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티타임즈 이사민 기자
AI는 개인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그러나 팀워크에는 역설적으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개별 팀원이 AI를 활용해 역량을 아무리 높이더라도, 팀 내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세스 손실'을 막지 못하면 팀 전체의 성과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배수정 SK아카데미 RF는 AI 에이전트가 바꾸는 업무 현장의 실질적인 갈등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팀 운영 원리를 제시한다.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HR 전문가인 배 RF가 연구한 AI를 통한 팀 성장 모델을 들어봤다.
현) SK아카데미 리더십진단팀 Research Fellow
전) 삼성글로벌리서치 People Analytics팀 수석연구원
전) 마이다스아이티 행복기획팀 대리

- HR 전문가로서 생성형 A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처음에는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접근했다. 그러나 AI가 조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을 목격했다. AI를 쓰는 속도와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AI를 많이 쓰는 사람, 안 쓰는 사람 그리고 쓰더라도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팀 내 갈등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AI로 빠르게 초안을 만들고 회의에 참여한다. 반면 다른 이는 백지 상태로 참여한다. 그러면서 '쟤는 왜 저렇게 일하지?' 같은 여러 가지 팀 내 불협화음이 발생하게 된다.
- 먼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HR 시스템을 개발한 실제 사례를 소개해달라.
▶ 새로운 리더십 진단 시스템을 개발할 때 AI 에이전트 팀을 구성했다. 과거에는 기획자, 개발자 등 10~15명이 붙어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이다. 이번에는 PM, 백엔드 및 프론트엔드 개발자, QA, AI 애널리스트 등 역할을 나눈 '멀티 에이전트'를 팀으로 일하게 했다. 벤치마킹 팀(문헌 연구, 히스토리 추적, UI/UX, 데이터 시나리오 에이전트 등)도 별도로 운영해 결과물을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클로드 코드, 제미나이의 안티그래비티, 챗GPT의 코덱스 등을 활용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단계였다. 이렇게 AI를 활용해 초안을 만들더라도 이를 팀에서 활용하는 과정에서 각종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AI를 왜 써요?"와 같은 심리적 저항은 물론 "그럼 AI로 만든 초안은 누가 검토하죠?" "이걸 어떻게 활용하죠?"와 같은 프로세스에 대한 갈등으로 확장된다.

- AI 도입이 팀 성과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프로세스 손실'의 사례는 무엇인가?
▶ 팀 성과는 '잠재 성과(개인 역량 합) - 프로세스 손실'로 결정된다. AI가 개인 생산성을 높여도 협업 과정에서 손실이 크면 팀 성과는 주는 것이다. 프로세스 손실의 4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저자의 실종
팀장은 팀원이 AI로 만든 보고서를 받고 팀원에게 질문을 한다. 이때 팀원은 "AI가 뽑은 것"이라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한다. 이 경우 팀장은 피드백을 할 대상이 사라진다.
2. 학습의 증발
에러를 고치는 '삽질' 과정에서 얻는 원리 파악과 성장의 시간이 사라져 주니어의 업무 장악력이 떨어진다.
3. 대화의 소멸
동료와 토론하는 대신 AI에게만 묻다 보니 팀 내 대화와 소통이 줄어든다. 아울러 잘못된 전제로 일해도 몇 주간 아무도 이를 모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4. 심리적 비용의 누적
전문가가 신입의 AI 초안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 또 질문을 하고 싶어도 "AI에 물어보지 왜 묻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입을 닫게 된다.
- 이러한 손실이 장기적으로 쌓이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 팀이 둘로 쪼개질 위험이 있다. 가령 AI 숙련자는 AI로 3일이면 끝낼 일을 1개월이라는 전체 일정에 맞춰 조금씩 일을 끝내며 팀원들의 불신을 산다. 반면 AI 비숙련자는 백지상태에서 고군분투하며 위축된다.
또 '초안'을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AI 숙련자에게 초안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인 재료가 된다. 그러나 AI 비숙련자에게 초안은 공들여 쌓은 중간 결과물이다. 같은 초안을 보더라도 한 명은 "완성되지 않은 걸 왜 공유했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이는 "꼭 완벽해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박자가 어긋나면 "왜 굳이 팀으로 일해야 하나"라는 본질적인 회의감에 도달하게 된다.
- 그렇다면 리더와 팀원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리더는 "잠깐, 이거 맞나?"라고 멈춰 세우는 검토자가 돼야 한다. 팀 내 AI 용어를 순화해 공용어를 만들고, AI 활용에 앞서가는 팀원과 뒤처지는 팀원 사이의 간극을 조절하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료 조사는 AI가 하되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식의 '그라운드 룰'을 정해야 한다.
팀원은 AI 작업물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작업물 중 어느 부분이 AI의 몫이고, 어느 부분이 사람이 만든 건지 구분해줘야 한다. 또 일부러라도 동료에게 질문하며 AI가 줄 수 없는 인사이트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HR 담당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AI 사용법만 가르치는 사내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팀원 전부가 AI를 쓸 줄 알아도 '어떻게 함께 쓸 것인가'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팀은 무너진다. 팀장이 어떻게 통제할지, 일하는 방식을 AI 시대에 맞게 어떻게 재설계할지가 핵심이다. 오는 3월 31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HR exChange 컨퍼런스'에서 이런 구체적인 팀 규칙과 혁신 방안에 대해 더 자세히 나눌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