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떤 리더를 따르고 오래 기억할까?

사람들은 어떤 리더를 따르고 오래 기억할까?

영향력의 5가지 얼굴
조직문화리더십전체
종민
전종민May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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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정의는 리더십을 연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리더십을 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리더십을 정의하는 많은 키워드 중 가장 빈번하게 출현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세간에 널리 알려진 리더십 정의 81개를 놓고 키워드를 분석해 보니, 가장 많이 사용된 키워드는 바로 ‘영향력(Influence)’이었다. 그 뒤로 Process, Individual, Goal 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는데, 압도적인 1위가 ‘영향력’이다.

리더십을 한마디로 설명하라고 하면 그 중심에는 항상 '영향력'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리더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고, 목표를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리더십의 본질에 가깝다.

재미있는 건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리더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리더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고, 또 다른 리더의 지시는 왠지 형식적으로만 들린다. 어떤 리더와 일하면 좀 더 잘 해보고 싶고, 어떤 리더 아래에서는 딱 시킨 것만 하게 된다.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French와 Raven은 1959년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꽤 오래된 연구지만 아직도 유효한 프레임이다.) 이들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 즉 사회적 권력의 원천을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다섯 가지 영향력의 원천을 바탕으로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1. 합법적 권력 (Legitimate Power)

프로젝트 리더, 팀장, 임원, CEO 등 공식적 직위와 역할에서 나오는 힘이다. 조직은 기본적으로 역할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 권력은 질서와 책임 구조를 세우는 데 꼭 필요하다. 누가 관리하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명확해야 일이 굴러가니까. 그러나 직책은 단지 영향력의 출발점일 뿐이다. 사람들은 직위를 존중할 수는 있어도, 직위가 높다 하여 마음까지 내어주지는 않는다. '따라야 하니 따른다'와 '믿고 따른다' 사이에는 엄청 큰 차이가 있다.

2. 보상적 권력 (Reward Power)

쉽게 말해 '이 일을 잘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힘이다. 보상, 인정, 승진, 성장 기회 같은 긍정적 결과를 줄 수 있을 때 리더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 힘의 장점은 아주 분명하다. 사람을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목표 달성, 성과 촉진, 동기부여에 직접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늘 효과적이지는 않다. 보상이 사라지면 동력도 함께 약해진다. 자칫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일의 의미보다 '그래서 뭘 주는데요?'에 머물 수도 있다. 보상의 공정성 논란이라도 생기면 금세 역효과가 생긴다.

3. 강압적 권력 (Coersive Power)

말 그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강제하는 힘이다. 처벌, 통제, 제재 가능성에서 나오는 권력이다. 일반적인 조직 상황에서 이 방식은 매력적이지 않다. 다만 전쟁, 자연재해 등 긴급 상황이나 최소한의 규율이 필요한 순간에는 꽤 유효하다. 문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두려움은 순종을 만들 순 있어도 몰입을 만들지는 못한다. 강압적 리더 아래에서 사람들은 생각을 보태기보다 입을 닫고, 책임지기보다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강한 통제는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말 없는 조직을 만들기 쉽다.

4. 전문적 권력 (Expert Power)

지식, 경험, 문제 해결 능력에서 나오는 힘이다. 이 유형의 힘을 주로 사용하는 리더는 말로만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복잡한 상황에서 본질을 짚고, 판단의 근거를 보여주며, 팀이 막혔을 때 길을 열어준다. 그래서 구성원은 '저 사람 말은 들어볼 만하다'라고 느끼게 된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뛰어난 전문가가 곧 뛰어난 리더는 아니다. 본인이 너무 잘 아는 나머지 팀원들의 생각과 참여를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전문성은 팀을 압도하는 무기가 아니라, 팀의 사고를 확장하는 자산이어야 한다.

5. 준거적 권력 (Referent Power)

다섯 가지 영향력의 원천 중 가장 바람직한 힘이다. 이 힘은 리더의 인격, 가치관, 태도, 신뢰성, 그리고 존경받는 이미지에서 나온다. 구성원이 '저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해볼 만하다'고 느낄 때 생기는 힘이다. 이 권력의 강점은 자발성과 지속성에 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골프는 가능한 한 적은 타수로 공을 홀컵에 집어 넣으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Teeing Ground에서 Fairway를 거쳐 Green에 올라가 Hole Cup에 공을 집어 넣기까지 다양한 클럽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홀’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드라이버에 자신있는 골퍼라도 드라이버로 모든 샷을 날리진 않는다.

좋은 리더 역시 다섯가지 힘 중 하나에 ‘몰빵’하지 않는다. 각각의 골프 클럽이 거리와 상황에 따라 활용도가 구분되는 것처럼 다섯가지 영향력의 원천은 다 쓰임새가 있다. 상황에 따라 보상도 필요하고, 공식 권한도 필요하며, 때로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단, 오래 가는 리더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은 결국 전문성과 신뢰 위에 세워진다. 직책이 사람을 따르게 만들 수는 있어도, 존경심까지 만들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권한’보다 ‘실력’과 ‘인품’에 더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30년 가까이 기업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 왔다. 돌이켜보면 조직에서 오래 기억되는 리더는 늘 비슷했다. 수많은 리더가 스쳐 지나갔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진짜 리더'로 남아 있는 분들이 있다. 그들은 단순히 높은 자리에 앉아 지시만 하던 사람이 아니라, 압도적인 실력으로 길을 열어주고 흔들림 없는 인격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분들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을 떠나게 된다. 모든 직책과 권한이 사라진 그 때, 우리는 후배들에게 어떤 이유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리더십은 오늘 행사한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미친 선한 영향력의 깊이로 증명된다. 골프에서 함께 라운딩을 마친 동반자가 품격있는 매너로 기억되듯, 훌륭한 리더 역시 직위가 아닌 그가 남긴 실력과 인품의 향기로 기억될 것이다.


종민
전종민
SK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왔던 전종민입니다
대체로 진부한 세상에서 아주 가끔 놀라워지는 삶을 추구합니다. SK 그룹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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