던 날이 있었어요. 저는 속상한 마음에 격하게 반응했고, 친구는 사과를 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그 순간엔 ‘네가 내 감정의 크기를 정해?’라는 마음이 들어 더 격해졌지만, 시간이 지나 이런 문장이 남았습니다. 화는 날 수 있다. 하지만 그 화를 ‘어떻게’ 표출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친구가 잘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었지만,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무엇이 불편했고, 그래서 내가 왜 화가 났는지”를 차분히 말했더라면 서로에게 남는 상처는 훨씬 덜했을 겁니다.
회사도 같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감정을 느낍니다. 다만 내 기분이 그대로 태도가 되는 순간, 그 감정은 ‘내 것’이 아니라 팀의 공기가 됩니다.
제가 오늘 반면교사로 적어둔 문장은 이거예요.
‘내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지킬 최소 기준도 함께 적어봅니다.
1. 기분이 안 좋아도 인사는 한다.
2. 피드백은 사람 평가가 아니라 ‘사실-영향-기대’로 말한다.
이 두 가지만 지켜도 팀이 덜 불안해지고, 일이 더 빨라진다고 믿습니다.
오늘도 서로 덜 소모되는 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