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들 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미래에 우리의 일과, 일터,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저마다의 논리로 주장한다. 그런데 미래의 모습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바뀔 거라고 어느 누가 예상했겠나? AI는 또 어떻고? AI 광풍이 지구를 휩쓸기 불과 1~2년 전을 떠올려 보자. 그땐 메타버스가 세상을 뒤집어 놓을 거라 떠들어 대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들이 지금은 거의 다 AI에 빌붙어 살고 있...)
앞으로도 코로나, AI와 같은 전 지구적 충격파가 어떤 모습으로 와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감히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치관이나 태도가 있다면 그중 하나가 바로 '호기심'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호기심 말고…
호기심은 단순한 성격 특성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세상을 탐색하고 이해하고 경험하는 여러 방식이 모여 이루어진, 다층적인 심리적 성향에 가깝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 때, 그 호기심은 늘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동현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해 질문하고, 민지는 재미있어 보여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유진이는 동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고, 지훈이는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낯선 경험 속으로 들어간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를 바탕으로 호기심을 몇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상태를 불편하게 느낀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빈칸을 메우고 싶어 하고,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이 차원의 호기심은 ‘정보 격차’를 줄이려는 욕구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지 않을 때 끝까지 찾아 헤매는 마음, 대화 중 애매하게 남은 맥락이 신경 쓰여 다시 질문하는 태도, 문제의 원인을 알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놓지 못하는 상태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즉 호기심의 기본적인 차원은 불확실성이 주는 인지적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추진력이다.

긍정심리학자인 에드워드 데시의 연구가 시사하듯, 호기심은 단순히 ‘모르는 것을 못 견디는 마음’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의 흥미로운 면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낯선 경험에서 즐거움을 기대한다. 호기심은 결핍을 메우려는 동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더 풍성하고 생생하게 만들려는 동기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중 상당수가 “이거 한번 해보면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벼운 설렘과 기대가 때론 인간을 새로운 경험과 배움의 방향으로 이끈다.

호기심은 사물이나 정보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향한다. 우리는 타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싶어 한다. 질문하고, 듣고, 관찰하고, 맥락을 읽으려는 태도는 모두 사회적 호기심의 표현이다. 이 차원의 호기심은 특히 관계 형성과 협업, 리더십, 공감 능력과 깊이 연결된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적은 사람은 쉽게 단정하고 해석해 버리지만(쟤 왜 저래?), 사회적 호기심이 높은 사람은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호기심은 타인에 대한 지적 관심일 뿐 아니라, 성숙한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자산이기도 하다.

호기심을 갖고 사는 일은 늘 편안하진 않다. 오히려 진짜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은 자주 불안을 동반한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발을 들이거나,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때 우리는 어김없이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스트레스 내성, 즉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탐색을 이어가려는 힘을 호기심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본다. 궁금하다고 해서 누구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결국 호기심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낯섦이 주는 심리적 불편을 견디는 힘이 함께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새로운 정보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새로운 세계 속으로 몸을 던진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새로운 관계에 뛰어들고,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경험에 도전하는 태도는 모두 이 차원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는 물리적 위험, 사회적 위험, 금전적 위험이 함께 포함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위험 감수가 곧 건강한 호기심은 아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배움과 경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위험 감수는 호기심이 가장 적극적이고 행동지향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호기심은 개인의 성향을 넘어, 조직이 얼마나 살아 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리더십 관점에서도 호기심은 중요하다. 좋은 리더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왜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는가”를 묻는 리더,
사람을 쉽게 판단하기보다 “저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를 궁금해 하는 리더,
낯선 가능성 앞에서 불안을 느끼더라도 탐색을 멈추지 않는 리더가 조직의 학습과 혁신을 이끈다.
리더가 길러야 할 것은 단지 개인의 호기심만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묻고, 시도하고, 관찰하고, 실수 속에서도 다시 탐색하는 습관을 몸에 장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과 멈춰 있는 조직의 차이는 조직 내에 궁금해 하는 리더와 구성원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Reference
Kashdan, T. B., Stiksma, M. C., Disabato, D. J., McKnight, P. E., Bekier, J., Kaji, J., & Lazarus, R. (2018).
The five-dimensional curiosity scale: Capturing the bandwidth of curiosity and identifying four unique subgroups of curious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