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팀장도 모른다 - 채용편 -

사실 팀장도 모른다 - 채용편 -

일할 사람이 없다. 팀장은 답답하고, 인사팀은 미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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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수
신택수Aug 19, 2026
10019

① 사실 팀장이 가장 괴롭다 - 평가편 -

→ 다시 읽기 : https://opst.me/0qDLdD

② 사실 팀장도 모른다. - 채용편 -

일할 사람이 없다?! 팀장은 답답하고, 인사팀은 미움받는다.

분기가 바뀌면 인사팀에서 메일이 온다. "다음 분기 채용이 필요한 인력을 정리해 주세요."

팀장은 잠깐 고민하다 생각한다. 사람이야 다다익선 아닌가.

일은 늘 많고 손은 늘 모자라니, 일단 넉넉히 적어 두자.

그리고 기왕 뽑는 거, 제대로 된 사람이어야 한다. 학벌도 좋고, 나이는 어리고, 경력은 빵빵하고,

우리 일은 바로 할 줄 알고, 성격도 무난하고, 연봉은 우리 밴드를 넘지 않는 사람.

요즘 말로 '7의 남자'다.

"난 눈 안 높아, 딱 이 정도면 돼"라고 하지만, 조건을 펼쳐 놓으면 사실 상위 1%인 바로 그 사람.

요청서를 올린다. 그런데 인사팀은 며칠 뒤 이렇게 답한다.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이 조건에 이 연봉이면 시장에 안 나와요."

"TO도 이만큼은 어렵습니다." 팀장은 답답하다. 필요하다는데, 왜 자꾸 안 된다고만 하는가.

왜 이런 간극이 발생하는 것일까?

팀장은 무리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 팀에 진짜 누가 필요한지 모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게 둔 건, 어쩌면 매번 "안 된다"고만 답해 온 인사(채용)팀이었다.

팀장은 왜 '7의 남자'를 부르는가?

팀장은 채용 전문가가 아니다. 평가도, 면담도, 채용도 다 처음이거나 어쩌다 한번 있는 이벤트 이다.

익숙하지 않은 일 앞에서 사람은 방어적으로 요구를 부풀린다.

다 갖춘 사람을 뽑으면 실패하지 않겠지. '7의 남자'는 욕심이 아니라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

'다다익선'도 같은 뿌리다. 사람이 많으면 안심이 된다. 그러나 머릿수는 성과가 아니다.

정작 필요한 건 '몇 명'이 아니라 '어떤 결핍을 메울 누구'인데, 그 질문은 어렵고 인원 요청은 쉽다.

그래서 인력계획은 늘 숫자로 적히고, 정의는 비어 있다.

문제는 그다음, 인사팀의 응답이다. 우리는 대개 "안 됩니다"로 답한다.

예산이 없어서, 시장에 없어서, TO가 없어서. 거절은 빠르고 근거도 분명하다.

그런데 거절만 하는 인사팀은 현업에게 게이트키퍼다.

미움받고, 다음 채용에는 상의 없이 이미 정해진 요청서만 통보받는다. 관계가 그렇게 닫힌다.

실제로 현업을 대상으로 한 HR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결과와 과정의 간극이 가장 컸던 영역이

바로 채용이었다. 사람을 뽑아준 것은 고맙지만 그 과정은 불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쁜 과정을 덮어 주지는 않는다.

인사팀은 게이트키퍼가 아니라 서비스다.

현업이 인사팀에 원하는 건 사실 허락이 아니다. 번역이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정리 좀 도와주세요."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요청서 뒤에는 그 마음이 있다.

그렇다면 인사팀의 일은 '7의 남자'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된 채용'으로 바꿔 주는 서비스여야 한다.

첫째, 'must'와 'nice'를 갈라 준다.

"다 중요해요"라는 말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없으면 일이 안 되는 조건 두세 개와, 있으면 좋은 조건을 나눠 적게 한다. 이때 약속된 양식 하나가 큰 힘이 된다. 직무의 조건을 항목으로 정의하고 그중 우선요건을 스스로 골라내게 하는 표준 요청서다. 빈칸을 채우다 보면 팀장도 깨닫는다. 정말 없으면 안 되는 건 생각보다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릿속 이상형을 우선순위 목록으로 바꾸는 순간, 일곱 개의 조건은 대개 세 개로 줄어든다.

둘째, trade-off를 시장으로 보여 준다.

어리고, 경력 많고, 연봉은 낮은 사람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안 돼요"가 아니라 시장 연봉 데이터와 후보군 규모로 보여 준다. 그리고 묻는다. "이 셋 중 무엇을 양보하시겠어요?" 거절이 아니라 의사결정 지원이다. 팀장은 그제야 자기 요구의 값을 본다. 이렇게 요건을 좁히면 처음에는 서류 전형의 문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면접 대상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면접관인 현업과 지원자 양쪽의 시간을 아끼고, 오히려 팀에 맞는 사람을 뽑을 확률을 높인다. 줄어든 것은 후보의 수가 아니라 헛걸음의 수다.

셋째, '완벽한 한 명'을 '팀 관점'으로 바꾼다.

현업과 마주 앉아 지금 팀이 안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를 펼치고, 그것을 해내는 데 가장 필요한 직무 역량이 무엇인지 함께 짚는다. 그리고 한 번 더 묻는다. 이 역량은 안에서 키울 수 있는가, 아니면 밖에서 사 와야 하는가. 육성으로 풀 문제를 채용으로 메우려 할 때 '7의 남자'는 다시 소환된다. 채용은 팀에 없는 역량을, 지금 당장 밖에서 데려와야 할 때의 선택지다. 이 질문을 거친 요청서는, 남이 뽑아 줘도 미스매치가 적다.

이 세 가지는 인사담당자 혼자, 혹은 팀장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업을 채용의 주체(hiring manager)로 세우고, 그 곁에서 HRBP가 요건 정의부터 함께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인사담당자를 위한 다섯 가지 점검

'7의 남자' 같은 요청서를 받았을 때, 인사담당자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들이다.

  • 현업 팀장에게 혹시 "안 됩니다"부터 먼저 말하지는 않았는가요?

  • 조건을 must와 nice로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했나요?

  • 어리고·경력 많고·저렴한 사람은 동시에 없다는 걸, 데이터로 보여 드렸는가요?

  • 지금 필요한 역량이 채용인지 육성인지, 현업과 함께 확인하였나요?

  • 이 요청서, 3년 뒤에 봐도 '왜 이 사람이 필요했는지' 설명되나요?

팀장은 '7의 남자'를 원한 게 아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해 주는 일이야말로, "안 된다"고 답하는 대신 인사팀이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서비스다. 좋은 채용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데서 시작된다.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결국 인사담당자다.


택수
신택수
15년차 인사담당자 입니다.
현대차그룹, SK그룹, KT그룹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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