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이 있을 때 그렇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리더는 해당 분야의 역량과 경험이 뛰어난 사람이기에 그 자리에 올랐다. 모난 성격이나 반사회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리더 추천 단계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그런 사람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 기저에는 대부분 '불안'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
리더 역할을 맡으면 잘 모르고 싫어하는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확실하고 구체적이며 '정답'이 있는 일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매일매일 불확실성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그러기에 불안은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감정이다. 불안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를 머릿속에서 미리 상상하며 증폭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불안이 바람직한 리더의 행동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데 있다. 불안이 커질수록 리더는 통제 욕구를 강화한다. 구성원을 믿고 맡기지 않으며 세세한 과정까지 직접 챙기는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기운다. 낯선 선택의 위험이 부담스러우면 새로운 대안을 실험하기보다 과거의 익숙한 관행을 반복하려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더 모으려 하면서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꼼꼼함이나 신중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안이 만든 방어 기제일 때가 많다.
하지만 불안을 무조건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억지로 제거하려 하면 할수록 더 증폭되는 것이 불안이라는 감정이다. 불안은 아직 충분히 점검되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해 불안은 제거해야 할 적이기보다, 리더가 놓치고 있는 위험과 변수를 알려주는 경고등으로 보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불안은 나약한 성격 탓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다루는 뇌의 방식과 관련이 있다.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이 어떻게 불안을 야기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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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단순히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기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고, 그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줄이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아끼고, 위험을 미리 피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정적으로 예측하지 못하면, 뇌는 이를 잠재적 위협으로 해석한다. 아직 위험이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무엇이 위험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면 뇌는 경계 모드를 발동한다. 이때 우리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바로 불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편도체. 편도체(Amygdala)는 뇌의 대뇌 변연계에 위치한 아몬드 모양의 부위로, 공포와 불안 같은 감정을 처리하고 위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기관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위험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편도체는 일단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즉 확실한 안전 신호가 없으면, 잠재적 위협으로 먼저 해석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애매한 피드백, 모호한 침묵, 갑작스런 변화는 편도체를 자극하기 쉽다. 편도체가 자극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선택한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소위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다.
또 중요한 것이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과 뇌섬엽(insula)이다. 전대상피질은 뇌의 전두엽 안쪽에 위치한 부위로, 인지와 정서를 연결하는 핵심 중추다. 주의 집중, 의사결정, 오류 감지, 감정 조절, 통증 반응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총괄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뭔가 이상한데...”, “이대로 가면 틀릴 수도 있겠는 걸...”과 같은 신호를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뇌섬엽(Insula)은 신체 내부의 감각을 감정과 의식으로 연결하는 핵심 부위다. 심장박동, 호흡, 장기 상태 등 무의식적인 자율신경계 감각을 인지하고 뇌에 전달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ACC는 오류 가능성을 계속 경고하고, 뇌섬엽은 그에 따른 신체 반응(심장이 빨리 뛰거나, 속이 불편하거나, 호흡이 곤란한 느낌 등)을 더 또렷하게 감지한다. 그러면 사람은 온 몸으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불확실성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도 촉진한다. 불확실성을 위협으로 해석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대표주자인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한다. 적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여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상태가 길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사고는 경직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기보다 익숙한 패턴에 집착하기 쉽다. 바로 여기서 리더의 전형적 역기능이 나온다. 마이크로매니징, 과거 성공경험에 대한 집착, 불필요한 점검과 확인, 의사결정 지연 같은 것들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이라면 불안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 뇌와 몸이 그렇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불안해 하지 말아야지"라는 주문을 백번천번 외운다고 불안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불확실성을 구조화하고 뇌가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일지라도 뇌가 “완전히 안개 속에 있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예측 가능성이 조금만 회복되면 편도체의 과잉 경계는 줄고, 합리적 판단 영역을 총괄하는 전전두엽이 주도권을 쥐고 작동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때 유용한 사고기술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1. 상황을 더 명료하게 언어로 표현하기
2. 모호한 위협을 구체적 리스크 목록으로 바꾸기
3. 최악의 상상을 사실, 가정, 해석으로 나눠 보기
4.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기
5. 작은 실험과 짧은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예측오차를 줄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