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러 모임에 나가보면 화두는 단연 AI입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AI로 인한 희망퇴직과 대규모 해고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불안감을 느낍니다.
"과연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일자리를 완전히 앗아갈 것인가?"
저는 이 질문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져보려 합니다.
지금의 '업무 방식'은 사라지겠지만, 그것이 곧 '인간의 쓸모'가 사라짐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발밑의 돌멩이만 보면 길이 막힌 것 같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관점을 넓혀야 합니다.
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의: '부르주아(Bourgeois)'라는 단어의 뿌리는 중세 유럽의 성곽 도시를 뜻하는 '부르(Bourg)'에 있습니다. 직역하면 '성 안에 사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배경 (이유): 중세 사회는 성벽을 경계로 삶의 궤적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성 밖의 삶: 영주에게 종속되어 평생 육체노동(농사)을 해야 했던 농노들의 공간이었습니다.
성 안의 삶: 성벽이라는 물리적 보호막 안에서 단순 노동이 아닌 상업과 수공업에 종사하며 부를 축적한 이들의 공간이었습니다.
결국 부르주아는 고된 육체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새로운 신분이었습니다.
• 적용: 지금 우리에게 AI는 새로운 '성벽'입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성 밖의 노동'은 AI에게 맡기고, 우리는 성 안에서 더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을 찾을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기술은 인간을 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맞게 더 복잡하고 고도화된 업무로 우리를 옮겨 놓습니다.
세탁기의 역설: 세탁기가 발명되면서 빨래를 대신해주던 가사 도우미들의 인력 수요는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세탁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 공장을 돌리는 노동자, 제품을 파는 영업사원, 마케터, 재고 관리자 등 수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윈도우의 등장: 도스(DOS)에서 윈도우로 넘어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자수나 수작업 세무 신고 인력은 줄었지만, 그 인력들은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거대한 IT 생태계로 흡수되었습니다. 업무의 양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첫째, 도구를 지배하는 '인문학적 HRer'가 되는 것
데이터 분석과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AI에게 맡기십시오.
대신 우리 인간 HR은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데이터 뒤에 숨겨진 직원의 '마음'과 '맥락'을 읽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입니다.
둘째, 기꺼이 '노는 사람'이 되는 것
여기서 '논다'는 것은 나태함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AI는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우리는 AI 덕분에 확보한 여유 시간을 통해 더 창의적인 고민을 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생산적인 놀이'에 집중해야 합니다.
뽀로로는 늘 노래합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어쩌면 뽀로로는 단순 노동에서 해방되어 동료들과 창의적인 즐거움을 찾는 것이 미래의 정답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업무가 사라진다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성 밖에서 사라질 일을 붙잡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AI라는 성벽 안으로 들어와 새로운 가치를 기획하는 '현대판 부르주아'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성벽의 어느 쪽에 서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