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사람보다, 오래도록 빛을 잃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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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사람보다, 오래도록 빛을 잃지 않는 사람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을 꼽으라면 떠오르는 한 가지에 대해 서술해봤습니다.
조직문화HR 커리어코칭리더십전체
승원
연승원Sep 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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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업무를 한 지도, 스무 해 가까이 되어간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이력서와 평가표,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지켜봐 왔다. 화려한 학력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유려한 언변도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국 조직 안에서 오래도록 단단하게 서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면, 그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재능도, 운도, 인맥도 아닌 '성실함'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성실함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각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그럭저럭 해내는 수준의 그것이 아니다. 내가 목격한 성실함은 훨씬 더 강렬하고 순도 높은 무엇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극도로 강화된 형태의 순수한 성실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것은 단순히 부지런한 태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 자신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무기가 되는 태도다. 오늘 하루의 노력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그 원리를 지속 반복한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20년 가까이 조직을 들여다보며 얻은, 씁쓸하면서도 정직한 관찰이다. 회의실에서는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걸음은 갈린다. 누군가는 미뤄둔 보고서를 다시 열어 한 줄을 더 다듬고, 누군가는 '내일 해도 되는 일'이라며 서랍에 넣어버린다. 누군가는 어려운 고객의 요청에 한 번 더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누군가는 적당한 선에서 손을 뗀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실함의 차이는 미미해 보이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몇 년, 십수 년 쌓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들어낸다. 마치 매일 몇 밀리미터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결국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한 팀장이 떠오른다. 특별히 눈에 띄는 언변도, 화려한 성과 발표도 없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프로젝트를 맡던지, 하루 전에는 이미 초안이 완성되어 있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회의록을 매번 정리해 공유했으며, 후배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먼저 원인을 함께 들여다보는 사람이었다. 조직이 흔들리던 시기, 다들 동요할 때도 그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의 침착함은 재능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성실함이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두꺼운 지반처럼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지반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웬만한 파도에는 휘청이지 않는다.

성실함을 내면화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크고 작은 시련에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꽤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결코, 그들의 감정이 무디거나 낙천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 쌓아온 시간의 무게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의 실패나 좌절이 자신의 전부를 흔들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이미 알고 있다. 나무의 뿌리가 깊을수록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려도 뽑히지 않듯이, 오래도록 쌓인 성실함은 그 사람의 뿌리가 되어준다.

인사 담당자로 살아오면서 나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의 역량 모델들, 평가 지표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결국 조직에서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태도를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성실함이라 말하고 싶다. 성격도, 직무도, 역할도, 처한 상황도 저마다 다르지만, 그 안에서 결국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의 근원에는 언제나 이 한 가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보기에 화려한 재능은 사람을 순간 빛나게 하지만, 성실함은 사람을 오래도록 버티고 서 있게 한다. 그리고 조직이라는 긴 여정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잠깐의 빛남이 아니라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두 다리인 것 같다.

  •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두 다리로 서 있고 싶은, Wonnie



승원
연승원
행동하는 철학가
HR로 시작한 커리어, 어느덧 십수년째 이 길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소통이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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