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의 AI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4월 5일에 발간된 애던 브로트먼의 책 《AI 최전선》을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분명 최신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나가 버린 이야기'라는 느낌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책은 죄가 없다. 분명 좋은 내용과 에피소드를 담았지만, 문제는 그보다 빨라진 세상이다. 저자가 원고를 쓸 때 최신이었던 내용이 독자 손에 닿을 때쯤이면 이미 철 지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속도에 적응하려면, 무엇을 배울지보다 어떻게 배울지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회고를 해 보니, 요즘 나는 세 가지 경로로 배운다. 첫 번째는 링크드인과 유튜브다. AI 활용 사례나 릴리즈 소식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읽다 보면 '나도 해봐야겠다'는 자극과 '또 뒤처지고 있구나'는 불안이 동시에 온다. 이 두 감정이 뒤섞인 채로 스크롤을 내리는 게 요즘 아침 루틴이 됐다. 빠르게 자극받기에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오래 머물면 안 된다.
두 번째는 직접적인 시도와 실험이다. "코딩은 해결된 문제다"라는 말이 있듯, Claude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된다. 집요함과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회고를 남기는 것이다. AI는 결과를 만들어 주지만 그 결과를 배움으로 소화하는 것은 여전히 나의 몫이다. 그 틈을 채우지 않으면, 문제는 신나게 해결되지만 단단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내가 하는 실험은 다음과 같다. 회사에서는 모든 공지사항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옵시디언의 특정 폴더에 올리는 글들을 이미 만들어 놓은 폴더로 옮기고, 메타데이터 입력까지 자동화하는 스킬을 만들었다. 매주 많은 정보는 들어오지만, 정리가 안 되어 답답했는데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세 번째는 역시 사람이다. 앞의 두 가지 조건은 사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같은 도구, 같은 정보.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서 날까? 이런 시대일수록,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나는 요즘 HR 업계 사람들보다 CEO를 비롯하여 다른 직군의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난다. 다오랩에선 "AI Ops가 조직의 자율성을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트레바리에선 다양한 조직과 리더들의 사례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배우는 사례는 인터넷에 없는 것들이다. 특히 어떤 실험을 했고, 조직에서 어떤 반대에 부딪쳤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런 이야기들은 쉽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 20명 규모의 AI 스타트업의 제품 총괄님과 온라인 커피챗을 했다. 입사하자마자 한 일이 인상적이었다. 전체 코드베이스를 Claude에 던져서 유저 스토리와 정책 문서를 역설계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CS 문의 내용을 정책 문서와 대조해서 빠진 규칙을 찾아내고, 매일 새벽 GitHub 커밋을 자동으로 읽어 정책을 현행화하는 루프를 만들었다. 지금 그 팀은 CS를 거의 자동화해서 처리한다. 에이전트가 답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은 슬랙에서 승인 버튼만 누른다. 이런 실전적 이야기는 링크드인에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 완성된 사례가 아니라, 아직 다듬어지고 있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들을 때마다, 학습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한다. 또 다른 AI 조직의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리더가 맨 앞에서 달려야 합니다. 직접 주말에 앱을 만들어서 보여주면, 구성원들이 FOMO를 느끼기 시작해요. '내 일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긴장감을 불어넣게 되면, 조직의 AI 도입이 빨라질 수밖에 없어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말이었다.
지금은 다들 AI를 잘 사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느낀다. 기술의 발전은 너무 빠르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엇이 더 중요해질까? AI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실행이 빨라질수록, 판단해야 할 순간은 더 자주 올 것이다. 판단력을 키우지 않은 채 속도만 높이면, 빠르게 틀린 방향으로 가고 쓸데없는 일(워크 슬롭, Workslop)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판단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관계는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결국 방법은 단순하다. 부지런히 탐색하고, 실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함께 만들어 가는 것. 다만, 과거의 방식으론 요원하다. 배우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참 바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