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자리에서 팀은 돌아가고 있나요?
지금 자리를 일주일 비운다면 팀은 어떻게 될까요?
제가 중간 리더로 일하며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면 그건 제가 필요 없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제 일을 제대로 했다는 뜻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믿는 쪽입니다.
리더의 역량은 본인이 낸 성과가 아니라
본인이 없을 때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믿음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는 리더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다 넘겨주고 나면 내가 빈껍데기가 될 것 같기 때문 아닐까요?
쥐고 있는 리더의 팀은 겉으로는 멀쩡합니다.
인사 일을 하다 보면 리더의 유형이 팀의 모양으로 보입니다.
어떤 팀은 리더가 휴가를 가면 결재가 멈춥니다.
어떤 팀은 리더가 회의에 안들어오면 아무도 결정을 못 합니다.
그 팀 리더는 대개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대표 보고는 본인이 하고
어려운 협상은 본인이 나가고
위아래가 얽힌 문제는 본인이 풉니다.
팀원은 그 결과를 전달받습니다.
겉으로는 잘 돌아갑니다.
리더가 자리에 있는 동안은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 리더가 승진하거나 이직하거나 아프게 될때 드러납니다.
팀에는 리더가 만든 문서와 절차만 남고 리더는 남지 않습니다.
조직은 그제야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안에 없다는걸 알게 됩니다.
밖에서 데려오는데 몇달이 걸리고 적응에 또 몇달이 갑니다.
그사이 팀은 두 번째 리더십 공백을 겪습니다.
한 번은 떠난 사람 때문이고
한 번은 아직 모르는사람 때문이겠죠.
넘겨주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저는 넘겨주는 것을 둘로 나눠서 봅니다.
하나는 역량과 노하우입니다.
이건 설명할 수 있고 문서로 남길 수 있고 옆에서 보여주면 됩니다.
시간을 들이면 전달됩니다.
다른 하나는 리더십입니다.
이건 가르쳐서 생기지 않습니다.
대표 앞에서 혼자 보고해 본 경험,
양쪽 입장을 다 들어보고 하나를 골라야 했던 경험,
그 선택이 틀려서 수습해 본 경험 등등이 쌓여야 생깁니다.
그러니 리더십은 전달로 넘기는 게 아니라 기회로 넘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리더가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갈립니다.
노하우를 안 넘기는 리더는 거의 없습니다.
물어보면 다 알려줍니다.
대부분은 기회를 안넘깁니다.
내가하면 더 빠르고 더 정확하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이 맞는 동안 팀원은
리더십을 쌓을 자리를 한번도 얻지 못합니다.
열번의 설명보다 한 번의 보고가 사람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 한 번을 리더가 계속 가져가면 승계는 영영 불가능해집니다.
빈껍데기가 되는 게 아니라 올라갈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넘겨주면 내가 비게 된다는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웠다는건
내가 그 자리를 떠나도 된다는 뜻이고
떠나도 된다는건 다음 자리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후임이 없는 리더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 자리가 비기 때문이겠지요.
실제로 승계 관리가 자리 잡은 조직에서는
준비된 후임이 없는 리더를 승진 대상에 올리지 않습니다.
넘겨주는 것이 조건입니다.
사람을 키워내는 능력은 일을 잘하는 능력보다 윗단의 역량입니다.
혼자 잘하는 사람은 팀 하나를 맡길 수 있지만
잘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사람은 조직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대체되는 게 아니라 더 큰 자리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조직이 가장 잃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가 떠나면 한 사람이 빠지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가 끊깁니다.
다만 조직이 그것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키워낸 사람이 빛날때 키운 사람은 가려지기 쉽습니다.
팀원이 대표 앞에서 잘 해내면 조직은 그 팀원을 봅니다.
그 뒤에 기회를 열어준 사람이 있었다는것 까지는 잘 보지 않습니다.
성과는 눈에 보이지만 성장의 출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넘겨주는 리더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아래로는 기회를 흘려보내고,
위로는 그사람의 이름을 올려주는 것.
팀원이 해낸 일이 결정권자의
귀에 들어가게 하는 것까지가 리더의 일입니다.
그래야 팀원에게 다음 기회가 오고
리더에게는 사람을 키운 기록이 남습니다.
그리고 인사가 할 일이 여기 있습니다.
리더 평가에 키워낸 사람이 들어가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많은 조직의 리더 평가는 팀의 매출, 프로젝트 완수,
목표 달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후임이 준비됐는지,
팀원 중 누가 다음 단계로 올라갔는지,
리더 없이 팀이 얼마나 돌아가는지는 항목에 없습니다.
항목에 없으면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넘겨주는 리더가 손해를 보는 조직은
리더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표의 문제입니다.
선한 사람의 신념에 맡겨둔 일은 그 사람이 떠나면 같이 사라집니다.
제도에 넣어야 남습니다.
저도 쥐고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때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쥐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하는게 빠르다는 말뒤에
내가 해야 내자리가 남는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걸 아는데 몇년이 걸렸습니다.
넘겨주고 나서 빈게 아니라 넘겨주고 나서야 다음이 보였습니다.
지금도 다 넘긴건 아닙니다.
다만 넘기지 않는 이유를 예전처럼 때가
아니라서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몇년째 하고 있다면 판단이 아니라
핑계일 가능성이 높다는걸 이제는 압니다.
지금 쥐고 있는 일 중에 팀원이 하면
느리지만 할 수는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요?
그걸 넘기지 않는 이유는 팀을 위해서입니까?
나를 위해서 인가요?
그리고 리더를 평가하는 자리에 계시다면 한가지만 더 묻고 싶습니다.
그 리더가 키운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