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돈을 나누기 보다 ‘미래’로 흐르게 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번돈을 나누기 보다 ‘미래’로 흐르게 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조직설계리더십리더임원CEO
허진
허진Jun 16, 2026
2625

지금 번 돈은 ‘오늘 나눠 가질 상금’이 아니라 ‘10년 뒤를 살릴 씨앗’입니다. 문제는 그 씨앗을 미래로 흐르게 할 ‘장치’가 우리 기업에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1.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으로 역사상 가장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만큼 직원 성과급도 어마어마했습니다. SK하이닉스 직원은 한 해 성과급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받기도 했습니다.1 두 회사는 앞으로 ‘영업이익의 약 10%를 한도 없이, 10년 동안’ 성과급으로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2 좋은 일 같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터졌습니다.

주주들은 “이렇게 큰돈을 나누는 결정을 왜 주주에게는 묻지 않았느냐”며 소송을 준비하고,3 다른 회사 직원들은 “비슷한 노력을 했는데 왜 우리는”이라며 박탈감을 느끼고, 회사 안에서도 부서끼리 “누가 더 받느냐”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은 “많이 벌었으니 많이 받는 게 당연”, 다른 한쪽은 “다 나눠 쓰면 회사 미래는 누가 챙기나”로 갈렸습니다.

2. 진짜 문제는 ‘돈 욕심’이 아니라 ‘장치의 부재’

쉽게 비유해 봅시다. 농사로 풍년이 들어 곡식이 넘친다고 합시다. 이 곡식을 전부 지금 잔치에 써버리면, 내년에 뿌릴 씨앗과 흉년에 먹을 식량이 사라집니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몇 년마다 반복되는 산업이라, 잘 버는 해의 돈은 사실 ‘다음 흉년과 다음 기술을 준비할 자금’입니다. 오늘의 성과 자체가 과거 여러 해 동안 묵묵히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가 보입니다. 이 거대한 돈을 ‘어떻게 나눌지’ 미리 정해 둔 규칙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십조 원짜리 결정이 회사의 정식 의사결정 절차(이사회·주주총회)가 아니라, 파업을 피해야 하는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급하게 정해졌습니다. 같은 규모의 공장 투자나 기업 인수였다면 반드시 이사회와 주주의 검토를 거쳤을 텐데 말입니다. 결정의 무게에 비해, 그 결정을 담는 ‘그릇’이 너무 작았던 것입니다.

3. 왜 지금 구조로는 미래를 못 지키나?

회사를 이끄는 전문경영인은 임기가 짧고, 매년 성적표(실적)로 평가받습니다. 그래서 10년 뒤에야 열매가 열리는 투자는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열매를 자기 임기 안에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실제로 한 조사에서 회사 임원의 약 5분의 4가 “이번 분기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장기 투자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4 이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짧게 평가받는’ 구조가 만든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흩어져 있는 주주들이 회사의 10년 전략까지 일일이 챙기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멀리 보고 미래를 지키는 일’을 누가, 어떤 절차로 책임질 것인가—이 질문에 우리 기업의 거버넌스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성과급 논란은 그 빈자리가 겉으로 드러난 사건일 뿐입니다.

4. 함께 생각해 볼 거버넌스의 방향

정답을 드리기보다,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큰 방향’ 네 가지를 제안합니다. 핵심은 번 돈을 미래로 흐르게 하는 ‘룰과 책임 구조’를 미리 설계하자는 것입니다.

방향 ① 큰 결정은 큰 그릇에 담자. 수십조 원을 나누는 결정이라면, 노사 협상 테이블 하나가 아니라 이사회·주주·직원이 함께 보는 정식 의사결정 절차 안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결정의 무게에 걸맞은 절차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방향 ② ‘평소 번 돈’과 ‘운 좋게 더 번 돈’을 구분하자. 실력으로 꾸준히 버는 돈은 지금처럼 나눠도 좋습니다. 그러나 호황 때 운 좋게 크게 더 번 돈(횡재)에 대해서는, 그 중 얼마를 미래에 다시 투자할지 미리 정해 두자는 것입니다. 비율을 못 박기보다, ‘미래 몫을 먼저 떼어 둔다’는 원칙에 사회가 합의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방향 ③ 미래 몫은 ‘따로’ 지키자. 미래에 쓰기로 한 돈은 그냥 회사 통장에 두면 “쌓아두지 말고 나누라”는 압력에 늘 시달립니다. 연구개발·신사업·불황 대비에만 쓰도록 용도를 정해 따로 관리하고, 어디에 썼는지 매년 공개하면 신뢰가 쌓입니다.

방향 ④ 보상의 ‘시점’을 미래와 연결하자. 성과급의 일부를 ‘즉시 현금’이 아니라 ‘몇 년 뒤에 받는 주식’ 형태로 주면, 직원도 회사의 미래에 함께 관심을 갖게 됩니다. 보상의 크기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보상의 시계(時計)를 미래로 맞추자는 것입니다.

생각해 볼만한 사례들

· 덴마크(노보노디스크·칼스버그):

회사가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재단’을 통해 과학 연구에 다시 투자하도록 구조를 짜 두었습니다.

그 결과 분기 실적 압력에서 벗어나 수십 년 호흡의 연구개발이 가능합니다.

· 독일(보쉬):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누구도 회사 돈을 사사로이 가져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130년 넘게 기술에 집중해 왔습니다.

· 화웨이:

직원 성과급을 ‘5년 뒤에 정산되는 주식’으로 주어, 직원도 회사의 미래에 이해를 갖게 하고

회사는 매출의 20% 넘게 연구개발에 씁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잘 버는 것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구조와 규칙’이라는 점입니다.

5. 우리 기업에 던지는 한 마디

이번 일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50년 전 한 소설 속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성장의 열매는 누구의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2026년의 작은 공은 ‘번 돈은 누구의 미래가 되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그 공은 이미 떠올라 지금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공이 ‘소송과 파업과 박탈감’의 자리에 떨어질지, 아니면 ‘번 돈이 회사와 산업과 나라의 미래로 흐르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자리에 떨어질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든 먼저 이 길을 연다면, 이번 성과급 소동은 한국 기업 경영이 한 단계 도약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호황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두둑한 성과급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는 새로운 규칙입니다. 이 글의 제안은 정답이 아니라 토론의 출발점입니다. 이제 그 규칙을 함께 설계할 차례입니다.

[참고문헌]

1. 신상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성과급, 손에 쥐어지는 건 절반?”, 글로벌에픽, 2026. 4. 27.

2. 김문경, “삼성과 SK의 성과급, 무엇이 달랐나?”, 파이낸셜뉴스, 2026. 5. 31.

3. 한국경제, 2026. 6. 10. (소액주주 단체의 무효확인소송·가처분 준비)

4. Graham, J. R., Harvey, C. R. & Rajgopal, S. (2005),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40, 3–73.

5. 조세희 (1978),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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