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회사의 HR 조직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새로운 HR 헤드가 부임한 지 1년 만에 조직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활발하던 회의는 조용해졌고, 팀원들은 말수가 줄었으며, 협업이 사라지고 지시한 일만 조용히 처리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죠.
겉으로 보기엔 ‘문제없이 돌아가는 조직’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해결되지 않은 갈등의 잔해가 쌓여 있었고, 팀원들의 에너지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피터 T. 콜먼과 로버트 퍼거슨이 쓴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Making Conflict Work)』입니다.
이 책은 말합니다. “갈등은 불과 같다.”
초기에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번지고 커지며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남깁니다.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갈등을 단순한 오해나 감정 충돌이 아닌, 권력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저자들은 권력을 “어떤 일을 실현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으로 정의합니다. 책은 이 권력의 구조를 기준으로 갈등을 상향식, 하향식, 수평적 갈등으로 분류하고, 각 상황에 맞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상사와의 갈등은 단순히 맞서 싸우는 문제가 아닙니다. 때로는 우회하고, 타이밍을 조율하고, 정치적 감각을 발휘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런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을 ‘갈등 지능(Conflict Intelligence)’이라고 부릅니다.
리더라면 여기서 잠시 멈춰 질문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얻은 또 하나 중요한 통찰은, 갈등 속에서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권력-갈등의 함정(conflict traps)’입니다. 특히 권력이 낮은 위치에 있는 경우,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이를 “상향식 권력-갈등의 함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실제로 A사 HR 조직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팀장이 상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했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실망했고, 이내 좌절했고, 결국에는 “나는 무시당하고 있어”라는 피해의식에 빠졌습니다. 결국 그 팀장은 자발적으로 사임하게 되었죠.
이 상황은 책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함정 두 가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 함정 5. 상사와 평등하다고 착각한다
위계를 무시하고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다가, 반복되는 거절에 의해 심리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 함정 6. 피해자 의식에 사로잡힌다
반복된 좌절은 도덕적 우위를 무기로 갈등을 정당화하게 만들며, 해결보다는 저항의 자세를 강화합니다.
이처럼 갈등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관계, 조직의 구조 속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문제입니다. 리더는 갈등의 표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밑에 깔린 힘의 역학과 인식의 차이를 꿰뚫어야 합니다.
조직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질서나 소모로 이어질지, 아니면 변화와 성장의 기회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왜 어떤 갈등은 끔찍한 파국을 맞는 반면, 어떤 갈등은 아주 원만하게 잘 해결될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책,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리더가 이 질문에 전략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