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대학원 동기 모임에서 AI 활용 강의를 들었습니다. AI를 잘 다루는 동기가 진행한 강의였는데, 그날 한 문장이 마음에 쏙 들어 메모장에 적어 왔습니다.
"AI를 잘 쓰려면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많이 써봐야 합니다."
AI는 흔히 효율의 상징처럼 이야기됩니다. 배우는 것도 금방 될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유튜브를 보며 따라 해 보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분명 같은 방법을 썼는데도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공계 전공이 아닌 저에게는 중간에 막히는 순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나.'
효율을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 다른 변화가 생깁니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개념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AI를 쓰는 것이 효과적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생산성이 달라집니다. 잘 맞는 분야에서는 AI 덕분에 일이 놀랄 만큼 빨라집니다. 처음에 겪었던 비효율이 결국 효율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교육학에서는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라고 부릅니다. 교육학자 Manu Kapur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먼저 문제를 풀다가 실패한 뒤 설명을 들을 때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잘 활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배우는 것이 학습 효과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내가 AI를 배우며 겪었던 바로 그 막막함과 시행착오가, 사실은 더 깊은 이해를 준비시키는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실패가 학습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습을 준비시키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또 있습니다. 코칭을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처음 코칭을 접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르쳐 주는 게 더 빠른데 왜 질문을 해야 하지?' '바쁜데 대답이 나올 때까지 언제 기다리고 있지?'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말해주면 될 텐데...'. 그래서 질문을 하는 방식이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코칭을 계속하다 보니 다른 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으면 자발성이 생깁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해보려는 힘도 더 강해집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때로는 침묵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상대가 스스로 깊이 생각하도록 돕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답을 찾아냅니다.
AI를 배울 때도, 코칭을 배울 때도,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방식이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효율을 너무 빨리 찾으려 합니다. 새로운 방법을 배우면 바로 잘하고 싶어 합니다. 조금만 시간이 걸려도 더 빠른 방법이 없는지 찾아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방법을 알아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그것은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잘 되지 않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무엇이 맞고 무엇이 맞지 않는지 몸으로 알게 됩니다. 효율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효율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효율이 생깁니다. 지금 무언가가 잘 되지 않아 막막하다면, 그 막막함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효율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Productive Failure”- Kapur (2008)
1. Productive failure is an instructional design where students first attempt to solve complex, ill-structured problems before receiving explicit instruction.
생산적 실패는 학생들이 명시적 설명을 듣기 전에 복잡하고 비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스스로 해결해 보게 하는 수업 설계이다.
2. Students usually fail to find correct solutions but generate multiple ideas, representations, and partial strategies.
학생들은 보통 정답을 찾지 못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 표현, 부분적인 전략들을 생성한다.
3. This initial struggle activates prior knowledge and highlights knowledge gaps, preparing learners for deeper understanding.
이러한 초기 시행착오는 선행 지식을 활성화하고 지식의 공백을 드러내며,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준비를 돕는다.
4. When instruction follows, students show better conceptual understanding and transfer than those who receive direct instruction first.
이후 설명을 들으면, 처음부터 직접 설명을 들은 집단보다 개념 이해와 전이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
5. Failure becomes productive only when it is followed by structured teacher-led consolidation of students’ attempts.
실패는 학생들의 시도를 교사가 구조화해 정리해 주는 단계가 뒤따를 때에만 진정으로 생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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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코칭 ALIGN 전문가 과정 4기 (6/5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