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매번 새로운 결심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습니다. 경기 전 몸을 푸는 순서가 있고, 마음을 가다듬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루틴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들은 매번 “오늘은 열심히 해야지”라고 다짐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그냥' 합니다.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는 모두가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회사도, 리더도, 구성원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많은 회사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많은 조직은 온오프라인이 섞인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우리 회사도 그렇습니다. 월요일에는 오프라인으로 만나 함께 일하고, 강의나 코칭이 있는 날에는 현장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그 외의 날에는 사무실이나 각자 일하기 좋은 곳에서 일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꽤 자유롭게 느껴집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익숙한 공간에서 자신의 속도로 몰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혼자 일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일이 끝나지 않습니다. 밤에도, 주말에도 일을 붙잡고 있습니다.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섞이면서 하루 전체가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슬럼프가 오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면 하루가 그냥 흘러가 버립니다. 개인적인 일로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기도 합니다. 혼자 있으면 리듬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집니다.
재택 근무의 진짜 어려움은 집에서 일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진짜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무실은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사무실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 동료들의 움직임, 회의, 점심시간, 퇴근길. 이 모든 것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내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일하는 모드로 전환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일할 때는 그 구조가 사라집니다. 누가 시작을 알려주지도 않고, 누가 끝을 정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닙니다. 자신만의 일하는 구조입니다.
사무실에 나가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켭니다. 커피를 한 잔 타오고, 수첩을 펼쳐 하루를 계획합니다. 집에서 일할 때도 가능한 한 같은 흐름으로 시작합니다.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준비하고, 수첩을 펼칩니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합니다. 이 작은 반복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마음속에는 늘 일하기 싫은 마음도 있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익숙한 루틴을 따라가다 보면 그 저항을 지나 어느새 계획한 일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나를 출근시키는 일입니다.
혼자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욕이 아닙니다. 의욕은 매일 달라집니다. 어떤 날은 의욕이 넘치지만, 어떤 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욕에만 기대면 하루의 질이 들쭉날쭉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의욕이 없어도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한 주를 기준으로 보면 저는 월요일에는 기획업무, 화수목은 강의나 코칭, 금요일은 못다한 일. 집중력이 필요한 글쓰기, 강의안 만들기, 제안서 정리는 가능하면 오전에 배치하고 오후에는 사람을 만나거나 조금 더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둡니다. 90분 기준으로 일하고, 15분에서 30분 휴식. 저녁에도 나름의 리듬을 만들려고 월수금에는 세미나나 스터디를 하고, 화목에는 운동을 합니다. 물론 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Carolyn O’Hara는 혼자 일하는 시스템에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루를 여는 루틴, 일과 쉼을 나누는 경계, 다시 집중하게 하는 휴식, 함께 일하고 있다는 연결감, 그리고 하루 끝의 작은 성찰. 이 다섯 가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재택근무자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무실에 있어도 혼자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조직 안에 있어도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시간을 운영하고,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리더에게도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구성원을 볼 때, 리더는 자칫 “일을 잘하고 있는가, 못하고 있는가”만 보게 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만의 일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있는가. 시간을 운영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방식을 익혀가고 있는가.
고참 선수가 신입 선수에게 운동하는 법을 알려주듯, 리더도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을 함께 살펴봐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루틴과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1:1 대화에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해?” “집중이 잘되는 시간은 언제야?” “일과 쉼의 경계는 어떻게 만들고 있어?” “혼자 일할 때 다시 리듬을 찾는 방법이 있어?” “한 주가 끝날 때 무엇을 확인해?”
이런 질문은 구성원이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 질문입니다. 리더 자신이 본인의 방법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집중을 회복하는지, 한 주를 돌아보는 방법은 무엇인지 공유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할수록 잔소리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성원이 스스로 느끼고 변화하려는 마음이 생겨야 합니다. 그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여러 번 이야기해도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일하는 시대의 리더십은 지시와 통제보다 성찰과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은 의지가 특별히 강한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리듬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 안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나는 누가 보지 않아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요?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나를 출근시키는 작은 루틴이 있나요? 언제나 자신을 운영하는 시스템에 따라 '그냥' 일을 하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진짜 뛰어난 선수입니다.

Five ways to work from home more effectively - CAROLYN O'HARA
1. To work from home effectively, you need a regular schedule and routine, not just freedom.
재택근무를 잘하려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인 일정과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2. Clear boundaries between work and home life help you stay focused and truly rest.
집에서 일할수록 일과 삶의 경계를 분명히 세워야 집중도 하고 제대로 쉴 수도 있다.
3. Taking regular short breaks helps restore your energy and attention.
쉬지 않고 오래 일하기보다, 중간중간 짧은 휴식을 통해 에너지와 집중력을 회복해야 한다.
4. Staying intentionally connected with colleagues and clients prevents isolation and keeps momentum.
혼자 일하더라도 동료, 고객, 업무 관계자들과 의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5. Recognizing small wins at the end of the day helps you stay motivated and productive.
하루가 끝날 때 자신이 해낸 작은 성취를 확인하면 재택근무의 동기와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